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 결국 무산
일각서 “야당 탓하며 책임 전가”
종전선언 결의안 상정, ‘논란’ 예상
국민의힘, 추석 전후 공세 이어갈 듯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우리나라 공무원이 북한 측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정쟁으로 번지면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25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피격 사건과 관련해 국회 차원의 대북규탄결의안 채택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날 논의 재개는 긴급현안질의와 대북규탄결의안을 요구해온 국민의힘이 한발 물러서면서 성사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북한의 사과 이후 대북 비판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진상규명과 남북 공동 수색 등이 빠져있는데 현 상황을 반영해 결의안을 새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현안질의는 미루더라도 결의안 먼저 채택하고 나서자 ‘결의안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면서 결국 결의안 채택은 무산됐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자당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오늘 본회의를 개최해 대북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국민의힘 반대로 무산됐다”고 공지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알맹이가 없는 대북결의안을 들고왔다”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최고존엄은 누구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배 대변인은 “민주당이 제시한 결의안에는 ‘대한민국 공무원이 업무 수행 중에’와 ‘북한이 시신을 불태웠다’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빠졌다”면서 “그 대신 ‘반인권적인 행위’ 등에 대한 규탄 등 추상적인 내용만이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숨진 공무원의 시신을 북한이 ‘불태웠다’라는 등의 북한의 구체적인 만행에 관한 그 어떤 지적도 찾아볼 수 없다”며 “민주당 역시 쏟아지는 살해, 시신 소각 의혹 가운데 무엇하나 제대로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대북규탄협의안 협의를 거부하고 기존 입장을 바꿔 10월 6일 현안질의를 다시 제안했다”며 “금일 대북규탄협의는 국민의힘의 거부로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북한의 사과 이후 대북 규탄 결의안의 필요성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당 내부의 의견이 많아지자 민주당이 야당 핑계를 대면서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시간 끌기 작전으로 추석 이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부‧여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날 민주당이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과 북한 개별관광 허용 촉구 결의안을 국회 외통위에 상정하면서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 국민이 사망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종전선언을 할 때가 아니라고 하는데, 저는 지금일수록 더 (종전선언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2018년 가을 이맘때 종전선언이 이뤄졌다면 이런 불행한 사태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는 종전 선언의 당사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인데 안 의원의 주장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불기소 처분을 받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논란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라진 48시간’을 비판하면서 추석 전후 총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48시간을 고리로 여당의 남북 공동조사단 구성과 문 대통령이 자국민 사살 보고를 받고도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한 것과 대통령 종전선언 유엔연설과 연관성 여부, 대통령의 이번 사태 최초 인지 시점, 청와대가 사태를 보고받고 10시간 뒤에 대통령에 보고한 이유,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도 구출 지시를 내리지 않았던 이유 등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정권 눈치 보기이며 불기소로 진실을 가릴 수 없다”며 “애당초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 1월 고발된 사건에 대해 늑장수사로 일관할 때부터, 그리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검사들이 줄줄이 동부지검으로 발령 날 때부터, 추 장관도 알고 국민도 알고 있던 결과”라며 “추 장관 아들 황제 휴가 의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때는 마치 대단한 수사를 하는 것처럼 하다가 북한의 만행으로 시끄러운 틈을 타 추석 전 신속한 불기소 발표를 한 것 역시 대단히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일갈했다.
공무원의 사망사건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길어질 상황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난 4차 추경 합의와 같은 협치 정신이 다시 한 번 발휘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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