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4)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77)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첫 TV토론을 가졌다. 두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 CNN 방송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4)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77)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첫 TV토론을 가졌다. 두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 CNN 방송 캡처)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4)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77)의 첫 TV토론이 29일(현지시간) 마무리 된 가운데 ‘최악의 토론’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토론에서 기대하는 정책 검증이나 공약 홍보 등의 순서는 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모두 서로 인신공격 등 원색적 표현으로만 시간을 채웠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이 끝난 후 CNN방송은 “그것은 한마디로 끔찍했다”며 “이 두 후보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만약 미국 대통령이 돼 4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을 분석한 CNN 크리스 실리자 정치해설가는 “의심할 여지없이 내가 20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다룬 최악의 토론”이라며 “심지어 20만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코로나19로 사망했고 1월 1일까지 그 수가 두 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이번 토론의 심각성을 더욱 충격적이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간단히 말해서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해악이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첫 대선 토론은 추악한 난장판이었다”며 “혼란스럽고 뒤엉킨 90분 동안 두 주요 정당의 후보는 현대 미국 정치에서 전대미문의 수위로 서로를 신랄하게 표현하고 경멸했다”고 평했으며, 정치전문매체 더힐도 “악랄하고 추한 토론”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이날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지명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인종과 시위, 선거의 완전성, 개인신상 등 6개의 주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 자체를 지배하려고 애썼다. 그는 바이든 후보가 발언할 때마다 끼어들며 방해했고, 이에 사회를 맡은 크리스 윌리스 폭스뉴스 앵커는 바이든 후보가 발언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제해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끈질기게 끼어들자, 바이든 후보는 결국 “이봐, 입 좀 다물어줄래?(Will you shut up, man?)”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을 거듭 꾸짖는 등 월리스가 ‘진행자’ 보다는 ‘레슬링 심판’ 역할을 자주 맡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 초반 ‘적용 가능한 의료법’을 대체하기 위한 구상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에이미 코니 배럿의 대법관 지명과 관련 “나는 3년이 아닌 4년 동안의 임기로 선출됐다”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바이든은 대법관 후임자를 미국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며 대선 이후 지명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후보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우위의 대법원을 구성해 오바마케어의 기존 조건 보호를 폐지하려고 한다고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의 당은 사회주의 의료로 가고 싶어한다”고 공격했고, 바이든은 여기에 “나는 지금 민주당이다”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와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자신의 성과를 자찬하면서 “3년 반 동안 내가 한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한 행정부나 대통령은 한 번도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이 더욱 약해지고, 병들고, 가난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했다며 “당신은 미국이 가졌던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또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처를 비난하며 경제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미국인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해온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비난하기를 거부하면서 바이든이 이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즈’를 거론하자 그들에게 “대기하라. 하지만 누군가는 안티파와 좌파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우파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좌익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바이든의 아들 문제와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문제 역시 공격의 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우크라이나에서 근무하면서 부친의 인맥으로부터 부적절하게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을 거의 쳐다보지 않았던 바이든은 2015년 암으로 숨진 육군 참전용사 아들 보 등 아들들을 변호하면서 대통령 쪽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토론 몇 시간 전 바이든은 2019년 세금 신고서를 공개했고, 바이든 선거캠프는 신고서를 공개하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는 트럼프에게도 같은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6년과 2017년 연방소득세로 750달러(약 88만원)만 납부했다는 전날 NYT의 폭로 기사와 관련해서도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을 추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선거에서 광범위한 부정선거로 이어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불만을 되풀이했고,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선거 결과를 수용하거나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CNN은 이번 토론회가 오직 공화당과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에게만 용기와 기쁨을 줬다고 평가했다.

CNN은 “트럼프가 토론을 지배했지만, 그것은 그가 바이든과 진행자 둘 다 매번 괴롭히고 방해했기 때문”이라며 “물론 그것은 그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후보에 대해서는 “그가 트럼프에게 ‘입 다물라’고 말하고 그를 ‘광대’라고 불렀을 때 민주당 지지자들은 틀림없이 기뻐했겠지만 그것이 백악관에 대한 예절과 리더십을 회복하라는 바이든의 핵심 메시지와 어떻게 부합하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바이든이 자주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놀아났다며 ‘돼지와 함께 진흙탕에 빠지지 말라, 둘 다 더러워지고 돼지는 그것을 좋아한다’는 말을 잊었다고 비판했다.

대선이 5주 남은 가운데 앞으로 TV토론은 두 차례 더 이어진다. 이날 기준 현재 140만명의 미국인들은 조기 투표를 마친 가운데 여론조사에는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지만 이번 토론이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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