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는 28일 본지 세미나실에서 ‘종교가 갈 길-한기총 사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종교계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왼쪽부터 한기총 김화경 목사, 천지일보 이상면 사장, 민족전통인술세계화운동본부 이규정 총재, 한국자원봉사협의회 고진광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종철, 최유라 기자] 최근 빚어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금권선거 사태 후 개신교계는 여전히 혼란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기총은 더 이상 개혁의 여지가 없다며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과 뚜렷한 대안 없는 해체가 답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개신교계 전반에 분열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반면에 한기총 사태를 계기로 개신교 내 변화와 회개를 촉구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28일 ‘종교가 갈 길-한기총 사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최근 불거진 한기총 사태를 통해 종교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본지 이상면 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종교토론에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당시 금품을 받았다고 양심 고백한 김화경(한기총 21회기 스포츠위원장) 목사, 2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규정(민족전통인술세계화운동본부) 총재, 고진광(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상임이사) 한국자원봉사협의회 공동대표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욕심이 잉태해 죄를 낳고 있는 종교계 개혁돼야
-종교를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 목사=원론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자신의 힘으로 안 되는 한계점에 부딪칠 때 보이지 않는 신이 있음을 영적으로 깨닫기 때문에 의지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이처럼 종교는 초월적인 힘을 가진 신에게 의지하고 부탁하는 것이다.

이 총재=종교란, 마루 종(宗)과 가르칠 교(敎)를 합친 말로 으뜸의 가르침을 뜻한다. 즉 성령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혀서 사람들이 진실 되고 올바른 삶을 사는데 도움을 준다.

고 대표=인간은 자신의 가장 나약하고 황폐해진 마음을 어딘가에 기대면서 공동체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그 정신적인 지주가 되는 것이 종교라고 본다.

-오늘날 한기총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본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고 대표=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다만 한기총 금권선거, 폭력사건 등의 보도를 접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 교회가 사회에서 정신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이 총재=종교가 국민에게 위로를 줘야하는데 국민이 종교를 걱정하는 세태가 돼 안타깝다. 한 마디로 원인을 분석할 수는 없지만 사랑 자비 화해 용서를 줘야할 교회가 오히려 권력을 세습하고 타락해 부패가 만연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김 목사= 사람은 누구나 육적인 삶 속에서 끊임없이 명예욕과 육적인 욕망을 갖고 있다. 목사도 사람이다. 한기총 사태는 영적인 삶을 추구해야 할 성직자가 세속의 욕망을 이기지 못한 것이 근본원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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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제 역할 했다면 태동논란 없을 것
-한기총은 어떤 목적으로 출현됐다고 생각하나? 종교 조직의 목적은 종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한기총 출범 목적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태동이 현 한기총 사태의 원인은 아닌가.

이 총재=한기총은 타 단체를 견제하기 위해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보도를 접했다. 태어날 때부터 순수하지 못했다. 출범목적이 어떻든 건실한 단체로서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 사랑 속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한기총이라면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김 목사= 한기총 태동에 대해서 잘 알진 못한다. 하지만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기독교 단체인 기독교교회협의회(NCC)가 좌파 성향이 있어 우파 성향의 조직이 필요했기에 한경직 목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기총 태동을 한기총 사태와 연관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지만 한기총이 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은 배제한 체 정치적인 색깔만 문제 삼아 편중되게 기독교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기총, 정치의 힘 빌려 권력화
-오늘날 한기총은 종교권력의 상징이 됐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사장=정교분리 원칙이 잘 안 지켜지다 보니 종교지도자가 정치의 힘을 빌려 추앙을 받고자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김 목사= 한국 기독교를 대표해서 한목소리를 내는 출구가 두세 개 된다. 한기총은 이들 중심에 있는 단체다. 목사이기 이전에 사람이 모인 단체다 보니 개인적 욕심이 작용하는 것 같다.

고 대표=한기총이 진행하는 행사에 대통령이 나오는 것까지는 그렇다해도, 목사가 대통령을 무릎 꿇리는 행태는 종단의 권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싶다.

이 총재=한기총이 종교권력의 상징이라는 소리를 듣는 그 자체가 개신교의 불행이고 멀리 보면 국민의 불행이다. 비종교적인 행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는 그러한 삶을 종교 지도자들이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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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두둔하는 교계, 회개해야
-한기총 사태는 대표회장 금권선거로 비롯됐다. 이는 한기총뿐만이 아닌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 목사=한기총의 문제는 한국 기독교의 현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투표권을 가진 실행위원들이 교회로 돌아가면 모두 교단의 대표회장, 총무 및 지도자급 실무자들이다. 금권선거 문제가 드러난 뒤에도 물러나지 않고 또 관계자들이 이를 두둔하고 침묵하고 있는데 회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대표=우리사회의 대표적인 위치에 있는 종교인이 금권선거를 했다는 것이 문제다. 더 큰 폭탄이 터지기 전에 내관이 터진 셈이다. 국민에게 반성하고 사회의 고통을 돌아봐야 한다.

이 총재=비단 개신교, 한기총 문제만이 아니다. 성경에는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는다는 구절이 있다. 교회가 성장하면 부와 권력이 생기지만 후에는 권력과 부가 부패 및 타락으로 가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회는 ‘기업’이라는 국민들의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준 없는 ‘이단’, 강제개종은 넌센스
-최근 강제개종 사태를 보면 ‘한기총이 이단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많다. 이단은 무엇이고 강제개종 교육과 같은 인권문제 해결책은 무엇인가?

김 목사=이단은 창조주 하나님과 예수님의 인성과 신성 부인하고 예수님의 십자가의 대속과 부활 등을 부인하며 목사직을 이용해서 자기의 배를 채우는 단체다. 한기총에는 이단대책위원장, 상담소장 등이 있다. 여기서도 이단으로 규정해야 할지를 두고 싸우기도 하는데 내가 논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땅에서의 천국만을 추구하는 것이 정상적인 목사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어느 종파, 교단, 종교가 됐든지 나라와 국가관을 바로 세운 뒤 사회 약자를 섬겨야 한다. 강제로 교육 시켜 그리스도인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연구 결과로 입증된 바 있다. 한마디로 강제로 끌어다 개종시킨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이 총재=개신교 쪽에서 이런 문제에 반성할 점이 많다. 자기 종교가 아니라고 해서 우상숭배 하는 것은 사탄이라며 불교계를 공방하거나 민족종교를 사이비 종교로 치부, 같은 기독교인이지만 서로 이단이라고 주장하는 일 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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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대표=강제개종도 결국 돈과 연결되는 것 같다. 목회자들이 이웃과 이웃 종교를 이해하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교회가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면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사장=오늘 ‘종교가 갈 길’이란 주제로 진행된 토론은 한기총 사태를 중심으로 단순히 개신교계를 넘어 종교계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했다. 주제가 민감하고 시간적 제한으로 인해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한기총 문제를 정치 사회인이 함께 짚어보고 고민했다는데 의의가 있었다고 본다.

오늘 토론에서 거론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향후에 깊이 있게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 가겠다. 바라기는 종교의 순기능이 제대로 발휘돼 종교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날이 도래하기를 희망한다.

◆맺음말

이날 인터넷 생중계로 진행된 토론에는 네티즌도 참여해 ‘성직자 자질 문제’를 한목소리로 꼬집었다.

이규정 총재는 최근 성직자 70명 중 1명이 범죄자라는 보도를 통해 종교계 역기능의 원인을 찾기도 했다. 이 총재는 “목사, 승려, 신부 등 성직자 70명 중 1명이 범죄자라는 기사에 가짜 목사나 승려가 포함돼 있긴 하지만 종교지도자들의 자질이 문제”라며 “이는 종교계가 성직자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을 바로잡아야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화경 목사는 “한기총 소속 목사들이 지난 몇 년간 공식적인 자리에서 금권선거를 해왔다고 밝혔지만 이들은 오히려 금권선거를 한 목사들을 지지하는 등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 금권선거 양심 고백 후 ‘정신병자’라고 음해하기도 했다”며 “윤모 목사는 조직폭력배를 통해 납치하겠다”고 협박까지 하는 등 비정상적인 목사들의 행태를 개탄했다.

고진광 대표는 “기독교가 해방 후 우리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한 부분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남을 배려하지 않는 분위기는 성직자들의 배금주의와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은 개신교계의 최근 이슈를 주제로 진행된 만큼 네티즌들의 폭발적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김화경 목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교계 지도자들이 잘못을 회개하기는커녕 협박과 은폐 등 비상식적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한국 교회 개혁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남겼다.

참석자들의 지적처럼 종교가 사회의 근심거리가 되는 지금의 세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식적 수준의 이해와 사회를 순화시키는 종교의 본질적 기능이 회복돼야 한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종교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하며, 본지는 이를 위해 지속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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