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9일 오후 송철호 시장과 입주민 첫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이날 나온 주요 내용은 임시거처 확보, 보험 보상 문제, 주차된 차량의 이동 문제 등이 거론됐다.  ⓒ천지일보 2020.10.9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9일 오후 송철호 시장과 입주민 첫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이날 나온 주요 내용은 임시거처 확보, 보험 보상 문제, 주차된 차량의 이동 문제 등이 거론됐다. ⓒ천지일보 2020.10.9

울산시, 주민들과 간담회 열어

휴대폰 잃어 숙소 찾기 혼선

“정부에서 원인 파악 나서야”

“유리 파편 날리고 믿기지 않아”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갑자기 벨이 울려서 설마 오작동이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불길이 솟구쳐오르고 창문이 ‘펑펑’ 소리를 내며 깨지고 날렸어요. 우리 집이 다 타버렸어요. 이런 큰 화재를 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9일 오후 울산 남구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그날의 상황을 떠올리며 망연자실했다.

지난 8일 오후 11시 7분께 울산 달동 33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발생한 이번 화재는 강풍에 의해 외벽을 타고 건물 최고층까지 화재가 확대돼 아파트 전체가 휩싸였을 정도로 불길이 차올랐다. 당시 강한 바람으로 헬기도 뜰 수 없었으며 사다리차가 닿지 않은 고층부로 불길이 번져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컸다.

그는 “긴박했던 상황에 소방대원들과 같이 소화기로 불을 끄기도 했다”며 “스프링클러가 26층까지는 잘 나와서 물수건으로 입을 막고 계단을 통해 사람들이 무사히 걸어 내려올 수 있었는데 27층부터는 물이 없어서 완전 다 타버렸다”고 말하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날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초기 건물 내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으나 옥상 수조의 물이 고갈되며 고층부에는 작동이 정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현장에서 만난 한 부부는 혼비백산한 모습으로 “우리 집은 중간층이었는데 너무 무섭다”고 울먹였다. 이들은 “내일 동생 자녀 결혼식을 앞두고 한복 등을 챙기기 위해 소방대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안전하게 집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계단에선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소방대원들이 무거운 장비를 들고 올라가며 잔불을 정리하고 있었다.

9일 오전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고층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헬기를 동원해 진화를 하고 있다. (제공: 울산시) ⓒ천지일보 2020.10.9
9일 오전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고층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헬기를 동원해 진화를 하고 있다. (제공: 울산시) ⓒ천지일보 2020.10.9

안전을 위해 함께 간 소방대원도 입주민 신분증을 확인했고 화재에도 대소사는 치러져야 하기에 내부 진입을 협조했지만, 21층 이상은 피해가 커 진입 자체가 불가하다고 했다.

이날 오후 송철호 울산시장과 입주민 간담회를 기다리던 주민들은 긴급했던 화재 상황을 이야기했다. 주민들은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몸만 겨우 빠져나왔는데 휴대전화가 없어 임시숙소가 어딘지도 몰랐고 가족과 지인 집으로 이동했다고 호소했다.

아파트 거주민 박명서(69, 남)씨는 “불이 났을 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손녀들만 당시 집에 있었다. 손녀들이 잠옷만 입은 그대로 잘 나와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하지만 학교에 가려면 옷도 있어야 하고 노트북이나 지갑이라도 가지고 나올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돼서 답답하다”며 “하루빨리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화재가 진압된 9일 오후에는 송 시장과 입주민들의 간담회가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주요 내용은 ▲임시거처 확보 문제 ▲보험 보상 문제 ▲주차된 차량 이동 문제 등이었다.

간담회에선 입주민들이 입을 모아 문제점과 당장의 살길에 대해 이야기했다. 울먹이는 사람들도 곳곳에 보였다.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지난 8일 오후 11시 7분께 화재가 발생한 울산 달동 삼환아르누보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건물 외벽의 알루미늄 복합 패널의 내부 단열재 등이 널브러져 있다. 소방당국은 이 복합 패널 내부 단열재가 난연제인지 불연제인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천지일보 2020.10.9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지난 8일 오후 11시 7분께 화재가 발생한 울산 달동 삼환아르누보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건물 외벽의 알루미늄 복합 패널의 내부 단열재 등이 널브러져 있다. 소방당국은 이 복합 패널 내부 단열재가 난연제인지 불연제인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천지일보 2020.10.9

33층에 산다고 밝힌 한 주민은 “우리 집이 완전히 다 탔다. 생명에 피해가 없는 것은 다행이지만, 당장에 갈 곳이 없다”며 “의식주 해결과 앞길이 막막하다. 초기 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또 한 주민은 “이런 큰 화재 사례는 지자체에서만 끝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고층 아파트 주변에 제대로 된 소화전이 하나 없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건축기술 전문가를 요청해 화재 원인 파악에 나서 줄 것”을 건의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제 겨우 불을 끈 단계로 원인 파악 등 시간이 필요해 입주 시기를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지만, 의식주만큼은 불편이 없도록 몇몇 숙소와 협의 중에 있다”며 “최대한 빨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껏 우리나라 어디서도 이런 큰 화재는 없었고, 울산시도 처음 겪는 일이기에 새롭게 체계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지자체도 임하겠다”며 “힘들겠지만 함께 마음 모아 하나씩 해결해 나가자”고 설명했다.

한편 대형 화재에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단순히 연기를 흡입하거나 찰과상을 입은 93명 중에서 3명이 중상자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상태가 양호해져서 귀가했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 진압에 인력 1300여명과 장비 148대가 동원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화재가 발생한 지 약 14시간 30분 만인 9일 낮 12시 35분부로 초진 완료됐고 이날 오후 2시 50분에 불은 완전히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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