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일은 국경일 중 하나인 개천절(開天節)이었다. 하지만 개천절 기념일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고 남은 것은 오직 놀기 바쁘고 시위하느냐 마느냐가 관심거리였다.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일을 기념하는 대종교의 절기에서 비롯된 것이며, 환웅이 처음으로 하늘에서 태백산 신단수(神檀樹) 아래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었고, 그 후 단군이 최초의 나라 고조선(古朝鮮)을 세웠다고 전해지는 기원전 2333년 10월 3일을 정해 개천절이라 명명하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이 개천절은 고구려-부여-고려-조선에 이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

이로 보건데 우리 민족의 최초 이름이 ‘조선(朝鮮: 東方, 해 돋는 나라, 고요한 아침의 나라)’이었으며, 글자는 바뀌었지만 그 의미는 변하지 않고 배달돼 왔음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고구려 고려 등이 그러하고 특히 조선이라는 국호는 훗날 태조 이성계의 역성(易姓)혁명을 통해 이씨조선이 세워짐으로 옛 고(古)를 붙여 고조선이라 명명했을 뿐이다.

고조선의 건국이념은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라 했으니,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고, 온 세상을 이치(理致) 즉, 진리(眞理)로 변화시켜 갈 것을 천명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애국가에서 알리듯이 과연 하나님이 보호하고 함께하는 대한민족의 건국이념답다.

하지만 이같이 배달돼 온 우리 고유의 민족사상에 대해 한낱 설화일 뿐이라며 폄훼하고 무시하는 일부 식자층이 없지는 않다. 과연 그럴까.

우리의 역사를 눈여겨 들여다보면 한결같이 하늘 사상으로 그 맥을 이어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기원전 37년에 건국된 고구려의 시작을 들여다보자.

천제의 아들 해모수(解慕嗽)가 내려와 강물의 신인 하백의 딸 유화부인을 취했다. 훗날 유화부인은 부여의 금와왕에 몸을 의지하고 살 때, 해모수와의 관계로 잉태된 ‘알’을 낳았고 금와왕은 알을 버리게 했으나 오히려 짐승과 새들이 알을 보호해 그 알을 깨고 나온 게 바로 고주몽(高朱蒙)이며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東明聖王)이다.

또 기원전 57년에 건국된 신라의 시작을 들여다보자.

신라 삼대 성씨인 박, 석, 김의 설화 역시 단군시조 신화는 물론 고구려시조 신화와도 그 맥을 같이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신라시조 박혁거세의 출생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이 없다. 경주 남산 건너편 하늘에서 번개와 같은 빛이 나정 쪽 수풀사이로 내려왔고, 그곳엔 말이 꿇어앉아 울고 있어 가보니 말은 없고 큰 알만 있었다. 이 알을 깨고 나온 사람이 바로 박혁거세다. 나머지 성씨인 석탈해와 김알지 역시 하늘에서 내려왔음을 설화는 알리고 있다.

이 ‘알’사상이 흔히 말하는 ‘씨알’사상이다. 우리 선조들은 “씨알머리 없다”는 말을 사용해 왔다. 이 말인즉 보잘것없는 혈통이나 가문에서 태어나 보고 배운 것이 없어서 무례하고 건방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씨’ 또는 ‘씨알’은 동식물의 ‘종자’를 뜻하고 있으니 곧 생명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이 생명에 대한 본질을 찾아야 한다. 이 생명의 본질 즉, 근원은 곧 우주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이시다. 이 하나님을 일컬어 ‘말씀’이라고 하며, 이 말씀 안에 ‘생명’이 있다고 한다. 또 그 생명력으로 모든 만물을 창조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씨알’은 곧 ‘말씀’이며 나아가 ‘생명’ 그 자체가 된다.

이제 정리해 보면 우리 민족은 이같이 창조주 하나님의 뜻(씨알=생명의 말씀)을 좇아 면면히 이어져 온 천손민족임을 깨닫게 된다.

이렇듯 시대마다 보여준 민족설화 속에 담긴 민족사상은 단순히 그 시대의 건국을 넘어 때가 되어 진정한 새 하늘을 열어 홍익인간과 이화세계라는 건국이념과 같이 온 인류를 구원하는 홍익의 역할을 담당하라는 명령이자 사명임을 알아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 명령을 받고 이 땅에 출현한 참 빛을 통한 빛의 역사가 이 강산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역사 속의 개국과 개천이 아니다. 시대적 사명과 함께 출현한 빛은 진리로 자기 생명을 조금도 아끼지 않고 마귀와 싸워 이기므로 친히 십승지(十勝地)가 되어 하늘 문을 열었으니, 1984년 3월 14일 우주의 일주해가 되던 대육십갑자년 바로 그 날이다.

단기(檀紀)도 서기(西紀)도 아닌 새로운 하늘 문이 열린 날이니 곧 ‘신천기(新天紀)’의 연호가 시작됐고 어언 서른일곱 돌이 지났다. 하지만 세상은 깜깜한 밤이 되어 천지를 분간치 못하고 있다.

지나온 시대마다의 건국이념은 이룰 예언이었고, 그 예언은 인동초(忍冬草)와 같은 한 사람을 통해 천지를 개벽함으로 성취됐다. 그리고 그 인동초는 천우경전(天牛耕田)이라 하듯 소 울음소리를 내며 혼돈해진 땅을 갈아엎으며 새 역사를 써내려가다 머무를 곳이 있어 잠시 자리를 비웠으니 들을 귀가 있으면 들어보라.

ⓒ천지일보 2020.10.11
ⓒ천지일보 202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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