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코리아] 쪽방촌에 엄습한 코로나 공포… “가난보다 더 무서워”
[코로나&코리아] 쪽방촌에 엄습한 코로나 공포… “가난보다 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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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마스크를 쓴 어르신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마스크를 쓴 어르신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11

서울 동자동 쪽방촌 가보니

1평남짓 방 일렬로 붙어있어

공용부엌·화장실 수십명 사용

“병원갈 돈조차 없어 힘들어”

“코로나 감염예방 여건 열악”

“쾌적환경, 정부가 마련해야”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가난보다 코로나가 더 무서운 것 같아….”

8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만난 이순분(70) 할머니는 이같이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역 인근에서 뻥튀기를 팔며 생계를 이어가던 할머니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상황이 무척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이 할머니는 “국가에서 마스크 착용해라, 소독제 수시로 써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걸 살 돈이 어딨냐”며 “코로나에 감염될까봐 나 같이 나이 많은 사람은 밖에 나가면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먹고 살려면 나가야 되는데 어떡하냐”고 하소연했다.

이 할머니는 여유분의 마스크가 없어 꼬깃꼬깃해진 면 마스크 한 장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주며 외출할 때마다 착용한다고 했다.

할머니가 거주하는 집의 환경은 더욱 열악했다. 창문을 오랫동안 열지 않아 매케한 냄새가 가득했고, 집안에는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조차 없었다.

아플 때 병원에 자주 가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할머니는 구석에 놔둔 약봉지를 꺼내며 “작년에 약 타온 건데 감기 걸렸을 때마다 먹는다. 병원 갈 돈이 없어서 약도 아껴 먹는다”고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동자동 쪽방촌은 다세대 주택을 나눠서 1평 남짓 정도되는 쪽방이 일렬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시민이 쪽방상담소에서 추석 선물로 받은 마스크, 손소독제 등 생활용품을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시민이 쪽방상담소에서 추석 선물로 받은 마스크, 손소독제 등 생활용품을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7

복도 끝에는 여러 가구가 함께 쓰는 공용화장실과 부엌이 있었다. 이곳은 수십명 가량의 사람들이 함께 사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훨씬 쉬운 환경이었다.

지난해 서울시의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자동을 중심으로 분포된 서울역 인근에 있는 쪽방촌에 거주하는 사람은 총 1158명이다.

건물당 평균 방의 개수는 19개이며, 거주 인원은 16.5명이다. 샤워실이 있는 곳은 47%로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건물당 평균 화장실 변기 수도 2.6개 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쪽방촌 주민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보이기도 했다.

박병식(가명, 87) 할아버지는 코로나19가 너무 무섭다고 몸서리를 치며 집에서 마스크를 한시도 벗은 적이 없다고 했다.

박 할아버지는 사회복지사들이 무료로 제공한 일회용 마스크 10여장으로 버티고 있다며 마스크 한 장 그냥 버리기가 아깝다고 했다.

그는 “마스크 살 돈도 없는데 아껴서 써야 하지 않겠냐”며 “가난보다 코로나가 더 무서운 것 같다. (코로나 안 걸리려면) 집에서도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60, 남)씨는 다리도 제대로 뻗을 수 없을 정도로 비좁은 공간에서 10여년 넘게 지내왔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플라스틱공장에서 일하다가 머리를 다쳐 직장을 그만둔 이후로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신세가 됐다며 넋두리를 늘어놨다.

김씨는 “국가에서 기초수급비를 지원받지만, 병원에서 치료받으려면 택도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사람과 왕래를 안 한 지 좀 됐다. 그래서 때론 사람이 그립다. 몸만 괜찮더라면 좀 다닐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힘없이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시민이 쪽방상담소에서 추석 선물로 받은 마스크, 손소독제 등 생활용품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시민이 쪽방상담소에서 추석 선물로 받은 마스크, 손소독제 등 생활용품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7

다른 쪽방촌 거주자의 삶은 어떨까. 서울 영등포 쪽방촌 일대에 거주하는 김현미(가명, 55, 여)씨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 동네에선 코로나19 때문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외부에서 사람이 와도 그다지 반갑지 않다. 행여나 바이러스에 옮을까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 조심해야 하는데 여건이 따라 주지 않아 너무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집안에 창문이 없어 통풍도 잘 되지 않을뿐더러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복도에선 사람 간 거리두기도 어렵다”고 했다.

김씨는 “정부가 쪽방촌 등 환경이 열악한 주거지에 대한 방역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말뿐인 대안”이라며 “실제로 쪽방촌에 와보면 사람들이 정말 어렵게 산다. 마스크 한 장 사는 게 힘드신 분들도 꽤 있다. 주거환경 자체가 코로나19 예방하는 데 매우 열악하다.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맞는 정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 감기나 발열 증상을 보이면 쪽방촌 주민들은 특히 불안감에 떨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돈조차 없어 검사를 못 받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이곳은 정말 코로나19가 무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창우 안전시민사회연대 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쪽방촌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대다수가 고령층이다. 때문에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분도 상당히 많다”며 “이런 분들이 만일 코로나19에 걸리면 상당히 치명적이다. 열악한 쪽방촌의 환경에서 벗어나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의 골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수칙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10.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의 골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수칙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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