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갑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특별근로감독·감사 벌여야”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1. 주무관이 회식을 하던 식당으로 사회복무요원들을 전화로 불러냈고, 이유도 없이 식당의 일반 손님들이 신발을 신고 다니는 바닥에 머리를 박고 5분 동안 원산폭격을 했습니다. 그 다음날에도 다른 식당에서 식당 주인과 종업원이 보는 가운데 원산폭격을 계속 시켰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습니다. 주무관은 평소에도 욕설과 폭언을 자주 했습니다. 그러나 담당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무요원들의 괴롭힘 신고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2. 산업기능요원이라고 욕설이 너무 심합니다. 휴가를 가려고 하니까 “짬도 되지 않는 X이 휴가를 신청한다”고 또 욕을 합니다. 업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눈치껏 어떻게든 해내면, 이유 없이 다르게 지시를 합니다. 또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업무 기한에 압박을 줍니다. 휴식시간을 지나치게 감시하고, 화장실에 있으면 빨리 나오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산업기능요원이라 자진퇴사를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3. 전문연구요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부당한 일이 많습니다. 야근이 너무 심해서 주당 60시간 일한 적이 많습니다. 어려운 일을 지시하고, 빨리 하지 않으면 느리다고 비난하고, 일을 더 많이 줍니다. 아무리 야근을 많이 해도 정해진 야근수당만 줍니다. 직장 상사가 연구과제가 아닌 개인 논문 교정과 같은 사적인 업무를 시키고, 연구 업무가 아닌 회사의 다른 업무도 가리지 않고 하게 합니다. 전문연구요원이라는 이유로, 업계에서 밤샘야근을 시키고도 야근수당을 주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군복무대체요원들에 대한 ‘갑질’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제보 받은 갑질 사례를 29일 공개했다.

지난해 병무청이 발표한 병무통계 연보에 따르면 전체 사회복무요원은 6만 698명, 산업기능요원 2만 6351명, 전문연구요원 8364명, 승선근무예비역 3035명으로 군복무대체요원의 총수는 약 10만명에 이른다.

직장갑질119는 “군복무대체요원은 사회 각 기관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근로를 제공하고 있지만, 병역을 대체하고 있다는 인식으로 인해 신분상·근로 환경상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며 “배치기관에서 복무기간을 채워야만 병역의 의무를 완수할 수 있다는 근원적인 한계, 군복무대체요원을 현역군인처럼 굴려야 한다는 배치기관 직원들의 그릇된 인식 등 현실은 하루하루 군복무대체요원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체요원의 처우 문제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복무기간을 채워야만 병역의 의무를 마칠 수 있는 저항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며 “사회복무요원과 같은 경우에는 복무지의 재지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자신을 괴롭히던 담당자의 허가를 구걸하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군복무대체요원도 노동자로 보호받아야 한다. 복무관리 위반이나 근로기준법 위반은 병역지정업체 취소사유이기도 하다”며 “정부는 대체요원들이 인권침해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점을 명심하고 법 위반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충언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각 복무기관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인식개선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며 “법위반 행위 및 부당한 괴롭힘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제도를 사실상 이용할 수 없으므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회초년생이 된 군복무대체요원들에 대한 보호할 수 있는 익명 상담·보호 제도의 확보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치기관 변경 사유를 다변화하고 그 소명의 정도를 낮추며, 산업기능요원 등과 같은 경우 업체의 부당한 대우로 인해 전직이 필요하게 된다면 새로운 업체와의 근로관계 체결에 있어 편의를 보장해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병무청은 “복무현장에서 사회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 등 보충역복무자의 권익이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한 것에 대해 심심한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사실관계를 철저히 파악해 복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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