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AP/뉴시스]지난 6월 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사회보장국 앞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실업급여를 청구하기 위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방콕=AP/뉴시스]지난 6월 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사회보장국 앞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실업급여를 청구하기 위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아시아에서는 청년들, 이 중에서도 젊은 여성이 취업 전선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를 인용해 청년들의 직장 생활이 막 시작됐을 때 도소매업, 제조업, 비즈니스 서비스, 숙박업과 음식 서비스업 등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4개 경제 분야에 청년층의 절반이 모여 있기 때문에 기성세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ADB와 ILO의 보고서는 젊은 여성들과 직업 사다리의 가장 낮은 층에 있는 사람들의 타격이 가장 크며 이 젊은층이 ‘봉쇄 세대(lockdown generation)’로 남겨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방콕 출신의 파비사 케투파냐(26)도 코로나19 사태로 취업에 실패했다. 파비사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조종사 자격증을 따고 비행기를 조종하려고 했지만 대유행으로 인해 그의 계획은 중단됐다. 파비사는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받았을 때 이것이 좋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평생 직장이 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파비사는 현재 취미였던 속눈썹 연장술을 통해 수입을 얻고 있다. 파비사는 “조종사 수입의 일부만 벌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파비사의 사례는 올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13개국에서 무려 1500만개의 청소년과 젊은 층을 위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ADB와 ILO 보고서의 내용을 반영한다.

청년 실업이 세계적인 위기인 반면, 아시아는 최근 수십년 동안 비교적 젊은 인구와 수요 촉진을 위해 중산층이 급증하는 것에 크게 기대 왔으며 이는 현재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2019년 세계 경제 성장의 3분의 2 이상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차지했으나, 올해 역내 개발도상국들은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경제 성장률이 위축될 전망이다.

이는 뉴델리의 17세 소녀인 나비샤 알리에게 별로 낙관적이지 않은 전망이다.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 그는 작은 옷 공장에서 모조 다이아몬드를 고치는 일자리를 잃었고, 지난 6개월 동안 정규직 일자리를 찾아다녔다. 나비샤는 3년 전 도로 사고로 그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학교를 떠났다. 그간 한 달에 5500루피(8만 7천원)를 벌어 그의 부모님과 동생 4명을 부양해왔다. 이제 16살, 14살인 나비샤의 두 자매도 학교를 그만두고 나와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젊은층, 특히 젊은 여성들이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는 노동 분야에 더 많이 노출됐음을 알려주는 그래프. 아시아 및 태평양에서 영향 수준별 고용 분포 그래프로, 2020년 추정치로 청소년은 15~24세, 성인은 25세 이상을 가리킨다. (출처: 국제노동기구, 블룸버그통신 홈페이지 캡처)
젊은층, 특히 젊은 여성들이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는 노동 분야에 더 많이 노출됐음을 알려주는 그래프. 아시아 및 태평양에서 영향 수준별 고용 분포 그래프로, 2020년 추정치로 청소년은 15~24세, 성인은 25세 이상을 가리킨다. (출처: 국제노동기구, 블룸버그통신 홈페이지 캡처)

세계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쇼크는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빈곤층’이라는 계층을 만들고 있으며 추가로 3800만명이 빈곤한 생활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국립대 가족인구연구센터의 위준 장영 소장은 이번 위기가 기성세대와의 관계를 긴장시키고,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태롭게 하며 이전의 일자리 위기보다 더 악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에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동시에 몰려오기 때문에 충격이 훨씬 더 심하다”며 “이번에는 그것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그 영향은 훨씬 더 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 소장이 경고하는 이런 영향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사회학 학위를 받고 졸업한 후 취업에 실패해 부모님의 은퇴 자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JM 디마우나한에게도 끼쳤다. 그는 계획대로 마케팅 업무를 시작하는 대신 콜센터 업무를 하고 있다. 디마우나한은 “일부 기업들은 대유행으로 채용 절차가 보류됐다고 밝혔다”며 “가족을 위해 돈을 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생활비로 부모님의 퇴직금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이 세대의 한 줄기 희망은 젊은이들이 찾고 있는 기술 분야들”이라며 “아직 고도로 전문화된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회사인 에스리 차이나(홍콩)의 회장이자 홍콩대 부교수인 위니 탕은 존스 홉킨스 대시보드가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탕 회장은 “IT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그러나 젊은 직장인들, 대학 졸업생들 조차도 10년 혹은 그 이상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이 위기에서 벗어난다면 ‘긱 경제(the gig economy)’를 향한 가속도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에 사는 트란 티 아이 비는 이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 8월 자신이 2월부터 근무했던 항공사에서 잘렸다. 비는 대신 매일 저녁 5~10명의 학생들과 페이스북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항공사월급 800만동(40만원)을 넘는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의사소통과 재무 관리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위기와 함께 온 기회를 잡는 경우도 있지만, 이 세대의 많은 청년층은 긱 경제에서 번창하지 못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긱 경제에서는 계약 없이 비공식적으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전체 실업률은 일부 피해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세가 가장 앞선 중국에서도 정부는 청년층 실업률이 여전히 높다고 경고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있고 신규 졸업생들은 장기 취업 기회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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