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은경제연구소 이인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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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시행되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범위 확대를 놓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이 현행 한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지는 데다 가족 합산으로 따지는 대주주 요건도 논란이다. 2017년 세법 개정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대주주의 범위를 기존 25억원에서,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현재 개별종목 주식은 코스피 1%, 코스닥 2% 이상 또는 10억원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로 간주하고 주식을 사고팔 때 양도세를 내야하지만 내년 4월부터는 기준금액이 3억원으로 낮아진다. 이런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면 내년 4월 이후 주식을 파는 시점에 적게는 22%에서 최대 33%(지방세 포함)에 달하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한다.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일이 올해는 12월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올 연말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한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대주주 기준 요건이 기존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아지기 직전 연말이던 지난해 12월 대주주들이 내놓은 매도 물량이 대략 4조원에 육박해 7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 이번에는 대주주요건이 더욱 강화되면서 양도소득세 회피용 매도 물량이 올 연말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코리아에 맞서 올들어 50조원 넘게 국내주식을 순매수하면서 국내증시 상승을 주도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센 이유다. 게다가 다른 종목에서 큰 손실을 봤어도 수익이 난 종목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내고, 전년도 손실은 이듬해로 이월 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폐기돼야 할 악법’이라는 게시글은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대주주 기준이 직계가족(본인, 조부모, 외조부모, 배우자, 자녀, 손자 등) 합산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현대판 연좌제’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삼성전자 주식을 1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고, 아버지와 본인이 각각 1억원씩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3인 합산 3억원 이상이여서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된다. 가족이 각자 서로 떨어져 살고 있고 서로의 투자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본인도 모르게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3대가 각자의 주식투자 현황까지 공유해야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이런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정치권이 대주주 요건 강화 재검토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 확대를 유예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김 의원은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제도”라며 “부동산에 쏠려 있는 시중 자금을 증시로 유입하려면 대주주 범위 확대는 반드시 유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주의 원칙에 입각해 주식 차익에 대해서도 과세한다는 기획재정부는 “대주주 범위 확대는 2017년 조세정책에 따라 결정된 사안으로 일단 보유액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는 데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뿐 아니라 여당까지 대주주 범위 확대 재검토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가족 합산 규정은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오는 2023년부터 주식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전면 시행되면서 연간 5천만원을 초과한 수익을 낸 개인투자자들도 20%의 양도소득세를 내야한다. 이 조건도 당초 초안의 양도 차익 2천만원 이상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로 기준이 5천만원으로 대폭 상향조정된 바 있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제기되면 그 때마다 땜질식으로 과세 체계를 개편하기보다는 경제 규모 확대, 물가상승 그리고 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전반적으로 감안해서 대주주 기준 금액과 자격 요건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이뤄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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