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정상국가라는 이미지 보여주기”라는 해석도

‘월북’ 논란엔 “귀순의사 밝힌 것은 사실인 듯”

“당시 공무원의 의사가 진의였는지는 단정 못해”

‘北시신 훼손’ 여부엔 “軍·靑 발표 달라 국민 혼란”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군의 우리 측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사과는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 깜짝 만남)를 염두에 둔 북미 간 물밑접촉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천지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여의도 하이킥(8회)’에서는 북한 전문가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이 함께 출연해 최근 피살 사건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발빠른 사과 배경과 피격 공무원의 월북 여부, 북한군의 시신 훼손 논란 등 각종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조 위원은 김 위원장의 신속한 대응에 대해 “10월 초로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북미 간 접촉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만큼 미국의 행보를 의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방문 시 모종의 메시지를 들고 올 것이라고 보는데, 북한의 요구 조건이 충족되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워싱턴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면 현재 이뤄지고 있는 틀이 깨지는 동시에 모든 기회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서둘러 봉합에 나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북한이 현 사태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면 앞서 북한이 강조했던 국제법상 보편적 규범을 따르는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국내외적으로 비난 여론이 강하게 일면서 조기 수습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정상국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는 게 이 교수의 시각이다.

피격된 공무원 A(47)씨의 ‘월북’ 논란과 관련해선 조 위원은 “우리 해군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A씨가 귀순의사를 밝힌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 “우리 감청 수준은 최고 수준이다. 특히 육지와는 달리 바다에선 무선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터라 우리 정보자산에 들어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월북 여부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는데, “월북 의사를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그게 진의였는지, 위기 상황에서 비껴나기 위해서 말했는지 알 수 없다”며 “과학의 맹점인데, 거기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그런 점을 감안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도 “월북 했느냐 아니냐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월북했다고 발표해버리는 순간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등 동정심이 사라진다. 본질이 왜곡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천지일보=전대웅 기자] 북한군에게 피살된 공무원이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7일 정오께 목포항에 도착했다.ⓒ천지일보 2020.9.27
[천지일보=전대웅 기자] 북한군에게 피살된 공무원이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7일 정오께 목포항에 도착했다.ⓒ천지일보 2020.9.27

북한군의 ‘시신 훼손’ 여부에 대해서도 짚어봤다. 당초 우리 군 당국이 북한군에 의해 불태워졌다고 밝혔고 또 확인했다고 발표했는데, 이후 청와대가 확인된 건 북한 해역에서 불꽃이 감시 장비에 관측됐다는 것 뿐 이라고 상반된 반응을 내놓자 국방부도 다시 입장이 달라지는 분위기여서 문제가 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방부가 불꽃 등을 근거로 시신을 태웠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청와대 확인된 게 없다고 하니까 국방부가 다시 점검하겠다고 한다면 국민은 혼란스럽다”면서 “최고의 전문가들은 정확하지 않으면 말하면 안 된다. 국방부는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관계자의 발언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조 위원은 “정확하게 알 순 없어도 우리 측 감청자료를 보면 북측이 뭔가를 태운 것은 사실”이라며 “국방부가 처음에는 시신을 태웠다고 했다가 발을 빼는 것을 보면 시신을 태운 게 아닐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우리 측이 제안한 공동 조사 가능성은 낮게 봤는데, 조 위원은 “군 통신망 재개를 해야만 공동조사도 가능한데 북한이 아마 쉽게 받지는 않을 것 같다”며 “북한군 관할지역이기 때문에 과거 금강산 박왕자 씨 피살사건 때도 군사지역에 대해서는 공개를 안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동조사가 쉽지는 않을 거라고 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단 단절된 군 통신선을 복원만 하더라도 큰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의도 하이킥. ⓒ천지일보 2020.8.11
여의도 하이킥. ⓒ천지일보 20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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