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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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네이버 부사장,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그리고 지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다. 회기 중 비서관에게 “카카오에 강력 항의해 주세요.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문자 메시지를 전한 내용이 공개됐다. 이 불똥은 카카오뿐만 아니라 네이버 그리고 전 언론기관에서 퍼져나갔다. 전 언론은 지금 포털에 목을 매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에 잘 만났다는 논리이다. 기존 언론은 국민 75%가 포털을 통해서 언론을 접하는 것에 불만이 많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요즘 ‘검언유착’이란 말을 꺼냈다, 결과는 권언유착으로 결론이 나는 형국이다. 공영방송 KBS, MBC는 권언유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젠 포털까지 권력의 마수가 뻗어 나가니, 언론은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

사건의 발단은 국민의힘 원내대표 주호영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가 추미애 사퇴설까지 거론하면서 격할 발언을 하는 동안 카카오 상단에 올라온 기사로 윤영찬 의원은 ‘들어오라 하세요’라는 말을 비서관에게 건넸다. 포털의 생리를 잘 아는 담당 윤 의원이 카카오 뉴스 순위 결정에 화가 난 것이다.

카카오는 AI 핑계를 댔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네이버에 시비를 걸었다. 포털에서 추미애 법무장관이 뚫리면 전 언론에서 소나기 펀치를 맞게 된다. 청와대야 속이 탈 것이 당연하다. 검언유착, 권언유착도 법무부와 무관할 수 없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9월 21일)의 기사〈네이버 ‘추미애 검색’ 귀신이 조작?〉에 따르면 김 교수는 19일 페이스북에 ‘스마트폰으로 네이버에서 추미애를 검색하면 첫 화면 상단에 뜨는 검색 카테고리가 이상하다. 보통의 정치인은 카테고리가 뉴스, 이미지, 실시간 검색 순으로 나오는데, 추 장관만 한참 뒤쪽 쇼핑 카테고리 다음에 뉴스, 실시간 검색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교수는 “설마 네이버 검색 카테고리까지 건드리는 권력의 포털 통제가 사실일까요”라고 했다.

카카오와 더불어 네이버로 확산되면서 포털 AI가 문제가 됐다. 정치권력이 포털에 깊숙이 개입하는 꼴이 됐다. 네이버는 공지에서 ‘기술적 오류가 있었다’고 사과했다. 그게 네이버 사과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은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여야에 적용되는 법의 잣대가 다르다면 그것은 법이 없는 나라, 즉 독재국가”라고 규정했다. 그는 2014년 4월 21일 30일 두 차례 김시곤 KBS 보도 국장에게 KBS 세월호 보도에 항의하고 ‘내용을 바꿔 달라’ ‘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고 압박했다고, 오연수 판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 전 의원은 전임 정권이어서 적폐이고, 지금은 아무 일이 없는 듯한 것에 대한 성토를 한 것이다.

한편 카카오, 네이버가 알고리즘에 대한 변명을 하자, 동아일보 서정보 문화부장은 9월 23일 ‘오늘과 내일’ 칼럼에서 <알고리즘 뒤에 숨지 말라>라고 전제하고, “알고리즘에 개발자의 의도가 들어갈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는 중요하다. 국내 검색시장과 SNS를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알고리즘 뒤에 숨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라고 했다.

기술이 이런 속성을 갖고 있다. 청와대와 포털이야 기술을 이용해 추미애 장관을 살리고 싶을 것이다. 이 정부는 매사가 순수성, 순진성이 없다. 문제가 생기면 정면으로 돌파할 생각을 하지 않고, 다른 것으로 덮을 생각만 한다. 그러니 정부의 정당성, 진정성, 진실성은 물 건너간다. 꼼수와 정치공학은 계속 쌓인다.

원래 기술은 목적 합리성에 가깝다. 그리스의 테크네(techne)는 지금의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원형이다. techne는 퍽 사변적이다. 그 뒤에 logia를 붙여서 technology라는 말을 쓴다. 사변(思辨)에 어떤 논리를 붙인 것이다. 사변이 정치 공학적이면 그 논리도 속임수가 강하게 작동됨은 당연하다.

개화기에 위정척사파(衛正斥邪派)는 ‘정(正)’을 옹호하고, ‘사(邪)’를 배척한다고 했다. 그 위정척사파가 보는 서구의 기술은 ‘기기음교(奇技淫巧), 즉 기묘하고 음탕한 기질의 결과로 봤다. 위정척사파들은 기술의 현상을 정확하게 본 것이다. 청와대는 위정척사파에서 한 수를 배워야 할 판이다. 386 운동권의 ‘선민의식’은 퍽 정당성 확보와 거리가 멀다.

노무현 정권 때 신문법에 인터넷 신문을 포함시켰다. 김어준의 딴지일보도 새로운 신문법에 의해서 2005년 1월 1일부터 신문으로 인정받게 됐다. 또한 포털도 2001년 9.11테러, 2002년 월드컵과 붉은 악마열기, 미군장갑차 사건, 갖가지 촛불시위, 세월호 사건, 박근혜 정부 탄핵, 5.9 대선 등으로 시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2020년에도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다.

지금은 프레임의 용어가 달라진 것이다. 이제 와서 386 운동권 세력은 문제가 없는데 AI가 문제라고 한다. 유혁 고려대 교수는 ‘로봇 저널리즘의 프레임워크’를 설명하면서, 인공지능으로 글을 쓰는 것과 순위 조작은 ①데이터 수집, ②이벤트 추출, ③핵심이벤트 선별, ④분위기 결정, ⑤뉴스기사 생성 등의 과정을 언급했다. techne가 변화무쌍하듯 AI 프레임워크도 얼마든지 정치공학이 개입할 수 있다. 그런데 아니라고 한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은 문제가 되고,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언론 통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내로남불 현상이 헛소리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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