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전 밤하늘에 뜬 추석한가위 보름달과 나무 잎사귀 모습. ⓒ천지일보 2020.10.1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전 밤하늘에 뜬 추석한가위 보름달과 나무 잎사귀 모습. ⓒ천지일보 2020.10.1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휘영청 경자년(庚子年) 추석 한가위 보름달이 대전 밤하늘에 떠있다.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마음이 모처럼 간절해지는 달밤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있던 풍습 가운데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것은 우주선을 타고 달에 착륙해 그 실체를 확인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 달엔 토끼가 살고 있지도 않고 떡방아를 찧고 있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도 말이다. “그 달이 소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닐텐데… 알면서도 우리는 왜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것일까?” 궁금해지는 밤이다.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전 밤 하늘에 뜬 추석 한가위 보름달. ⓒ천지일보 2020.10.1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전 밤 하늘에 뜬 추석 한가위 보름달. ⓒ천지일보 2020.10.1

예부터 둥글게 가득 찬 보름달은 ‘풍요(豊饒)와 다산(多産)’의 상징이 되어왔다.

옛날에 해나 달, 나무 등을 대상으로 두손 모아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던 토속신앙도 아닌데 오늘날 우리도 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는 자체가 왠지 고향 같은 푸근한 마음을 갖게 한다. 또 어린시절 어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손을 잡고 동구 밖 과수원길에서 달을 보며 함께 소원을 빌던 형제와 한 동네 동무(친구)들에 대한 따뜻한 추억을 되살려주기도 한다.

‘달토끼’는 동아시아 전설에 나오는 달에 사는 토끼로 옥토끼, 은토끼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옥토(玉兎), 은토(銀兎), 월묘(月卯), 선토(仙兎) 라고도 한다. 달두꺼비와 함께 달에 사는 영수(靈獸)로 불려지기도 한다.

보름달 속 토끼 모습. (출처: 인터넷커뮤니티) ⓒ천지일보 2020.10.1
보름달 속 토끼 모습. (출처: 인터넷커뮤니티) ⓒ천지일보 2020.10.1

대한민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에 “달에는 토끼가 살고 있다”는 설화가 전해졌다.

특히 한국과 중국에선 계수나무 밑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이 많은 문헌과 그림에 남아 있다. 이는 지구에서 보이는 크레이터(운석 충돌, 화산 폭발 등으로 인해 천체 표면에 생겨나는 거대한 구덩이)가 찍힌 달의 모습을 보고 연상된 전설이다.

한국에서는 달토끼가 떡을 찧고 있다고 하지만, 전통적으로 달토끼가 만들고 있는 것은 불사(不死)의 약(藥)으로 구전 (口傳)되기도 한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지난 28일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임시 휴관 중인 대전시민천문대에서 우리에게 코로나19가 닥치기 전, 지난 2월 8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설치한 대형 보름달풍선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고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대전시민천문대) ⓒ천지일보 2020.10.1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지난 28일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임시 휴관 중인 대전시민천문대에서 지난 2월 8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설치한 대형 보름달풍선 앞에서 시민들이 구경하고 있다. (제공: 대전시민천문대) ⓒ천지일보 2020.10.1

불교에서는 ‘본생경, 자타카’에 따르면 “달에 보이는 토끼 모습 주위에 연기 모양의 그림자가 있는 것은 토끼가 자기 자신을 불에 태울 때의 연기”라고 한다.

‘본생경(本生經)’은 석가가 이 세상에 출현, 성불(成佛)하여 부처가 되기 이전, 즉 전생에 보살로서 수행한 일과 공덕을 이야기로 구성한 경전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토끼는 석가모니의 전생(前生) 중 하나다.

그 전설의 내용은 “원숭이, 여우, 토끼 세 마리가 산 속에 쓰러진 추레한 노인과 만났다. 세 마리 동물은 노인을 구하려고, 원숭이는 나무 열매를 모으고 여우는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노인에게 공양했다. 그러나 토끼는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것도 얻지 못해 결국 원숭이와 여우에게 부탁해 불을 지피고 스스로 불 속에 몸을 던져 자기 자신을 공양했다. 그 모습을 본 노인이 정체를 드러냈는데 노인은 바로 제석천이었다. 제석천은 토끼의 자기희생을 후세까지 전하고자 토끼를 달로 올려보냈다”고 되어 있다.

‘제석천(帝釋天)’은 제석천불법과 이에 귀의하는 자를 수호하며, 아수라의 군대를 정벌한다고 하는 하늘의 임금이다. ‘천제석(天帝釋)·천주(天主: 하늘의 주인)·인다라’라고도 한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지난 28일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임시 휴관 중인 대전시민천문대에서 우리에게 코로나19가 닥치기 전, 지난 2월 8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설치한 대형 보름달풍선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고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대전시민천문대) ⓒ천지일보 2020.10.1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지난 28일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임시 휴관 중인 대전시민천문대에서 우리에게 코로나19가 닥치기 전, 지난 2월 8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설치한 대형 보름달풍선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고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마스크를 벗게 될까. (제공: 대전시민천문대) ⓒ천지일보 2020.10.1

오늘밤, 달빛에 취해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며 문득 작아진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속에 자신도 모르게 각박해진 마음이 동심(童心)으로 돌아가니 한편의 시가 떠오른다.

“둥근 달을 보니/ 내 마음도 둥글어지고

마음이 둥글어지니/ 나의 삶도 금방 둥글어지네

몸속까지 스며든 달빛에 취해/ 나는 행복하다 행복하다

온 우주가 밝아지니/ 나의 기도 또한 밝아져서

웃음이 출렁이고/ 또 출렁이고”

밝은 보름달이 뜬 이 밤, 이해인 수녀의 시(詩) ‘보름달 기도’를 읊어보며 ‘나는 행복하다 행복하다’ 나름대로 행복의 주문을 걸어본다. 행복(幸福)의 기준이 무엇일까. 참다운 복(福)이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전 밤 하늘에 뜬 추석 한가위 보름달. ⓒ천지일보 2020.10.1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전 밤 하늘에 뜬 추석 한가위 보름달. ⓒ천지일보 2020.10.1

묵자(墨子)의 ‘천지상편(天志上篇)’에 보면 “상존천(上尊天), 중사귀신(中事鬼神), 하애인(下愛人)”이라는 말이 있다. “위로는 하늘을 높이 받들고 중간으로는 조상을 공경하고 그 아래로는 이웃을 서로 사랑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경천애인(敬天愛人) 사상을 몸소 실천하며 명절에는 가족,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을 섬기는 차례(茶禮), 제사(祭祀)를 지냈다.

여기서 잠시 ‘차례와 제사의 차이’가 궁금해진다.

차례(茶禮)는 말 그대로 ‘차(茶)를 올리는 예(禮)’이다. 제사를 모시면서 ‘술’을 따르는데 굳이 ‘차’라는 말이 왜 들어갔을까. 이는 ‘주자가례(朱子家禮)’에서 제정된 사당 제도와 관련이 있다. 중국인들이 사당에 모셔진 조상님들께 차를 올린다. 우리민족의 관습에서 명절 때 조상에게 지내던 제사가 차례의 직접적인 기원이지만 그 ‘차례’라는 명칭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전 밤 하늘에 뜬 추석 한가위 보름달. ⓒ천지일보 2020.10.1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전 밤 하늘에 뜬 추석 한가위 보름달. ⓒ천지일보 2020.10.1

그럼 다시 ‘복(福)’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유난히도 우리 민족은 ‘복(福)’에 관심이 많고 복을 빌어왔다. 우리는 ‘복(福)’을 상징하는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밥상, 수저, 방석 등을 많이 보고 자랐다. 베개와 이불 등에도 수(壽)·복(福)·부(富)·귀(貴)·희(囍) 등의 글자나 봉황·십장생·불로초·거북이 등을 수놓기도 했다. 이 같은 문양을 새긴 것은 사악(邪惡)한 마귀(魔鬼)를 물리쳐서 복이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복(福)은 누가 주는 것일까. 물론 저 하늘의 달님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올던 암스트롱(Neil Alden Armstrong)이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보름달이 아닌 그 어떤 존재를 향해 우리는 소원을 빌고 있다.

제사(祭祀)의 기원은 본래 조상이 아닌 신(神), 곧 하나님께 조상과 자신, 그리고 후손에게 복을 내려달라고 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원래 신명(神明)을 받들어 복을 빌고자 하는 의례를 제례(祭禮)”라고 했다.

지난해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 추석을 맞아 차례상 앞에서 제례 풍습을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 (제공: 대전 중구) ⓒ천지일보 2020.10.1
지난해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 추석을 맞아 차례상 앞에서 제례 풍습을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 (제공: 대전 중구) ⓒ천지일보 2020.10.1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집에만 있어라”라는 말이 원래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로 돌아가는 날이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소망하며 ‘사필귀정(事必歸正)’을 고대한다.

“당신이 있어/ 추운 날에도 따뜻했고

바람 부는 날에도/ 중심을 잡았습니다.

​슬픔 중에도/ 웃을 수 있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각이 진 내가/ 당신을 닮으려고 노력한/ 세월의 선물로

나도 이제/ 보름달이 되었네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詩) ‘보름달에게’를 늦은 밤, 타는 입술로 그려본다.

내 마음 속의 보름달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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