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속 궁금증’은 우리 삶에서 흔히 가질 수 있는 종교와 관련된 상식과 궁금증을 해결해보는 코너입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동이 틀 무렵 첫새벽, 물이 담긴 그릇을 장독대 위에 올려놓고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 사극이나 드라마를 통해 한 번쯤 봤을 법한 장면이죠. 왜 우리네 어머니들은 두 손 모아 간절하게 기도할 때에 깨끗한 물을 앞에 담아놓은 걸까요.
선조들은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복을 빌고자 할 때 이른 새벽 처음 길은 우물물을 떠 놓았습니다. 이 물을 우리는 ‘정화수’라고 부릅니다. 흔히들 ‘정안수’라고 부르는 이 물은 물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목욕재계를 한 깨끗한 몸으로 정화수 앞에서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정화수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의미로 천도교에 ‘청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천도교에서는 청수 한 그릇을 올리고 기도를 드립니다. 천도교 가정에서는 매일 저녁 9시에 온 가족이 모여 청수 한 그릇을 놓고 21자 주문을 105회 묵송하는 기도식을 갖는데, 이를 통해 온 가족이 화목해지고 큰 우환 없이 지낼 수 있게 된다고 믿습니다.
가톨릭에서는 ‘성수’가 비슷한 개념으로 쓰입니다. 흔히 그리스도교 예식인 세례식 때 사용하는 ‘성세수’를 가리킵니다. 보통 그리스도를 믿으면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물과 성령으로 새로 태어난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 성수를 사용합니다.
기독교 구약시대에는 제사장이 ‘물두멍’에서 손과 발을 씻어야만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던 성막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 또한 더러움을 씻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신에게 나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개신교 성경 요한계시록에는 ‘유리바다’가 나옵니다. 이 유리바다는 창조주 하나님이 계신 하늘 영계의 보좌 앞에 있는 것으로 수정과 같다고 합니다. 유리바다 앞에 모여 있는 자들은 흠이 없는 사람들 즉 죄가 없는 깨끗한 사람들입니다. 이 유리바다 앞에서는 모든 것이 다 드러난다고 하니 허물 있는 사람은 절대 갈 수 없는 곳이겠죠.
이렇게 다양한 종교 속에서 정화수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것들을 살펴봤습니다. ‘청수’ ‘성수’ ‘물두멍’ ‘유리바다’ 등 이름은 달라도 모두 자신을 씻고 정결한 모습으로 신에게 나가는 의미로 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