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관련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혼 관련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5년간 명절 직후 이혼율 평균 11.5%씩 증가

반면 올해 3월 전년 동월 대비 19.5% 이례적 감소

이혼전문변호사 “코로나 인한 새로운 갈등 늘 수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명절이 끝나면 항상 높아지는 것이 있다. 바로 이혼율이다. 즐거워야할 명절이지만, 명절 동안 만난 친지와의 다툼으로 인해 명절 다음 달엔 꼭 이혼율이 높아졌다. 다만 이번 추석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이동 제한이 권고되면서 변화가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날과 추석 이후의 달인 3월과 10월 11월 이혼 건수는 직전의 달보다 항상 증가했다.

2018년 2월 7700여건이였던 이혼 건수가 3월 9100여건으로 늘었고, 9월 7800여건이였던 게 10월 1만 500여건 11월 1만 1100여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2월 8200여건에서 3월 9100여건으로 늘었고, 9월 9000여건에서 10월 9900건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간을 기준으로 하면 명절 직후 다음 달 이혼율이 평균 11.5%씩 증가했다.

서로 가치관이 다른 세대가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나 장모와 사위의 갈등을 더 늘리고, 여기에 기존에 갖고 있던 부부 간의 갈등까지 더해져 이혼을 결심하는 사람이 늘어나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2020년 3월 이혼 추이. 2018년과 2019년엔 명절 이후인 3월 이혼건수가 증가했지만 올해 3월은 감소했다. (제공: 통계청) ⓒ천지일보 2020.9.30
2020년 3월 이혼 추이. 2018년과 2019년엔 명절 이후인 3월 이혼건수가 증가했지만 올해 3월은 감소했다. (제공: 통계청) ⓒ천지일보 2020.9.30

이혼·가사전문 변호사인 이수정 변호사는 천지일보의 문답에서 “(명절 직후엔 이혼 상담이) 체감 상 증가하는 것 같다”며 “단순히 명절의 다툼만으로 상담하시는 분보다는 그동안의 쌓여왔던 일들이 명절에 터지면서 복합적인 이유를 들고 상담하시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오죽했으면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정부가 명절 연휴 이동 자제 권고를 내리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아예 ‘이번 추석연휴 제발 없애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에서 청원인은 “며느리 된 입장에서 코로나 때문에 못 간다고 말 한마디 못하는 답답한 심정 아시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정부의 명령이 아닌 권고 정도로는 시부모의 성화를 이겨낼 수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어 “시댁이 무섭다. 이혼을 각오하고 안 간다고 말해야할 만큼 남편과 시댁이 감정을 상해한다”며 “연휴를 공식적으로 없애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번 추석연휴 제발 없애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 마감일인 25일 기준 1만 8000여명이 동의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번 추석연휴 제발 없애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 마감일인 25일 기준 1만 8000여명이 동의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게시판에 ‘제발 추석연휴 지역 간 이동 제한 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린 청원인도 “거의 모든 며느리들은 어머니, 아버지에게 ‘이번 추석에는 못가겠습니다’라고 말하지 못 한다”며 “올해 명절은 제발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호소했다.

다만 코로나19가 ‘명절 직후 이혼’이라는 풍속도를 조금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이혼 건수는 7298건이다. 2월은 8232건이었다. 예년 2·3월과는 달리 오히려 이혼 건수가 감소한 것이다. 특히 3월은 전년 대비 무려 19.5%가 줄어들었다.

이 같은 현상의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점이 꼽힌다. 이혼 절차를 마치려면 법원이나 주민센터 등을 방문해야 하는데, 코로나19 탓에 관련 기관 방문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열차표를 구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열차표를 구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9

이런 흐름은 그 이후 통계로도 파악할 수 있다. 4월이 이혼건수는 9259건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2.9%가 감소했고, 5월에도 8929건으로 전년 대비 9.5%가 감소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위험이 적어진 것으로 여겨진 7월의 이혼건수는 9787건으로 전년대비 3.1%가 늘었다.

이에 따라 이번 추석 이후 이혼율도 기존과는 다른 양상을 띨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수정 변호사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를 주의해야하는 자세마저도 이미 일상의 일부분이 된 것 같다”며 “코로나로 인해 이혼을 주저하는 이들도 있지만, 오히려 반대로 상대방과 더 많은 시간을 접촉하면서 갈등이 깊어지는 사례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이번 명절 이후에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추석엔 이동을 하는지 여부로 부부간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법조계는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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