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면세점이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면세점이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

서울시민 4명 중 3명 “고향에 안 간다”

남대문시장 점포 절반가량 장사 진행

“손님이 안 와서 가게 문 일찍 닫아”

“지난해 비해 관광객 수 현저히 줄어”

명동거리, 예년 추석보다 방문객 급감

“올 추석 명절 매출 70% 가량 줄어”

[천지일보=이수정·양효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올해 추석 풍경이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예년 추석과 달리 귀성·귀경을 하지 않는 풍경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 서울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신뢰도 95%, 신뢰수준 ±3.1%p)에 따르면 서울시민 4명 중 3명꼴인 67.9%가 추석 연휴 기간 가족 및 친지를 만나기 위해 고향에 가지 않고 서울에만 머물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명절과 비교하면 30%p 넘게 감소한 셈이다.

특히 지난 명절에 가족·친지를 방문한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올해는 가지 않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의 설문조사 결과처럼 실제 추석 연휴 기간에 사람들의 이동량이 적어졌을까. 2일 본지가 시민들이 주로 많이 방문하는 남대문시장과 명동에 다녀가 봤다.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상가에는 명절 연휴 전 북적였던 분위기와는 달리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다.

남대문시장의 현존하고 있는 점포 수 5200여개(지난해 9월 기준) 중 약 절반 정도는 운영하지 않는 상태였다. 지난해 추석에는 소수의 점포를 제외하고 대다수 가게가 휴업을 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사뭇 달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거리가 추석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거리가 추석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

고향에 가지 않는 손님을 대상으로 추석 명절 특수를 노리기 위해 절반에 이르는 점포가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연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찾아오는 손님의 수는 현격히 적었다.

가게 문 앞에 앉아서 허공을 쳐다보고 있는 상인이 보이는가 하면, 낙담한 표정을 지으며 손님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인도 있었다.

일부 상가는 ‘폐업정리 폭탄세일’이라고 적힌 피켓을 내걸고 대형할인 행사에 들어갔지만, 손님을 잡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심지어 이미 ‘임대’를 내놓은 일부 가게도 있었다.

장사가 잘되지 않자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장 내 어려움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 이들은 손님이 더 이상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장사할 의욕이 사라진다고 하나둘씩 푸념을 늘어놓았다.

쉴새없이 막걸리를 들이키던 한 상인은 “이번에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김씨가 가게를 내놨대. 어째 안타까워서”라고 혀를 찼다.

또 다른 상인은 “명절 특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라며 “코로나19로 전통시장 경기 회복은 이제 머나먼 일이 됐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됐는지 참…”이라고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면세점이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면세점이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

다른 상가보다 비교적 사람이 붐비던 식당가는 이날 따라 잠잠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상인은 “오늘 손님이 안 와서 가게 문을 일찍 닫아야겠다”고 말하며 가게를 서둘러 정리하기도 했다.

시장가를 다녀가는 방문객과 관광객 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실제 남대문시장에서 관광객을 안내하는 한 가이드는 “지난해보다 올해 남대문시장을 다녀간 관광객 수는 절반 이상 줄었다”며 “아무래도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큰 듯 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본지가 다녀간 또 다른 변화가인 서울 중구 명동에는 ‘외국인 특수’를 누리던 백화점‧면세점을 비롯해 일부 매장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날 장사를 하는 명동의 상인들도 예년 추석보다 명동거리를 다니는 시민들이 많지 않다며 근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맞이한 추석 연휴 사흘째인 2일 서울 중구 명동 화장품 매장들이 밀집된 거리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맞이한 추석 연휴 사흘째인 2일 서울 중구 명동 화장품 매장들이 밀집된 거리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2

명동성당 정문 부근에 위치한 한 카페 점원은 “올 추석 명절은 평일보다 매출이 줄었다”며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연휴 기간보다 평일 매출이 더 낫다. 왜냐면 평소엔 이 부근에 출근하는 직장인들 매출이 꽤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꼬치집 사장님은 “이렇게 장사가 안 될 줄 알았다면 나오지 말걸”이라고 넋두리를 하며 “정말 버티기 힘든데 버틸 수 있을 때까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장은 “지금 특수가 어딨냐. 문 닫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매출은 (평소보다) 70% 줄었다. 추석 명절이라고 나아지고 말고가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명동거리에는 매장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는 휴업 안내문을 부착한 매장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화장품 매장이 모여있는 거리는 평소보다 더욱 쓸쓸한 모습이었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많지만 매장 안으로 들어가 제품을 구경하는 고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20대 점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첫 명절이지만 손님이 너무 없어서 힘들다”며 “오늘 오전 10시부터 문 열었는데 (지금 오후 4시인데) 매출이 아직 없어요”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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