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무국회의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활짝 웃는 가운데 뒤쪽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액자가 눈길을 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이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무국회의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활짝 웃는 가운데 뒤쪽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액자가 눈길을 끈다. (출처: 연합뉴스)

신속한 사과… “긴장 완화 필요 판단한 듯”

“추가 조치 통해 진정성 확인할 수 있어야”

지난 6월 군사행도 보류 지시도 비슷한 상황

당시에도 갑작스런 돌변… 실익 없다고 판단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상황 반전을 꾀하는 모습인데, 북한이 그리는 양상대로 흘러갈지 지켜볼 일이다.

실제 우리 정부가 북한 당국에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인데, 김 위원장의 발빠른 대처는 남북 긴장 완화를 노렸을 뿐만 아니라 실리적 판단도 깔려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직접’ 사과… 전례 없는 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전날(25일)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서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면서 “지도부는 이런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것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병마에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한 실망감을 더해준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통전부 차원의 유감 표명과 김 위원장의 “대단히 미안하다”는 직접적인 사과 메시지까지 담았는데, 그간 전례를 볼 때 북한으로선 사실상 최고 수위의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26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다’라는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을 보면 남북관계의 파장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면서 “예상치 못하게 커진 후폭풍에 북측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 같다. 들끓는 남측 여론을 누그러뜨리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통일센터장은 통화에서 “김 위워장의 ‘미안하다’는 표현은 상당히 전향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만큼 한반도 긴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등 상황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고 봐진다”고 해석했다.

다만 “통지문을 자세히 보면 진정한 사과라기보다는 책임회피에 중점을 둔 내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책임자 처벌 등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취해야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영해 지키는 해군 함정(연평도=연합뉴스)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측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5일 이 공무원이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 황해도 등산곶 해안이 보이는 우리 영해에서 해군 함정이 이동하고 있다.
(연평도=연합뉴스)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측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5일 이 공무원이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 황해도 등산곶 해안이 보이는 우리 영해에서 해군 함정이 이동하고 있다.

◆北, 미 대선 후 북미협상 염두… 실리적 판단도

김 위원장의 신속한 대처는 남북 간 긴장 완화뿐만 아니라 11월 미국 대선 이후 새 판을 짜게 될 북미협상을 염두에 둔 실리적 판단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 향후 미국과 협상 테이블 마련도 어려워질 수 있고, 남측 정부의 측면 지원을 받기도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10월 초로 예정된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북미 간 물밑 접촉도 거론되는 만큼 미국의 행보를 의식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은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 북미회담) 가능성을 놓고 뉴욕채널을 가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면서 “미 대선을 앞두고도 있고,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면 북미대화나 남북관계의 판이 완전히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상황 관리를 통해 운신의 폭을 넓히고자 하지 않았나 싶다”고 강조했다.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상황은 있었다. 지난 6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는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높일 때도 김 위원장은 대남군사행동 보류를 전격적으로 지시한 바 있다.

당시에도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돌변’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장기화된 대북제재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터져 나오는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군사적 긴장을 조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어는 정도 해소된 만큼 외교적으로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서울=AP/뉴시스]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모습을 17일 보도했다. 2020.06.17.
[서울=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모습을 17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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