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

베토벤은 1802년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칩거 생활을 하던 중에 청각 마비에 대한 고통으로 한때나마 극단적인 생각을 하여 두 동생에게 유서(遺書)까지 남겼는데 그 유서를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는 베토벤의 유언과 개인 철학이 담긴 유서로 요양차 내려간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두 동생 앞으로 장문의 유서를 쓴다.

베토벤은 유서에 귀머거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고백과 함께 절망적이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자신의 심경을 솔직히 피력했다.

그런데 실제 동생들에게 보내지는 않았고 이 유서는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이후 발견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베토벤이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였던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작곡한 곡들은 매우 쾌활하고 낙천적이라는 것인데, 특히 제2교향곡은 매력 넘치는 풍요로운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교향곡 2번은 그의 젊은 연정을 더욱 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그의 의지가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슬픔을 깨끗이 씻어 내고 있으며, 마치 생명의 용솟음이 종곡(終曲)을 더욱 장엄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베토벤은 비록 육체적으로 청각 마비라는 고통스런 순간을 맞이하였으나 그래도 자신은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었으며, 그 병이 고칠 수 없는 불치의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하일리겐슈타의 집 근처에 제6교향곡을 구상한 산책로와 곡을 작곡한 집도 있었다는 것인데, 제6교향곡은 흔히 ‘전원교향곡’으로 알려진 곡인데, 이 작품의 배경이 바로 하일리겐슈타트였다는 점이 놀랍게 느껴진다.

이와 같이 극단적 선택의 위기를 극복한 베토벤은 다시 새로운 각오로 작곡에 임하여 그 이후 제3교향곡 ‘영웅’을 비롯하여 제4교향곡, 제5교향곡 ‘운명’, 제6교향곡 ‘전원’,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과 ‘열정’, 현악 4중주곡 ‘라즈모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바이올린 협주곡 등 많은 작품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는 베토벤 생애에 있어서 중기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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