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목포=전대웅 기자] 북한군에게 피살된 공무원이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7일 정오께 목포항에 도착했다.ⓒ천지일보 2020.9.27
[천지일보 목포=전대웅 기자] 북한군에게 피살된 공무원이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7일 정오께 목포항에 도착했다. ⓒ천지일보 2020.9.27

22일 “해군, 구명조끼 개수 파악 급급… 월북 짜맞추기 의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서해 연평도 해상 인근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이 ‘자진월북’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정부의 발표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등 해외언론 앞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수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씨(47)의 형 이래진씨(55)는 29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단과의 기자회견에서 “동생이 오랜 기간 선장을 했고 국가공무원으로 8년동안 조국에 헌신하고 봉사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애국자 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씨는 “(동생이) 실종돼 30여시간 해상 표류 시간동안 정부와 군 당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마지막 죽음의 직진까지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우리 군이 목격했다는 6시간 동안 살리려는 어떤 수단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동생의 죽음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두 번이나 존재할 때 가만히 있다가 북측의 NLL(북방한계선) 0.2마일 해상에서 체포돼 죽음을 당해야 하는 이 억울함을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느냐”라며 “반드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 전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도 “해군은 왜 3차례나 구명조끼 숫자를 보고하라고 했겠느냐”라며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군이 동생의 자진 월북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구명조끼 숫자를 파악한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말한 당시의 상황은 동생이 실종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22일 오후 6시께인데, 동생의 실종 소식에 인천으로 달려가 동생이 탔던 무궁화 10호에 올라탄 뒤 소연평도 인근 해역을 헤매고 있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A씨(47)의 형 이래진 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서울에 주재하는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A씨(47)의 형 이래진 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서울에 주재하는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9

이씨는 “수색을 하던 선장과 선원들이 갑자기 구명조끼를 꺼내 몇 개인지 숫자를 세고 있었다”며 “왜 갑자기 숫자를 세느냐고 물으니 ‘해군에서 구명조끼 수를 보고하라는 연락이 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무궁화 10호는 어업지도선으로 통상 해양수산부나 해양경찰 통제 하에 있는데 ‘해군’이라는 말에 ‘아 NLL(북방한계선) 근처라 군에서 통제하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동생이 북측으로부터 피격됐다는 소식을 접한데 이어 동생의 자진월북 소식이 전해지더니 채무와 이혼 등 개인 신상에 관한 내용들이 마구 쏟아지자 ‘이건 아니다' 싶었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니 해군이 구명조끼 숫자를 센 것도 동생의 ’자진 월북 스토리‘를 짜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그는 “국방부에서 발표한 동생의 피격 시간은 22일 오후 9시 30분쯤으로 나오는데, 당일 오후 6시~6시30분이면 동생이 살아 있던 시간”이라며 “군은 동생이 북측으로부터 피격 직전 상황에 놓인 것을 인지하고도 북측에 ‘우리 국민을 송환하라’는 통보는 안하고 구명조끼 숫자를 헤아렸다는 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북측에 표류한 4시 동안 감청 등을 통해 북측의 대화 내용까지 파악해 중계하듯 밝히면서 왜 30시간 가까이 우리 남측 해역에 있던 상황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을 못하느냐”라며 “군은 왜 그 시간에 북측에 송환 요청을 통보하지 않고 구명조끼 숫자를 보고하라고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해경은 이날 오전 진행한 ‘어업지도 공무원 실종관련 수사 진행상황 중간 브리핑’에서 숨진 이씨가 자진월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해경은 “이씨가 지고 있었던 ‘악성채무’가 월북 사유 중 하나로 추정된다”면서 “이씨의 전체 채무는 3억3000만원이었으며 이 중 인터넷 도박빚은 2억 6800만원으로 밝혀졌다”고 이유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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