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10.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10.8

세대합산 문제 지적에 검토
3억원 고수하다 결국 손들어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내년부터 주식 양도차익 과세대상인 ‘대주주’ 요건에서 한도가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어드는 것과 관련해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국회 여야가 이를 거들어 유예하자고 정부를 압박했고, 정부가 한발 물러났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조세정책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정부의 방침 수정을 요구했다.

지난 2017년 정부의 세법 개정에 따라 주식 양도세를 내게 되는 대주주의 범위가 2018년에는 기존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2020년에는 10억원으로 낮아졌고, 2021년에는 3억원으로 더 낮아진다. 이와 함께 주식 보유액은 주주 당사자는 물론 배우자, 부모 등 특수관계인까지 합산되도록 했다.

즉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배우자와 부모·조부모·외조부모·자녀·친손자·외손자 등 직계존비속, 그 외 경영지배 관계 법인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산해 계산한다는 얘기다.

대주주 판단 기준일인 올해 연말 기준으로 특정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는 세법상 대주주로 분류돼 내년 4월부터 양도차익의 22∼33%(기본 공제액 제외, 지방세 포함)를 세금으로 내는 방식이다. 나아가 가족합산까지 할 경우 직계존비속의 주식 보유 내역을 서로 공유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컸는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2일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고, 한 달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앞서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억원 요건은 유지하되 가족합산 부분은 개인별로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곧 가족합산은 보완하겠지만 3억원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동학개미운동 주식 증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동학개미운동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8일 국감에서 대주주 요건 3억원으로 낮추는 것까지 여야가 일제히 비판하자 홍남기 부총리는 국회와 협의하겠다며 3억원을 고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선회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국민이 뭐라고 하든 말든 이미 계획한 것이니 가야겠다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며 “과세 형평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주주 범위를 낮추지 말고 그냥 유예하자”고 압박했다.

민주당 양향자 의원 역시 “3억원 요건은 국민적 시각에서도 맞지 않고 동학개미를 포함해봐도 맞지 않는 데다 정당에서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도 “대주주 양도세 문제가 쟁점인데 여당 의원들과 의견이 같다”고 가세했다. 이에 추 의원은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는 것이니 기재부 의견은 참고하고 여야가 뜻을 모으면 (대주주 요건 10억원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홍 부총리는 처음에는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는 방침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으나 계속된 여야 의원들의 압박에 못이겨 결국 물러섰다.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법적으로 논의하면 정부야 협의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수정을) 한다면야 행정부야 협의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손을 들고 말았다.

이에 대주주 요건 변경 방안은 사실상 국회로 공이 넘어간 셈이다. 동학개미들의 반발로 또다시 정부가 선회했다. 앞서 정부는 개인 투자자들이 비판해온 공매도 거래 금지를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연기했고, 공모주 시장에서 기관투자자에게만 많은 물량이 배정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개인 물량 배정 확대도 검토 중이다.

또한 지난 6월 개인투자자의 2천만원 이상 국내 주식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새로 부과하고 증권거래세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제동을 걸자 5천만원으로 한도를 높이기도 한 바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학개미들이 주식으로 여윳돈을 마련하려고 하는데 이것마저 정부가 막겠다는 것은 잘못된 법”이라면서 “주식시장의 부흥을 위해선 정부가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개정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갑자기 충격을 주면 안되므로 10억원에서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낮춰서 국민들에게 적응기간을 주는 것이 좋다”면서 “향후 금액을 내리더라도 5~10년 적응기간을 둬야 한다”고 말해 3억원 변경보단 시기를 늦출 것을 강조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때마다 땜질식으로 과세 체계를 개편하기보다는 경제 규모 확대, 물가상승 그리고 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전반적으로 감안해서 대주주 기준 금액과 자격 요건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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