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갑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연차갑질’ 2천만원 이하벌금

“유급병가·상병수당 도입해야”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1. 연차가 많이 남아 있고, 집안일도 있어서 연차를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상사가 연차휴가를 사용할 정도로 일이 없는 거냐고 눈치를 줍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일주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며 회사 생활의 기본이라고 합니다. 주말에 붙여서 연차 쓰는 건 당연히 할 수 없고, 상사의 눈치 때문에 휴가 쓰기가 겁이 납니다.

#2. 우리 회사는 연차를 자유롭게 쓰지 못합니다. 한 직원이 몸살감기로 연차를 냈는데, 사장이 다른 직원들 앞에서 “덩치도 있는 애가 뭐가 아프다고 안 나온대? 뚱뚱해도 감기에 걸릴 수 있냐”며 흉을 봤습니다. 4개월의 출산휴가를 사용한 직원은 복귀 시점에 사무업무가 아닌 생산팀으로 발령을 내 결국 그만두게 만들었습니다. 근무시간도 지켜지지 않았고, 초과근무를 해도 수당을 주지 않았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도 심해 결국 그만두게 됐습니다.

#3. 콜센터에서 일합니다. 매달 연차 신청을 하는데, 하루에 가능한 인원이 한 명이라 원하는 날에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제 원하는 날에 연차를 사용하려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겨야 겨우 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겨도 회사가 요구하면 나와야하고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업무상 결근으로 처리해 패널티를 준다고 합니다.

27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생활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9.9%가 ‘회사에서 자유롭게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지 않은 편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비정규직(50.0%), 프리랜서·특수고용직(53.3%)은 상용직(33.2%) 대비 1.5배 더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비율 기준에 따라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연차휴가는 노동자가 원하는 날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 돼 있다. 또 사용자는 노동자가 연차휴가를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연차휴가를 사용하게 해야 한다. 만일 사용자가 이를 위반한다면 근로기준법 제11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직장갑질119는 “대한민국 국민,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거리두기, 밀접접촉 금지하기 등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한마디 한마디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부 못된 사장님들은 독감에 걸린 직원도 휴가를 못 가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콜센터 상담사, 판매원 등 밀접공간에서 일하고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 노동자들의 상담을 하는 조윤희 노무사는 정은경 청장에게 편지로 “모든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정부에서 관리 감독하고, 유급으로 병가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코로나19의 예방과 종식에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단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유급병가제도와 상병수당 제도 두 가지 모두 없는 국가는 한국과 미국뿐”이라며 “그나마 미국은 13개 주와 20여개 도시에서는 유급병가제도가 도입돼 있다. 코로나 방역은 1등인데, 정작 제도개선은 꼴등인 국가가 한국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며 “일주일 정도의 법정 유급병가제도를 도입하고 저임금, 비정규, 특고, 중소영세사업장 등 유급병가제도 사용이 어려운 계층에 대해 건강보험제도에서 상병수당(상병급여)제도를 도입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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