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법 (CG) (출처: 연합뉴스)
조두순법 (출처: 연합뉴스)

‘조두순법’ 등 재범방지 한계

‘격리 입법’엔 위헌 가능성 높아

전문가 “치료 목적 차원 접근해야”

외국 입법례 “형벌과 보안처분 달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지난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 일대에서 초등학생을 교회 화장실로 끌고가 수차례 성폭행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68)씨 출소를 두 달여 앞두고 그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달라는 요구가 거세지는 모습이다.

물론 법무부는 종합 대책까지 내놓으며 조씨의 재범 방지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아울러 이미 법원의 판단은 끝났고 수감 기간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법무부가 내놨는데, 이를 계기로 강력성범죄자인 조씨 출소 후 ‘격리’가 가능한지 사후 대책들은 있는 것인지 짚어봤다.

◆출소 후 자유 제한 방법

출소 후에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우선 전자발찌가 있는데, 조씨에게 이미 7년간 부착하라는 선고가 내려져 있다. 신상도 5년간 공개하도록 한 판결이 나와 있다. 다만 전자발찌의 범죄 예방 효과는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그간 전자발찌를 찬 채 범죄를 저지른 사람 수를 보면, 최근 5년간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피부착자 성폭력 재범건수는 292건에 달했다.

신상공개도 성범죄자알림e 사이트에 들어가야만 한다. 물론 아동 청소년을 둔 세대나 학교에는 별도로 알림이 가기는 한다. 그런데 일반인이 사진이나 인적사항을 인터넷 등에 전파하면 안 된다.

이른바 ‘조두순법’이 제정된 배경이다. ‘이런 정도의 대책으로 재범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국회는 조씨와 같은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게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내릴 때 ‘피해자 등 특정인 접근금지’ 명령도 함께 내리고, 전담 보호관찰관을 지정토록 하는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두순법)’을 입법했다. 이 법률은 같은 해 4월 시행됐다.

하지만 이렇게 마련된 피해자 접근금지 제도가 이미 판결이 확정돼 형기 만료를 약 2개월 앞둔 조씨에게는 정작 적용될 가능성이 없다.

조두순법 부칙은 ‘피해자 접근금지 명령 규정은 법 시행 후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선고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법 시행 전 범죄를 저질렀어도 아직 판결이 확정된 경우가 아니면 법원은 판결 시 부착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이미 확정판결을 받았을 때는 해당 사항이 없다.

그래도 방법은 있는데, 피해자 접근금지와 비슷한 효과가 발생하도록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자에 대한 ‘준수사항’을 변경하면 된다.

법무부가 1:1 전담 보호관찰관을 지정하고 주거지역에 대한 전담팀을 배치하는 등의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피해자 접근금지 등 실질적 행동제한 조치인 준수사항이 없으면 재범방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조씨에게 준수사항 명령을 부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법무부가 ‘준수사항 추가’ 추진을 검토하고 있지만 법원 판결 시 준수사항 선고가 없을 때는 피부착자가 신고위반, 주거지 위반 등의 위반사항이 있는 경우 또는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에 보호관찰소장의 신청과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결정한다.

조씨가 출소 후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주거지 위반 등 위반사항이 있거나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는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즉 보호 관찰 규정을 어겨야만 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셈이다.

위치추적 전자장치(PG) (출처: 연합뉴스)
위치추적 전자장치 (출처: 연합뉴스)

◆격리조치 요구 많지만… 헌법 위반 안돼

결국 조씨와 같은 위험 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로부터 일정기간 ‘격리’ 등 강력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렇다면 출소 이후 격리시킬 수 있는지도 따져봤다.

크게 두 가지 제도로 요약된다. 먼저 ‘보호감호’다. 특정 시설에 머물게 해 일정 기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것인데, 교화를 시킨 뒤에 사회 복귀를 돕자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 1989년 헌법재판소에서 법관의 재량 없이 일정 요건에만 해당하면 무조건 보호감호를 선고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일부 위헌결정을 내렸고, 이후 사회보호법에 존속하는 형태로 남아 있다가 2005년 폐지됐다.

두 번째는 ‘치료감호’다. 보호감호와 유사한 방식으로, 치료에 집중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 제도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데, 조씨의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치료감호 결정은 법원이 하도록 돼 있고, 범죄에 대한 선고와 ‘동시에’ 해야 한다. 조두순 사건은 이미 2009년에 판결이 끝났다. 치료감호는 ‘정신성적 장애’ 같은 증상을 요건으로 하는데, 당시 치료감호 결정은 없었다.

사실상 ‘격리할 수 없다’는 것인데, 그러면 ‘후속입법’을 통해 실현할 수는 있을까? 관건은 ‘소급적용 문제와 이중처벌 논란’을 비껴갈 수 있느냐’다.

이에 법무부는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들어 “형벌 불소급 원칙에서 의미하는 처벌은 제재의 내용이나 실제적 효과가 형벌적 성격이 강해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경우도 포함한다”면서 “실질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처분에 대해서는 이 원칙에 따라 행위시법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마디로 법을 새롭게 만들어 과거의 범죄에 대해 처벌에 준하는 처분을 내리는 건 이중처벌로써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 정치권에서 강력 성범죄자들의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사회 격리를 위한 ‘보호수용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미 헌재의 결정이 존재하는 마당에 위헌 소지를 피해가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에도 보호수용제 도입 법안이 발의됐지만, 같은 이유로 통과하지 못한 전력도 있다.

◆학계·법조계 일각선 반론도

반면 학계와 법조계 일각에선 보호수용을 자유박탈이 아닌 제대로 된 치료와 재사회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중처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대두된다.

이헌 변호사는 9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보호수용을 격리한다는 의미보다는 치료를 하고 직업훈련 등을 받을 수 있는 시설로 이해해야 한다. 재범의 우려가 큰데도 방치할 수만은 없는 게 아니냐”라면서 “과거 보호감호제도 당시 격리됐던 이들이 교정시설과 거의 비슷한 처우를 받았던 것과 달리 완전히 다른 별개의 시설을 만들어 머무르게 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독일의 경우 지난 2011년 연방헌법재판소에서 보안감호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보안감호와 형벌은 부과의 근거와 목적이 전혀 다르므로 이에 대한 집행도 차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보호감호자의 재범의 위험성을 상쇄하기 위한 통합적이고 과학적인 처우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 형벌과 전혀 별개의 수형생활 마련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독일은 교정기관과 별개의 시설을 만들어 보호감호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또 법원은 보안처분 기간이 완료되면, 보안처분을 받는 자를 심사해 이를 종료하거나 계속 연장하도록 명령할 수 있게 했다.

오스트리아는 폭력 또는 협박으로 신체와 생명, 타인의 재산·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해 보호수용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법원은 고의범죄 등으로 2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범죄자를 심사해 보안처분을 내릴 수 있으면, 기간은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범죄자가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집행된다.

스위스도 강도, 강간, 인신매매 등을 저지른 중범죄자가 또다시 범죄를 일으키면 최소 3년부터 무기한까지 보안처분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재범 위험성이 크고, 치료 성과가 미미해 다른 방법이 없다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 보안처분을 마친 후에는 관할청 구금시설 담당 공무원 의견에 따라 3년 동안 조건부로 석방된다. 

조두순 재범 방지 대책 간담회 참석한 고기영 법무부 차관. 1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열린 '조두순 재범 방지 대책 마련 간담회'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기념촬영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조두순 재범 방지 대책 간담회 참석한 고기영 법무부 차관. 1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열린 '조두순 재범 방지 대책 마련 간담회'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기념촬영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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