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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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이 마트에 들어가 흉기로 판매원을 협박하고 경찰을 불러 달라고 했다. 경찰이 잡고 보니 직장이 없어 생계마저 어려워 교도소에 가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청년이 얼마나 절박했으면 이런 방식으로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됐는가. 그러나 놀랍게도 이런 생각을 하는 젊은이들이 주변에는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

마트에서 젖먹이에게 줄 우유를 훔치다 체포된 30대 가장, TV에서 아침부터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인력시장에 나갔다가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리는 40대 가장의 축 처진 어깨를 잊을 수가 없다. 왜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이 이런 형편없는 나라가 됐는가.

살림살이가 어려운 세상이 되면 도둑이 들끓기 마련이다. 그러나 슈퍼에서 우유를 훔치는 절박한 가정이 진짜 도둑인가. 필자는 또 다산 정약용의 논설을 상기하고자 한다.

‘진짜 도둑은 높은 자리에 앉아 제멋대로 법을 어기며 백성들을 위협하고 수만금의 뇌물을 받는 자들이다. 세도로 매관매직을 일삼으며 마음대로 국고를 축내는 자들이다.’

감사원이 청와대 감사결과를 발표한 것을 보면 이들이 정신을 차리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국가계약법을 어기고 멋대로 친소대로 일거리를 맡겼다고 한다. 대통령을 지근에서 모시는 이들이 어떻게 이런 식으로 나랏돈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가.

집권세력은 진영에 협조하지 않는 감사원장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최 감사원장은 숱한 협박과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청와대가 임명을 강요한 감사위원도 정치적 중립에 반한다고 임명하지 않은 올곧은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40년간 언론사에서 글을 써 온 필자는 이런 부패한 풍토를 본 적이 없다. 그래도 과거 정부의 청와대는 공정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잘못이 있으면 급히 시정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것은 공복정신을 잃은 오만이 아닌가.

법무장관은 검찰 개혁이란 미명하에 집권세력의 부정을 수사했던 검찰총장을 무장해제 시켰다. 진영에서는 박수를 받을망정 국민들의 분노를 생각지 못하는 것 같다. 검언유착의 프레임을 씌워 방송사 기자를 구속시키고, 무리한 수사를 벌이다 결국은 자승자박으로 자신들이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집권당 수뇌부는 언론과 국민들의 비판에도 눈과 귀를 막은 허수아비 유령이 되고 있다. 때로는 대통령에게도 올바른 소리를 해야 한다. 정의로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는가. 불법을 외면하고 비리를 눈감는 것은 비겁함이며 공범임을 알아야 한다. 다산은 부패하고 정의롭지 않은 세태를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전략)…지위가 높을수록 도둑질의 힘은 더욱 강해진다. 그 녹봉이 후할수록 도둑질의 욕심은 더욱 커진다. 그러면서 행차할 때는 깃발을 세우고 머무를 적에는 장막을 드리우며, 푸른 도포에 붉은 실띠의 치장도 선명하게 해 종신토록 향락해도 누가 감히 뭐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유독 굶고 또 굶은 끝에 좀도둑질 조금 한 사람이 이런 큰 곤욕을 당하게 되니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 그래서 내가 통곡한다…(하략)….’

코로나19 국민적 어려움이 커지는 지금 청와대부터 작은 국가 예산이라도 마음대로 써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쓸 것 안 쓰고 때로는 집까지 저당 잡혀 고혈 같은 세금을 납부한다. 지금 나랏빚이 천정부지로 늘고 있는 것에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가.

서해 바다에서 좌초된 우리국민을 향해 총을 쏴 살해하고 불을 지른 북한군의 만행 앞에서 대통령과 국방부는 무기력의 극치를 보였다. 또 청와대는 UN 연설을 핑계로 이틀간 숨겨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불공정과 부정을 넘어 국가 안보마저 불안한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고 국가수호의지마저 없다면 정부라고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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