지난 9일 유튜브 너알아TV를 통해 전광훈 목사 옥중서신이 공개됐다.  (출처: 유튜브 너알아TV 캡처)
지난 9일 유튜브 너알아TV를 통해 전광훈 목사 옥중서신이 공개됐다. (출처: 유튜브 너알아TV 캡처)

“목사들, 나훈아보다 못해서 되나”

반정부 대열에 목회자 합류 촉구

또 “문재인은 주사파, ‘악(惡)’” 주장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어찌하다가 목사들이 대중가요를 이끌어온 나훈아만큼도 못할 처지가 되었습니까”

한글날인 지난 9일, 보수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규탄하고 있을 때,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너알아TV’를 통해 옥중서신을 공개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란 제목의 이 옥중서신에서 전 목사는 나훈아를 언급하며 “지금 목회자들은 선지자적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전 목사가 가수 나훈아를 언급한 이유는 그가 최근 공연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나훈아는 지난달 30일 KBS2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저는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며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전 목사는 옥중서신을 통해 나훈아 못지 않게(?) 한국교회 교인들과 목회자들도 정부 비판에 동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집단행동’을 독려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해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집회를 자제해야 한다는 방역당국과 시민의 호소와 불안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 하야’라는 자신의 정치적 뜻을 끝까지 관철시키겠단 의지를 다진 것으로 읽힌다.

전광훈 목사는 이번 옥중서신에서 역시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로 규정하며 ‘악’이라고 표현했다. “그들의 세력들은 설득의 대상이 아니요 싸워서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까지 하며 맞서야 한다고 했다.

전 목사는 의료계 집단 파업을 좋은 예(?)로 들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 등에 반발해 의료계가 집단 휴진을 벌인 것처럼 한국교회가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 선생님들은 똘똘 뭉쳐 집단으로 대처하니 당장 정부가 굴복하는 것을 보지 않았나”며 “이렇게 목사들이 의사 선생들만 못한가”라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증경총회장들에게 부흥회 등을 통해 받은 사례비 등을 갖다줬다고 고백했다. 사진은 지난 4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전 목사. ⓒ천지일보DB
전광훈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증경총회장들에게 부흥회 등을 통해 받은 사례비 등을 갖다줬다고 고백했다. 사진은 지난 4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전 목사. ⓒ천지일보DB

전광훈 목사는 ‘순교 정신’으로 정부에 맞서자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이제 우리가 다시 한번 선배들을 본받아 주기철, 손양원 길선주 이성봉 등 목사님들과 같이 민족을 복음으로 깨우치는데 순교의 정신으로 달려가야 할 것”이라며 “언제 얼마나 오래 살고 죽느냐가 아니라 복음을 위해서 주님을 위해서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순교의 정신으로 한국교회와 나라를 살려보자”고 요구했다.

“하나님 나한테 까불지마”라는 발언으로 도마위에 오른 바 있는 전 목사는 이날도 자신이 현재 “영적으로 하나님과 아주 가까운 상태에 있다”고 주장했다.

옥중서신 말미에 전광훈 목사는 ”차라리 제주도로 집단 이주해 복음주의자들이 사는 특별자치도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인천 옆에 대부도를 특별자치구로 개발해 미국의 아미시 공동체와 같은 특별구역으로 시도할 수 있으나 가능성이 없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현 위치에서 복음주의자들이 영적인 싸움을 벌이며 민족을 구원하는 일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가 말한 아미시 공동체는 새로운 문명을 거부하며 자신들만의 전통을 유지하며 살고 있는 침례 종파의 일종이다. 주로 미국의 펜실베니아 주나 오하이오주, 인디애나주 등 여러 주에 집단적으로 살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이러한 형태의 신앙이 현재로선 가능성이 없으니 영적 싸움에 나서야 한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가 언급한 ‘영적 싸움’은 곧 정부에 대한 개신교계의 집단행동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전 목사가 나훈아를 언급했지만,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나훈아 발언을 두고 좌우간 공방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언술을 자기 방식대로 ‘전유’해서 정치적으로 편협하게 활용하는 것은 나훈아를 국민가수에 정파적 가수로 협애화 하는 것”이라고 자제를 요했다.

한편 전 목사는 지난 8.15 광복절 집회를 이끌면서 보석이 취소돼 지난달 7일부터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중단된 전 목사의 재판은 오는 12일부터 재개된다. 전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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