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北, 서해안에 전력 증강하는 상황”

“공동조사하면 군사정보 넘겨준다고 생각”

우수근 “북한, 우리나라에 상당한 분노 가져”

“정황 드러나면 좋을게 없어 응하지 않을 것”

‘10월 서프라이즈’는 사실상 성사 어렵다는 분석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북한이 우리나라 공무원의 사망사건 공동조사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서해안 정보 유출 우려로 응하지 않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6일 오후 2시 천지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여의도 하이킥 9회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우리나라 공무원 사망사건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뤘다. 이날 방송은 박상병 정치평론가가 사회를 맡았으며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과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이 참석했다.

안찬일 소장은 북한 측이 공동조사에 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북한 해역에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조사를 하려면 우리나라의 최첨단 장비가 북한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북한의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의 위용과 힘이 주민과 군인에게 전달될 우려를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서해안에 전력을 증강시키고 있는데 서해안이 점령되면 평양이 점령된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침할 의사가 없지만, 공동조사를 하면 막강한 군사정보를 우리나라에 넘겨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수근 부총장은 “북한이 꺼림칙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동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면서 “중국 측이 분석한 내용을 보면 북한은 상당한 분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북미 협상을 주재하면서 미국 편만 들었다고 판단했기에 마음이 상당히 닫혀 있는 상태”라며 “그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핑계를 댔지만, 한국에 대한 닫힌 마음을 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 부총장은 “공동조사를 하면 한국은 최첨단 장비들을 동원해 밝히려고 할 것인데 이런 정황이 드러나면 자신들에게 좋을 것이 없기에 공동조사에 적극 호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6일 오후 천지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여의도 하이킥 9회. ⓒ천지일보 2020.10.6
6일 오후 천지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여의도 하이킥 9회. ⓒ천지일보 2020.10.6

안 소장은 “북한이 개성에 있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면서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 전환시켰다”며 “대적관계를 해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나라 공무원을 적으로 보고 총을 쐈기에 대적관계를 철회하지 않는 한 누가 가도 사살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과 유족들은 북한과 공동조사가 어렵다면 감청기록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고 더 나아가 유엔에 진상조사를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안 소장은 “유엔에 간다면 호소로 끝날 상황이고 실제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는 첨단 장비로 북한을 감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북한이 대비를 할 것이기에 가족에게만 공개하고 언론에는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우 부총장은 “국가‧군사 기밀을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의 입장에서 원칙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면서도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유족도 이성을 찾고 정부와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75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에 한반도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했다. 그 후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종전선언과 관련해 더 좋은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초 방한한다고 해서 이른바 ‘10월 서프라이즈’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높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10월 서프라이즈가’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 부총장은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도 한반도에 신경 쓰는 것을 줄이기 위해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찬성을 하고 있다”면서도 “북미가 2년 동안 대화 과정 속에서 미국과 한국 양국에 실망과 분노가 큰 상황에서 10월 서프라이즈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이 방한 일정을 취소한 것도 한국에 와도 얻을 것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결정했다고 봐야 한다”며 “동시에 정부를 향해 무언의 압박과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 소장은 “북한은 종전선언과 함께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비핵화가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오른쪽)씨가 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종합민원실 앞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오른쪽)씨가 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종합민원실 앞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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