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분쟁 지역인 나가르노카라바흐의 수도 스테파나케르트의 병원에서 한 남성이 포격을 당한 자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28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분쟁 지역인 나가르노카라바흐의 수도 스테파나케르트의 병원에서 한 남성이 포격을 당한 자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무력충돌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95명으로 늘었다고 29일(현지시간) 알 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아르메니아 국방부는 아제르바이잔 병력과 충돌해 최소 26명이 숨졌고 이에 전사자가 8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알 자지라는 아제르바이잔에서 9명, 아르메니아에서 2명의 사망자가 증가해 총 사망자 수가 최소 95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번 전투가 발생한 이후 군 사상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양측 모두 서로의 병력 수백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전날 예비군과 군대의 부분 동원을 명령했다. 또한 분쟁 지역의 영토를 점령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밝혔다.

한편으로는 양측의 전투가 격화하면서 나가르노-카라바흐에서의 갈등이 장기화돼 러시아나 터키와 같은 나라들이 개입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전했다.

아제르바이잔의 동맹국인 터키는 전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아제르바이잔 국민과 정부의 어떤 종류의 공격에도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안나 나흐달얀 아르메니아 외무부 대변인은 터키 군사 전문가들이 아제르바이잔과 함께 싸우고 있다며 터키가 드론과 전투기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를 부인했다.

러시아와 터키는 이미 리비아와 시리아 내전에서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동시에 양국은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천연가스 거래를 중단했으며 터키는 러시아에게 대공 미사일을 구입해 미국을 자극했다.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의 드미트리 트레닌 소장은 NYT에 “무기를 들고 옛 소련 영토로 들어가는 것은 러시아가 친절하게 볼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전투는 전에 통과하지 못한 레드라인을 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위기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군사적 옵션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제 중재자들이 다른 구소련 국가인 벨라루스에서의 반정부 시위와 같은 문제들에 시선이 집중돼 이번 분쟁의 경고 신호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외국 정상들은 신속한 휴전을 요구했지만 양측은 긴 싸움을 준비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위기그룹의 수석 분석가인 올레시아 바르타얀은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제한이 여름 동안 전통적인 셔틀 외교를 방해했다”며 “지금은 전쟁을 시작하기에 완벽한 시기”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이 이 사안에 대한 의제 상정을 추진함에 따라 이날 비공개로 긴급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1990년대 아제르바이잔 내 아르메니아 민족이 거주지인 나가르노-카라바흐 지역의 독립을 선언하면서 영토 분쟁에 휩싸였다. 나가르노-카라바흐의 독립은 어느 나라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는 이들을 아제르바이잔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도 이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져 양측 군인 200여명이 사망했으나 러시아와의 합의로 순식간에 끝난 바 있다.

27일 시작한 이번 전투는 누가 먼저 공격을 했는지 불분명하다.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군이 국경을 넘어 포격을 가했다고 밝혔으며 아르메니아군은 이유 없는 공격으로 희생됐다고 반박하는 등 양측 모두 먼저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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