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독감 백신의 유통상 문제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들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독감 백신의 유통상 문제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들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4

지난달 21일 유통 문제 발견

국가사업 무료접종 전면중단

‘상온노출 백신’ 접종자 폭증

지난 6일까지 ‘3045건’ 확인

품질검사 결과나와 상황정리

정은경 “불안·심려끼쳐 송구”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에 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갑자기 독감백신 유통 과정에 문제가 발견됐다는 보건당국의 발표가 나오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다행히 해당 백신에 대한 약 2주간의 품질 검사 결과 ‘문제 없음’이란 판단이 나와 오는 12일부터 정상적인 유통이 이뤄지게 됐지만, 이 같은 판단이 나오기 직전까지 논란된 백신을 접종한 사례가 3045건에 달하는 등 적지 않은 수가 해당 백신을 접종해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7일 본지는 ‘상온노출 백신’ 논란의 시작부터 ‘품질이상 없음’ 결론까지의 논란 전말을 살펴봤다.

지난달 21일 늦은 오후 질병관리청(질병청)은 갑자기 독감백신 유통 과정상에서 일부 문제가 제기돼 무료접종 일정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백신 유통과정의 문제로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해 접종 일정을 변경키로 했다”며 “기존 접종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백신 물량 확보 상황을 보고 순차적으로 재개한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설명에 따르면 무료 백신 공급 과정 중 위탁 배송 업체인 신성약품이 냉장 상태 유지 기준(콜드체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공급을 중단한다는 것이었다.

다음날인 22일 질병청은 ‘예방접종 일시 중단 관련 Q&A’ 자료를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품질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면 즉시 물량 공급을 통해 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품질 검사는 약 2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성에 문제없음이 확인되면 13~18세 접종 사업을 재개하고, 안전한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10월 어르신 접종을 포함해 순차적으로 접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독감 백신의 유통상 문제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들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DB 2020.10.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독감 백신의 유통상 문제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들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DB 2020.10.2

품질검사 대상은 약 500만 도즈(1회 접종분)다. 이 물량은 13~18세 학령기 접종에 쓰일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해당 나이 구간의 국가 예방접종이 중단됐을 뿐 아니라 모든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멈춰섰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보건당국이 유통과정상 기준온도(2~8℃)를 초과한 ‘상온노출 백신’에 대한 즉각적인 유통 중지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해당 백신을 접종한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단순히 상온노출 백신에 대한 품질검사만 아니라 해당 백신을 접종한 이들을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들에게서 이상반응이 없는지까지 검사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때마다 시민 불안감도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지난달 25일 105건으로 확인됐던 상온노출 백신 접종 사례는 224건을 기록했고, 26일엔 하루 사이 100여명이 또 늘어나 324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숫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조사가 거듭될수록 접종자 숫자는 계속해서 증가했다.

지난달 27일 기준 407명으로 늘어나 전날 대비 83명 증가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28일 해당 백신 접종자 가운데 1명에게서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주사를 맞은 부위에 통증이 있다는 보고가 접수된 것이었다. 보건당국으로서는 더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상온노출 백신 접종자 수는 지난달 28일 873명을 기록했고, 이후 1362명(29일)→1910명(30일)→2290명(1일)→2295명(2일)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접종자 수는 지난 6일 오후 2시 기준 총 16개 지역에서 3045건이 확인됐다. 연일 수백명씩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독감 백신의 유통상 문제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독감 백신의 유통상 문제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4

이같이 접종자가 증가하는 과정 중에선 지난 1일 이상 반응을 보인 사람이 추가돼 8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상 반응을 새로 신고한 4명 중 2명은 오한·두통·메스꺼움, 1명은 두드러기, 1명은 설사 증상이 있다고 각각 보고됐다. 다만 이들 모두는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 정리될 수 있었던 것은 약 2주간의 품질검사에 대한 결과가 나오면서부터였다.

지난 6일 질병청은 식약처가 상온노출 백신에 대한 품질검사를 진행한 결과 백신의 품질에 문제가 없는 판단이 나와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오는 12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배송 운송과정에서 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정도와 시간을 고려해 올해 생산한 백신을 대상으로 안정성 시험을 시행했다. 그 결과 모든 제품들은 25℃에서 24시간 동안 품질이 유지됐다.

또한 안정성 시험에서 확인한 시간·온도 범위 내에서 유통됐지만 유통 과정 중 기준온도(2~8℃)를 초과한 일부 백신을 수거해 품질검사를 시행했는데 이들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질병청은 조사 결과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거쳐 백신 효력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일부 백신에 대해서는 수거하기로 결정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금번 인플루엔자 백신의 유통 과정과 접종기관 관리 문제로 국민들에게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앞으로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사업이 더욱 안전하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접종기관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상온노출 백신’ 논란 일지. ⓒ천지일보 2020.10.7
‘상온노출 백신’ 논란 일지. ⓒ천지일보 2020.10.7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