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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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들이 절망에 빠졌을 때 기적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대구에서 코로나에 걸렸다 완치된 신천지 신도 1600여명이 혈장공여를 했다는 소식이었다.

혈장기증은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는 신체적 희생이다. 그러나 혈장기증 병원 병상에 누운 이들의 모습은 밝고 의연했다. 기독교 여러 종단은 물론 사회에서까지 이단 취급을 받고 핍박받았던 이들이 아닌가.

필자는 혈장공여 신도들의 행렬을 보고 그만 숙연해졌다. 지금까지 어느 종교단체나 기독교 교회에서 이처럼 혈장을 공여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었는가.

그러나 이 나라 위정자 누구 하나 그 헌신을 칭찬한 이들이 없었다. 검찰에게 교회의 압수수색을 호령했던 법무장관, 경찰을 대동하고 교회에 진입하여 신도명부를 압수한다고 으름장을 놨던 경기지사, 지금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들 신도들의 희생을 칭찬한 신문보도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한 신문은 혈장공여를 보도하면서 코로나 확산 면죄부를 위한 꼼수라고까지 토를 달았다. 이것이 과연 숭고한 희생에 대한 대한민국 언론의 올바른 보도 태도인가.

공자의 올바른 역사기술 정신을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고 한다. 사실을 창작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 시대 언론은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하고 있으며, 정의‧공정 편에 서 있는가를 묻고 싶다. 권력의 편에서, 혹은 목소리 큰 집단의 비판이 두려워서인가. 진리를 진리라 하지 못하고, 죄악을 죄악이라 단죄하지 못하는 사이비 언론인들이 된 것은 아닌가.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사람이 먼저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그러나 이 정부는 좌파 진영에만 이 등식을 적용하고 있다. 권력의 심장부에 있던 부패한 참모들이 연이어 검찰에 적발 구속되었다가 지금은 모두 석방되었다.

신천지교단의 이만희 총회장은 전쟁종식을 위한 유엔에서의 국제법 제정 등을 위해 지구를 수 없이 돌며 헌신적 노력을 다해왔다. 총성이 멈추지 않는 필리핀 민다나오에 가서는 40년 분쟁을 해결하기도 했다. 세계의 유력한 정치지도자들을 초청하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이 총회장은 내년이면 90세 나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온기마저 없는 감방에서 몇 시간을 앉아있기도 힘든 나이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다툼이 있는 혐의를 가지고 인신을 구속한다는 것은 비인도적이며 눈치 보기 인상이 짙다. 도주의 우려가 없다면 석방하여 재판을 진행해도 된다.

그와 함께 세계 전쟁종식 운동에 참여했던 세계 각국의 언론, 종단 지도자들이 앞다투어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라고 지적하고 석방을 호소하고 있다. 만약 이대로 가다간 세계에서 가장 인권이 탄압받는 독재국가의 오명이 붙을지도 모른다.

예수는 병자와 가난하고 핍박받는 백성 편에 서다 십자가에 못 박혔다. 당시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예수에게 이단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끝내 로마군에게 넘겨 처형토록 했다. 그러나 예수는 열두 제자와 최후의 만찬을 하면서 이들의 발을 모두 씻겨 주는 등 기독교인들이 지켜야 할 사랑과 희생을 몸소 실천했다.

오늘날 타락한 종단이, 언론이 부화뇌동하여 한 교단을 이단이라고 낙인찍어 매도할 수 있는가. 신천지 신도들은 정부의 코로나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이들을 위해서도 용서와 화해의 기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버림받고 학대받았던 자식이 부모에게 지극히 효를 실천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은 미증유 국난이다. 기독교인들은 먼저 서로를 사랑하며 화해하고 고통받는 많은 이웃들을 위해 봉사적 삶을 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이것이 진정 골고다에서 피를 흘린 예수에 대한 보답이다.

 

필자약력

역사학자•전 충청일보 편집국장
전 한국편집기자회부회장. 전 충청북도 문화재위원
제17회 대한민국신문상 수상. 1995 동아일보 안종필 자유언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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