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손지하 인턴기자] 시민들이 25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5
[천지일보=손지하 인턴기자] 시민들이 25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5

실종 공무원, 북한군에 피살

시민 “용서받을 수 없는 일”

“총살·화장 등 너무 잔인해”

“월북 진위, 중요하지 않다”

[천지일보=손지하 인턴기자]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 A(47)씨가 북측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에 대해 북한이 사과한 가운데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역에서 만난 김보현(가명, 23, 여)씨는 북한의 사과에 대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죽여 놓고 사과하면 의미가 없다”고 분노했다. 또 그는 “북한군은 인간이 아니다. 행위 자체가 비인간적이고 윤리적이지 못하다”고 덧붙여 말했다.

북한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해당 뉴스를 보던 김보민(가명, 26, 남)씨는 “사과만으로는 부족하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하경(25, 남)씨는 “이런 일은 전에도 여러 번 있었지 않냐. 계속 반복되는 실수 같다”며 “북한이 사과할 때도 있고, 세게 나올 때도 있고, 변덕이 심해서 진심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유영옥(50대, 여)씨는 “마치 한 집에서 사는 사람들끼리 티격태격 싸워도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야 하니까 사과하는 것처럼, 상대방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겉치레로 사과하는 경우 같다”고 평가했다.

응당 받아야 할 사과라고 생각하는 시민도 있었다.

임수혜(가명, 80, 여)씨는 “월북이든 뭐든 안 받아주면 되지 어떤 이유로든 죽이진 말았어야 했다”며 “총으로 쏴 죽이고 불로 태우기까지 한 것도 너무 잔인한데, 여기서 사과까지 안 하면 더 잔인한 것”이라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우리 영해 지키는 해군 함정(연평도=연합뉴스)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측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5일 이 공무원이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 황해도 등산곶 해안이 보이는 우리 영해에서 해군 함정이 이동하고 있다.
우리 영해 지키는 해군 함정.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측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5일 이 공무원이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 황해도 등산곶 해안이 보이는 우리 영해에서 해군 함정이 이동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시민들은 피살된 공무원을 두고 ‘월북’이라는 표현을 쓴 국방부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드러내며, 월북 진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보민씨는 “처음에 듣기로는 월북이라는 표현을 우리 정부에서 먼저 썼다”며 “그걸 북한이 먼저 얘기해준 것인지는 몰라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월북이란 표현을 쓴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논점을 흐리는 듯한 생각이 든다”며 “월북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나라 국민이 북한군에게 죽은 사실이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하경씨도 “그게 왜 중요한진 모르겠다. (피살)당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직 사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임수혜씨는 “유족들 주장이 맞는지, 군에서 주장하는 게 사실인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유영옥씨도 “양측 말이 다른데 (월북) 사실 여부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일방적으로 한쪽의 말만 믿을 순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1일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서 실종됐다. 북한은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부유물을 붙잡고 표류하던 A씨에게 접근해 월북 경위 등의 진술을 들은 뒤 무참하게 사살하고서 시신까지 불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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