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한국교회 ‘계륵’ 된 전광훈 목사… ‘이단’ 규정 못하는 이유 있었다
[이슈in] 한국교회 ‘계륵’ 된 전광훈 목사… ‘이단’ 규정 못하는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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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교단총회와 전광훈 목사 이단 규정 논란. ⓒ천지일보 DB
한국교회 교단총회와 전광훈 목사 이단 규정 논란. ⓒ천지일보 DB

 

갖은 논란 극보수 대표 주자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내치지도 못하고 인정도 못해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딜레마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이단 규정 안건이 ‘뜨거운 감자’로 올라온 한국교회 주요교단 정기총회가 결국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하게 됐다. 추석연휴가 지나면서 고신 측마저 정책총회를 잠정연기해 논란이 꺾이는 분위기다. 갖은 논란에도 전광훈 목사는 한국교회 소속 목사로서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한국교회가 전 목사의 이단 규정을 놓고 이렇게 속을 끓이는 이유는 뭘까.

한국교회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합동의 정기총회가 지난달 전 목사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종료한 이후 이달 6일 열리기로 예정됐던 예장고신의 정책총회가 연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정책총회가 가능하게 될 때 다시 일정을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예장고신은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이 공문을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 정기총회 시즌 막바지였던 고신 측의 총회가 미뤄짐으로 추석연휴 공백을 타고 한풀 꺾인 논란이 더 식는 분위기다. 추석 전 잇따라 대형교단이 결정을 유보하면서 이미 전 목사에 대한 이단 규정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깔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 개신교 진보 측 인사로 분류되는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전 한동대 교목 김대옥 목사,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김근주 교수 등에 대해 이단 혹은 이단성이 있다는 이유로 참여‧교류를 금지시키는 데는 크게 망설이지 않았던 교단들의 상황과는 대비된다. 전 목사는 종종 막말 논란을 일으키고 심지어 ‘하나님 까불지마, 나한테 죽어’라는 발언으로 신성모독 도마에도 오르는 등 사회‧종교적 물의를 일으켰지만, 이 목회자들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사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신학적인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주요 교단들은 재빨리 이단으로 낙인을 찍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8.15

◆ 내로라하는 원로 목사들의 슈퍼 키드 ‘전광훈’

전 목사에 대한 ‘특별’ 대우와 ‘망설임’에는 이유가 있다.

전 목사를 이단으로 내치자니 개신교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수교회의 내로라하는 유명한 원로 목회자들과의 관계가 상당히 깊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한국교회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보수개신교의 핵심 인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역사가 증명한다.

전광훈 목사는 1998년 그가 설립한 ‘청교도영성훈련원’을 통해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2004년 8월 23~26일 금란교회에서 열린 제31차 청교도영성수련회에는 1만 1000여명의 목회자와 사모들이 참석했다. 이 매체는 “목회자 부부 수련회 사상 가장 많은 인원으로 한국교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위기를 맞아 무기력에 빠져 있던 목회자들과 신도들은 전 목사의 ‘종북세력 척결’로 시선을 빼앗겼다.

전 목사의 이 같은 활동에 힘을 실어준 유명 목회자도 있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정신적인 스승으로 알려진 김 목사는 평양 출신으로 해방 후 월남해 금란교회를 세웠다. 김 목사는 전광훈 목사가 1998년 설립한 청교도영성훈련원의 총재를 지냈고, 전 목사를 금란교회의 부흥회 강사로 초청해 단에 세워 설교를 시키기도 하는 등 전 목사가 부흥사로서 교계 내에서 입지를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울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역임한 목사들의 전 목사에 대한 지지는 전폭적이었다. 이들은 전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나 기도회, 기독당 행사 등에 단골 연사로 등장했다.

한기총 9대, 10대, 17대 대표회장을 역임한 왕성교회 원로 길자연 목사는 지난해 5월 23일 한기총 주최 포럼에서 “(전광훈 목사) 대표회장님을 중심으로 한기총이 뭉치고, 한국교회가 한기총을 중심으로 나아갈 때 하나님의 시간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이 나라를 다시 회복시켜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총 13대 대표회장을 지낸 성남성결교회 원로 이용규 목사는 전 목사 주도 광화문 집회에 나와 “하나님이 이 시대에 세우시고 예비하신 위대한 지도자가 있다. 그 분이 바로 이 운동에 앞장서 주관하시는 전광훈 목사이시다”는 등 전 목사를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

부산 대형교회인 호산나교회의 원로 최홍준 목사도 전 목사에 대해 지난해 부산‧경남 교계지도자 구국기도회에 참석해 “이 마지막 때에 전광훈 목사님을 하나님께서 세우셔서 지금 역사하고 계시는데 그 역사하심이 상상을 초월하는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고 추앙하기도 했다.

또 전광훈 목사와 기독당 활동을 함께한 대전중문교회 장경동 목사는 전 목사의 막말 논란까지도 감싸며 “사람은 누구든지 거짓말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거짓말 안 했다고 하면 그게 거짓말이다. 인간은 그렇게 허물과 죄로 살아간다. 너의 죄, 나의 죄를 서로 덮어가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해 빈축을 받기도 했다.

목회자들만 전 목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 연합기관 중 한기총과 당초 한 기관이었던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도 공식 성명을 내고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를 옹호했다. 한교연은 2012년 한기총 소속 회원들이 단체가 일부 교회를 이단해제하자 이에 반발해 분리해나가 설립한 단체다. 한교연은 지난 2월 전광훈 목사의 구속과 관련해 ‘종교탄압’이라고 비난하며 7월에는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재개발 명도 집행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를 지지하는 ‘끈끈한’ 유대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위치한 한기총 전광훈 목사의 시무교회인 사랑제일교회 내부에 기독자유당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다. 오른편은 기독자유당 사무실을 확대한 모습. ⓒ천지일보 2019.6.30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위치한 한기총 전광훈 목사의 시무교회인 사랑제일교회 내부에 기독자유당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다. 오른편은 기독자유당 사무실을 확대한 모습. ⓒ천지일보 2019.6.30

◆ 보수원로 목사들의 ‘꿈’ 기독당

기독당 창당 등 정치권에 발을 들이려는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행력은 그 뿌리에 한국 보수개신교의 근간이 되는 목회자들이 자리한다.

지난 2008년 전 목사는 기독사랑실천당을 창당하면서 고 김준곤 목사와 조용기 목사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전 목사는 “선배 목회자들이 목회밖에 모르는 나와 장경동 목사에게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선배들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전 목사는 한경직 목사의 유지를 이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한국 보수개신교의 정치적 행보를 처음 시도한 이는 영락교회를 설립한 고 한경직 목사다. 한 목사는 북한 신의주에서 1945년 9월 기독교사회민주당을 창당했다.

이후 북한 공산당이 기독교 목사와 장로들을 숙청하고 교회와 재산을 몰수하자 월남했다. 공산당에 대한 증오심을 갖고 있었던 월남 목회자들은 남한을 개신교 국가로 만들고자 시도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반공‧친미사상을 공유하며 세력을 키웠다. 그 대표적인 산물이 1947년 영락교회 신도를 주축으로 발족한 서북청년단이다. 이들은 이승만을 찬양하며 반민특위를 해산하고, 독립운동가들을 암살했다. 종북척결과 반공이라는 구호 아래 민간인을 빨갱이로 몰아 몰살하기도 했다. 보수 개신교는 적극적인 반공 활동으로 일제가 남긴 적산가옥 불하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또 한국전쟁 뒤에는 미국 구호물자의 최대 공급 통로가 됐다. 정권과 하나 돼 시대의 혜택을 누린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보수 개신교의 염원은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기독교당이 출범하면서 본격화했다. 여기에는 전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총재 고 김준곤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회장 신신묵 목사, 전 예장통합 총회장 최병두 목사 등이 함께했다. 소위 교계 ‘어른’ 들이 나섰지만 한국기독교당은 지지를 얻지 못했다.

기독자유당 홍보영상에 등장한 대전 중문교회 장경동 목사. (출처: 유튜브 영상캡처)
기독자유당 홍보영상에 등장한 대전 중문교회 장경동 목사. (출처: 유튜브 영상캡처)

전 목사는 뒤를 이어 2008년 사랑실천당, 2012년 기독자유민주당, 2016년 기독자유당, 2020년 기독자유통일당(자유통일당) 등 총선을 앞두고 네 번이나 창당했다. 정치권에 발을 들이고자 했던 원로 목회자들은 전 목사의 거친 발언과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내심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전광훈 목사는 한국 보수 개신교계의 정치적 시도를 선배로부터 이어받았다는 데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전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해 내친다면, 결론적으로 그를 지지하고 키워준 한국교회 원로 목회자들도 싸그리 ‘이단 옹호자’가 된다. 전 목사와 유대감을 형성했던 보수 개신교계에 대한 도전으로도 해석된다. 교단들이 전 목사에 대한 이단 규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한 이유다. 이는 한국교회의 이단 규정이 성경적 근거가 아닌 교단 내 눈치보기와 정치적인 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단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면 성직자 자질 논란에 휩싸인 전 목사를 목사로 수용하는 한국교회에 대한 대국민적인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불법행위로 고발‧구속되고, 대선 표를 요구하며 생명책에서 지우겠다고 엄포를 놓고, 신성모독 발언 등으로 전 목사의 성직자 자질에는 빨간등이 켜진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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