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5일간이나 이어진 추석 연휴 동안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집에 콕 박혀있던 많은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준 이는 ‘가황(歌皇) 나훈아’와 ‘손셰이널 손흥민’ 두 사람이었다. 나훈아는 자신이 직접 기획한 TV콘서트에서 수십년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자신의 주옥같은 대표곡들을 불렀다. 영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훗퍼스의 손흥민은 한때 박지성의 소속팀으로 한국축구팬들에게 낯익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2골을 폭발시켰다. 토트넘의 6-1 대승을 이끌었던 손흥민의 이번 경기는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붐’ 차범근이 갖고 있던 유럽 빅리그 역대 최고 골기록을 깼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이번 멀티 골로 한국인 최초 유럽 리그 통산 100득점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1군 무대에 데뷔한 지 10년 만의 일이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에서 5시즌 135경기에서 41골, 2015년 EPL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지난 시즌까지 4시즌 160경기에서 53골을 넣었다. 올 시즌 리그 4번째 경기였던 맨유전에서 5·6호 골을 연달아 터뜨리며, 차범근(98골)을 넘었다.

손흥민은 한때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활약한 차범근이라는 이름을 신화처럼 여겼다. 그가 태어난 1992년 이전 한국축구 최고의 스타이기 때문이었다. 10살 때 손흥민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박지성을 보고 본격적인 축구 스타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박지성을 배우며 그가 밟아간 길을 차례로 따라갔다. 한국에서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축구의 본고장 유럽 축구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떠났다. 차범근의 역사가 살아있는 독일 축구를 먼저 선택했다. 이어 현재 세계축구를 호령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진출했다.

손흥민은 자신의 우상인 박지성을 넘어 신화적인 인물이었던 차범근의 골기록까지 깨면서 명실상부한 한국축구의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손흥민은 기록뿐 아니라 최고 선수라는 자리를 놓고서도 차범근과 자주 비교되곤 했다. 손흥민과 차범근은 시대적 환경의 차이로 인해 직접 비교를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선수 스타일을 두고 평가를 할 수는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멤버이자 유럽 축구 경험이 있는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은 둘의 우열을 비교하기보다는 3가지 공통점을 먼저 꼽았다. 빠른 스피드를 갖고 있고 오른발과 왼발을 가리지 않는 탁월한 슛감각과 한국선수로는 보기 힘든 골에 대한 집착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만약 손흥민과 차범근이 한국에서만 선수생활을 했다면 이런 장점을 갖추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차범근은 한국에서 군 생활을 한 뒤 20대 중반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해 30대 후반 은퇴를 할 때까지 성실한 자기 관리로 성공을 할 수 있었다. 손흥민도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레버쿠젠 등에서 실력을 키운 뒤 프리미어리그에서 마침내 화려한 모습으로 피어났다.

차범근 이후 끊어졌던 한국 축구 공격수의 계보를 이어나간 손흥민은 커리어나 스타일 면에서 차범근과 닮은 점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손흥민은 차범근을 넘어서 그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이미 구축했다. 차범근 시절보다 더 과학적이고 현대화된 축구 스타일을 구사하며 그전보다 월등히 경쟁이 심해진 세계 축구에서 분명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관점에서 바라보던 차범근 시절의 축구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선수이다. 이제는 세계 축구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손흥민을 평가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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