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AP/뉴시스】 2018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
【평양=AP/뉴시스】 2018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

“자정~새벽 2시 열병식 열린 징후”

NK뉴스 “평양서 드론·항공기 소리”

“수도 접근 막고 선전용 무기 촬영 위해”

“언론 보도 편집 시간 확보 의도”

[천지일보=이솜 기자]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10일 새벽에 열병식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대규모 군사장비와 인원이 참가하는 열병식이 이날 새벽 수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이른 시간대에 열병식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열병식으로 추정되는 행사는 자정께 시작돼 새벽 2~3시까지 진행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날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아마 자정에서 새벽 2시에 열병식이 진행됐을 것”이라며 복수의 소식통들이 평양에서 비행하는 항공기와 드론, 중기계, 불꽃쇼 소리도 들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른 시간에 열병식을 열었다는 추측에 대해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을 수도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면서 선전용으로 전략 무기를 촬영하기 위한 방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NK뉴스 운영자인 채드 오캐럴은 이와 관련 트위터에 새로운 전략 무기를 숨기려는 의도일 수도 있으며, 관영 언론 보도를 위한 편집 시간을 더 확보하려는 의도 등을 가능한 이유로 추정했다.

아직 열병식과 관련한 북한 매체의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2017년에는 열병식이 생중계가 됐으며 2018년과 2019년에는 녹화돼 이후 방송됐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자연재해로 집을 잃은 개성 등 지역 주민들이 새로 지은 주택에 입주한 가운데 당 창건일을 맞았다”며 “김정은을 그들의 아버지로 추앙했다”고 전했다.

올해 열병식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핵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경제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열리는 것으로 2011년 집권 이후 김 위원장 리더십의 최대 시험대 중 하나가 됐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폐쇄와 여름 홍수 및 태풍으로 더 큰 피해를 입으면서 축하할 일도 딱히 없는 상황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북한 열병식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10일) 새벽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장비·인원 동원하에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한미 정보당국은 본행사일 가능성을 포함하여 정밀 추적 중에 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10.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북한 열병식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10일) 새벽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장비·인원 동원하에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한미 정보당국은 본행사일 가능성을 포함하여 정밀 추적 중에 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10.10

한국 관리들과 분석가들은 북한이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다른 핵무기 등 새로운 전략무기를 열병식에서 동원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밀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전략무기들은 교착 상태에 빠진 핵협상에서 지속적으로 군사적 능력을 확장해 왔음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7년 11월 이후 ICBM을 발사하지 않았지만 신형 엔진에 대한 시험을 실시했고, 작년에는 사거리 단축형 고체연료 로켓을 도입했다. 이번 열병식을 통해 한 대의 로켓에 여러 개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했는지 여부도 과시할 가능성도 있다. 또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 무기들을 선보일 수도 있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이런 전략 무기를 과시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은 더 이상 핵 위험이 아니다”라고 한 주장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번 열병식은 새로운 전략무기로 군사력 과시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행사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직접적이거나 혹독한 비난을 피하고 대신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단합하자는 내부 메시지에 집중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발의 강도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AP통신은 “많은 분석가들은 북한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 심각한 협상이나 도발을 피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변화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에 대한 접근법을 재조정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앞서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유엔 위원회에서 “적대세력의 위협에 맞서 누구도 감히 도전하지 못할 가장 강력한 국방력을 구축하는 길에서 한시도 멈추지 않을 것”라고 한 발언과 같이 신형 무기나 연설을 통해 도발을 감행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여전히 나온다.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리허설인지 진짜 열병식인지 확증은 없고 추측만 할 수 있다”며 “만약 한밤 중 열병식이 진짜라면 매우 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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