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0.9.2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0.9.28

“언론 통한 무분별한 노출 유감”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임시대리 대사의 한국 망명 보도를 두고 7일 “조성길 전 임시대리 대사의 소재와 소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날 열리는 외교부 국감에서도 조성길 전 임시대리 대사 관련 질의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18년 조성길이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을 탈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조성길과의 오랜 정을 생각해서 그를 우리 대한민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었다”고 말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였던 태 의원은 지난 2016년 아내, 자녀와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다.

태 의원은 “그러나 한 달 만에 공개할 수 없는 라인을 통해 조성길이 북한 대사관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그의 딸을 데려오지 못했고, 북한은 조성길이 대사관을 탈출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즉시 대사관 직원을 시켜 그의 딸을 평양으로 강제로 귀환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조성길의 한국행을 계속 주장하며 활동을 하게 되면 조성길은 물론 북으로 끌려간 딸에게도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충고를 받았다”며 “결국 나는 내가 조직한 ‘조성길 한국행 추진위원회’를 자동 해산하고 활동을 중지한다는 것을 선포했다. 그때부터 나는 관련된 그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태 의원은 “내가 북한 외무성 부국장으로 있었던 시절 조성길은 같은 외무성 5과 이탈리아 담당 부원으로 있었다. 그와 20년 지기”라며 “전직 북한 외교관이며 조성길과 오랜 기간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 조성길 본인의 동의 없이 관련 사실이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친혈육과 자식을 두고 온 북한 외교관들에 본인들의 소식 공개는 그 혈육과 자식의 운명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인도적 사안”이라며 “그래서 현재 대한민국에 와 있는 북한의 전직 외교관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우리 정부도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 의원은 “만일 탈북 외교관이 북한 대사관에서 탈출해 상주하고 있던 현지 국가에서 조용히 체류하고 있을 경우 북한에서는 그들을 도주자, 이탈자로 분류한다. 하지만 만약 대한민국으로 망명하면 그들을 배신자, 변절자라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주자, 이탈자로 분류된 탈북 외교관의 북한 가족에게 가해지는 불이익 중 가장 가혹한 처벌은 지방으로의 추방”이라며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는 등의 극단적인 처벌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절자 배신자의 가족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태 의원은 “만일 탈북 외교관이 대한민국에 와서 북한 김정은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과 해를 가하는 발언 등을 하는 경우, 북한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는다”면서 “없는 범죄 사실도 만들어서 뒤집어씌우고, 심지어 테러 위협까지 가한다. 두 경우의 수위는 완전히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에 있는 대부분의 전직 북한 외교관은 북에 두고 온 자식과 일가친척의 안위를 생각해 조용한 삶을 이어가고 있고, 우리 정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나는 조성길이 만약 대한민국에 와 있다면, 딸을 북에 두고 온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언론이 집중조명과 노출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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