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민족대명절 추석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추석 명절을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민족대명절 추석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추석 명절을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1

예년에 비해 대폭 줄어든 고궁 관람객 수

서울 방문한 엄마와 딸 “한적해서 좋아요”

‘북적이는 거리’와 ‘다채로운 행사’ 사라져

추석 소원 “빨리 코로나 사태 종식됐으면”

[천지일보=최빛나·손지하 기자, 최윤옥 인턴기자] “‘코로나19로 아무곳도 못가는 건가’하고 고민하다가 그나마 서울 도심이 제일 한적할 것 같아 오게 됐습니다.”

1일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 한가위를 맞았지만 전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새로운 명절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모처럼 가족·친지들과 만남을 갖고 차례를 지내던 모습은 과거가 됐고, 도심 속의 풍경도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거리 모습이나 다채로운 명절 행사 등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하나 같이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종식됐으면 좋겠다는 추석 소망을 내비치며 마스크를 쓴 채 예년과 확연히 달라진 한적해진 거리를 걸어다녔다.

덕수궁에서 만난 최영지(가명, 40, 여, 충북 청주)씨는 어머니와 단둘이 갈만한 곳을 찾다가 서울이 한적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곳을 찾게 됐다고 했다.

그는 “어제는 창덕궁을 다녀왔다”며 “실내 미술관은 미리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게 돼 있어서 안심하고 다녀왔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민족대명절 추석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추석 명절을 즐기고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즐거움을 더한다. ⓒ천지일보 2020.1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민족대명절 추석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추석 명절을 즐기고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즐거움을 더한다. ⓒ천지일보 2020.10.1

덕수궁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행복 가득한 눈웃음을 지었다.

아내와 단둘이 ‘호캉스(호텔+바캉스)’를 보내고 있다는 이한수(61, 남, 서울 영등포)씨는 “자녀들이 아내랑 다녀오라고 시청 근처의 호텔을 잡아줬다”며 “코로나19 때문에 해외나 멀리 못 가니깐 가까운 데라도 와서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씨는 “추석에 바라는 특별한 소원 같은 건 없지만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됐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고 소망을 전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한산했지만 나들이 온 가족들의 모습이 종종 보였다. 그중에는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해설관람 운영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중단돼 있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닫혀 있었고, 경복궁은 내부 면적에 비해 사람이 없어 한적한 모습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경복궁을 찾은 정소연(가명, 21, 여)씨는 “작년에 비해 사람이 80%가량 줄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가위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자 정씨는 “코로나19가 종식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 더 바라는 것을 꼽자면 경제활성화가 간절하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알바도 구하기 어렵고 여러 가지 고충이 많다”고 털어놨다.

박민하(가명, 58, 여)씨는 남편과 함께 길을 걸으며 “인근에 살아서 잘 아는데 사람들은 작년보다 적어졌고 분위기는 차분해졌다”면서 추석 소원에 대해선 “아이들이 건강하고 가족들이 화목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김현주(가명, 70대, 여)씨도 “경복궁뿐 아니라 서울 도심 자체에 사람이 참 많이 적어졌다”고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민족대명절 추석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개천절 불법집회 방지용 펜스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0.1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민족대명절 추석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개천절 불법집회 방지용 펜스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0.10.1

한적한 모습은 남산한옥마을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충무로역에서 한옥마을로 들어서는 3·4번 출구는 한사람도 찾아볼 수 없이 한산했다. 한옥마을에 들어서니 그제야 연휴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을 드문드문 만날 수 있었다.

동네 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60대 여성은 “예전에 이곳은 중국 관광객, 일본인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없다. 이런 추석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명절에도 시민들이 많이 와서 붐볐는데 올해는 이렇게 적막한 한옥마을이 됐다”며 “코로나가 이곳을 이렇게 한산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한 중년 부부와 딸은 산책을 나왔다며 “코로나로 친정에 안 갔다”며 “연휴 중에 휴가지를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온 젊은 부부는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다보니 불편한 점이 많다”고 했다.

이번 추석엔 고향을 방문할 생각이 없다는 한정욱(65, 남, 서울 명륜동)씨는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도 못 본지 오래됐지만 그래도 요양원에서 영상으로 지내시는 모습을 보내오니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가위 소원에 대한 질문에는 “건강이 제일 중요하고 코로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힘든 점이 많다”고 했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추석 연휴 둘째날인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시민들이 나들이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1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추석 연휴 둘째날인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시민들이 나들이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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