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출처: 뉴시스)

11월 대선 앞 대형 이슈 주목

트럼프, 코로나 백신 밀어붙여

대법관 후임 여야 갈등 최고조

폼페이오, 北과 물밑접촉 시사

“北, 대화할 상황 아냐” 회의론도

[천지일보=이솜 기자]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의 10월의 이변은 무엇일까.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 10월의 이변)’란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 막판인 10월에 발생해 유권자의 표심과 판세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나 대형 반전 이벤트를 말한다.

1972년 10월 26일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측에서 베트남전 종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큰 지지를 받아 재선에 성공하면서 이 같은 용어가 생겼다. 그러나 베트남전은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하야한 이후인 1975년 4월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또 2004년 10월 29일에도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을 겨냥한 추가 테러 가능성을 제기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선거 기간 9.11테러와 국가안보를 내세운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 대선에서도 선거일 열흘도 남지 않은 가운데 FBI가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10월의 이변이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트럼프發 이변… 백신·中때리기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큰 만큼 10월의 이변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바로 ‘백신 개발’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 코로나19 백신을 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시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에 관한 미 식품의약국(FDA) 지침이 더 엄격해진다면 백악관이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일정에 맞춰 백신 개발을 서두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FDA가 백신의 긴급승인에 필요한 기준을 강화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주요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3상 임상시험을 시작했지만, 참가자들의 두 번째 백신 후보 접종 이후 ‘2달간 추적’ 규정 등까지 지켜야 하기 때문에 올해 승인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FDA와 제약사 등이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대선 전 승인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보건복지부(HHS)를 압박해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되기도 전에 긴급 사용허가가 내려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여전하다.

보통 FDA는 제약사가 개발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수년간의 자료를 제출한 후에야 승인한다. 그러나 2004년 법에 따르면 백신이 ‘효과적일 수 있고’ ‘알려진 위험보다 유익성이 더 클 경우’라는 조건이 충족되면 FDA가 훨씬 적은 증거를 가지고 긴급 사용허가를 내릴 수 있다. 문제는 이 조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 붙일 수 있을 만큼 법적으로 모호하다는 것이다.

백신 승인과 같이 트럼프 대통령이 또 밀어 붙일 수 있는 선택지는 ‘중국 때리기’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2016년 대선 캠페인을 맡았던 대니 디아즈는 지난 10일 정치 매체인 폴리티코에 “이번 선거에서 10월의 이변이 있다면 해외에서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예측했다.

폴리티코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 무산’이 이번 대선을 뒷받침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 관련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마크 우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구매 약속 이행의 미흡을 이유로 무역 파기를 선언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협상에서 2021년까지 미국으로부터 농업, 에너지, 공산품 구매를 2017년 수준에서 2000억 달러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중국이 최근 몇 달 동안 농산품과 에너지 제품의 구매를 늘렸음에도 아직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유라시아 그룹의 폴 트리올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정에 대해 점차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E14 펀드의 칼빈 친은 “이 거래를 포기하는 것이 (트럼프 입장에서) 좋은 선거 결과를 거두는 가장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션 랜돌프 베이 지역 경제위원회 중국전문가는 “이것(무역 파기)이 하나의 실패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고 중국에 강경하며, 미국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신임 연방대법관으로 지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이 발언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신임 연방대법관으로 지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이 발언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긴즈버그와 우편투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별세로 생긴 공석에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 후임 지명을 강행하면서 10월 여야의 갈등 수위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보 아이콘의 공백을 보수 신인으로 메우는 데다 미국 사회의 가치를 최종 규정하는 대법관들의 보혁 균형까지 무너뜨리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7 연방고법 판사를 지명했다.

대법관 인준을 공화당 다수인 상원이 진행하는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인준 절차를 최대로 늦추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는 배럿의 대법관 취임을 막을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가치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배럿이 대선 전 취임될 경우 보수 대 진보 성향 연방대법관 지형이 5대 4에서 6대 3으로 바뀌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와 관련해 소송을 건다고 해도 한층 유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편적 우편투표가 조작될 수 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10월 열병식… 북풍 불까

통상적으로 10월의 이변은 안보·외교 사건이 차지했다는 점에 미루어 볼 때 북한 문제 또한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블룸버그통신은 ‘김정은이 10월 트럼프를 위해 계획했을지도 모르는 일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사일 퍼레이드 ▲신형 잠수함 ▲잠수함 미사일 발사 ▲회담 재개 ▲침묵 등 북한의 행동을 유추했다.

최근 평양에 모인 미사일 트럭들과 잠수함 핵심 시설 활동이 연이어 포착되는 등 북한은 군사력 증진 징후를 보이는데, 이에 따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10월의 이변을 계획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북한의 경제를 불황에 빠뜨리고 있는 국제 제재 완화 협상을 위해 대선에 모이는 관심을 이용하고 싶어 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위성사진은 북한이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와 동시에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8노스는 미사일 관련 수송 차량이 훈련장 근처에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블룸버그는 “이번에 지켜볼 것은 고체연료 기술을 접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며 “지금 그런 무기를 내놓는 것은 누가 당선되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전달 능력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외교로 ‘북한의 핵 위협은 없다’고 확신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훼손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양=AP/뉴시스】 2018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
【평양=AP/뉴시스】 2018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회담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큰 도발이 아닌 것으로 일축하고 한반도 미군 주둔에 회의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도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북한과 관련해 “여전히 많은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낙관적”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미가 물밑에서 모종의 접촉을 재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이 특별한 행동 없이 계속 시간을 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6월 북한 외무상은 미국이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어겼다며 미국과의 대화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맹비난했고 이후 북미 협상은 교착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미국의소리(VOA)에 “트럼프 측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측 모두 북한에 아무런 진지한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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