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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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독점을 방지하는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 민족 등 대형 오픈 마켓은 물론 배달 앱, 숙박 앱, 승차중개 앱, 가격비교 사이트, 부동산·중고차 정보제공서비스 등 플랫폼 산업분야에서 상당한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들이 규제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공정위는 향후 40일간의 입법예고를 거쳐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제정안의 요지는 온라인 플랫폼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입점 업체에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하거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부당하게 전가하고 거래조건을 바꿔 불이익을 못하도록 했다. 거래조건을 담은 계약서 작성도 의무화하며, 계약 내용을 바꾸려면 입점 업체에 최소 15일 전에 알려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위반 금액의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적용 대상은 수수료 수입(매출액)이 100억원 또는 중개거래금액이 1000억원 이내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 전자상거래법 등 관련 법률이 있는데도 별도로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는 온라인 플랫폼의 규모가 커지고 새로운 산업이라 기존 법률을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통시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판도가 바뀌고 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쇼핑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올해 온라인·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매월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표적인 플랫폼 산업 분야인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2010년 25조 2000억원이었던 거래액이 지난해 135조 3000억 원, 올해 6월 기준 74조 3000억원까지 성장했다.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5.2%포인트 늘어 26.6%를 기록했다. 온라인 거래가 급증하며 입점 업체에 대한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졌고 분쟁도 늘고 있다.

플랫폼은 온라인 장터이다. 과거 시골 장터에서 좋은 자리의 입점 여부가 상인의 매출과 이익을 좌우했듯이 온라인 장터에서도 입점업체는 좋은 자리를 배정받는 데 혈안이 된다. 자연히 입점업체가 ‘을’이 될 수밖에 없고 플랫폼 업계가 ‘갑’이 되고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갑질과 불공정 행위의 방지를 위해서는 일정 부분 정부의 규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혁신은 항상 공정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정과 혁신의 조화가 새로운 제도 안착의 관건이다. 지나치게 공정만 강조하는 정부의 규제는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과 소비자 후생 증대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 모빌리티 혁신을 이끄는 플랫폼 혁신의 싹을 자른 ‘타다금지법’이 대표적이다. 공정위가 경쟁사(카카오)를 부당하게 배제했다는 이유로 네이버 부동산에 과징금(10억 원)을 부과한 것도 공정과 혁신의 조화라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네이버가 비용을 들여 특허까지 딴 혁신의 성과물을 경쟁사와 공유해야 하느냐고 반발한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이제 막 성장이 시작된 신산업이다. 앞으로 어떤 신기술과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지, 얼마나 크게 성장할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는 과잉 규제로 혁신과 성장의 싹을 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적극 수렴해서 제정 법률안을 보완해서 신산업인 플랫폼 분야의 혁신에 저해되지 않으면서도 갑질 문화가 없어지도록 균형감 있는 규제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실제 적용과정에서 미리 예측 못한 문제점이 나오면 신속히 인정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또한 플랫폼 업계도 입점 업체와 상생이 플랫폼 산업이 지속 성장하고 시장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하고 스스로 갑질과 불공정한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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