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 ⓒ천지일보DB
소셜 미디어. ⓒ천지일보DB

[천지일보=이솜 기자] “누가 누구를 이용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거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우리의 사고와 행동, 생활 방식을 바꿔 지속적으로 조작하고 착취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간 가디언은 ‘우리는 늦기 전에 소셜 미디어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파우스트적 거래(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거래)를 받아드렸다’는 다큐드라마 ‘소셜 딜레마’의 감독 제프 올롭스키의 기고를 27일(현지시간) 실었다.

넷플릭스가 지난 9일 공개한 ‘소셜 딜레마’에서는 실제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에서 전·현직 종사자들이 출연해 소셜 미디어의 해악을 증언한다.

감독은 “사람들은 기술이 사회를 추월하는 것을 상상할 때 터미네이터와 방탄 로봇, 또는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를 생각한다”며 “그러나 디스토피아 기술은 십중팔구 우리를 강하게 무장시키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악마의 거래를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살고 있다”며 “그러나 멋진 신세계의 시민들과 달리 우리는 비참하다. 온라인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안, 우울증, 자살률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감독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인간의 경험을 채굴해 조작 및 추출하도록 설계된 감시 기반 비즈니스 모델로 구동된다. 그는 “이 사업 모델은 우리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닌 우리를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감독은 또한 소셜 미디어가 생산적인 대중 담론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페이스북 고위 간부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는 “우리의 알고리즘은 인간의 두뇌를 분열로 끌어당기는 매력을 이용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을 얻고 플랫폼 내의 시간을 늘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점점 더 분열을 조장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4년 퓨 리서치센터는 미국의 당파적 반감과 분열이 지난 20년 동안의 어느 시점보다 악화됐고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감독은 “지난 6년 동안 소셜 미디어는 이러한 정서를 악화시킬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디자인 윤리학자 출신으로 휴먼 테크놀로지 센터의 공동 설립자인 트리스탄 해리스는 소셜 딜레마에서 “기술이 인간의 강점을 압도하기 훨씬 전에 인간의 약점을 압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교한 알고리즘이 우리의 정서적 취약성을 배우고 음흉한 방법으로 이익을 위해 이를 이용한다는 설명이다.

감독은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모든 온라인 활동을 감시함으로써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며, 이러한 통찰력을 활용해 우리를 가장 높은 광고 입찰자에게 경매하고 결과적으로 그들은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기업들 중 일부가 됐다고 비판했다.

내부고발자 소피 장은 페이스북의 플랫폼에 문제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회사가 얼마나 행동하지 않고 있는지를 소셜 딜레마를 통해 폭로했다. 소피 장은 “페이스북은 최근 선거일 1주일 전 정치 광고에 대한 금지를 포함한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서 정치적 오보를 완화하기 위한 일련의 업데이트를 내놓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너무 적고, 너무 늦으며, 그들의 착취적인 사업 모델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독은 “이 작품(소셜 딜레마)을 작업한 지 거의 3년이 지난 지금 나는 사회적 딜레마를 우리 시대의 근본적인 문제로 보고 있는데, 이 문제는 타협과 공동의 이해를 필요로 하는 다른 많은 사회적 갈등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감독은 “그러나 희망은 있다”며 “제도적 억압과 불평등을 증폭시키는 착취적 기술의 폐해를 경험한 헌신적인 활동가, 단체, 학자, 이들의 활동과 목소리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문제를 만든 사람들 즉 소셜 미디어 기업이 사업 모델을 바꾸기 전에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인간은 이 기술을 만들었고, 우리는 그것을 바꿀 수 있고, 바꿀 책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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