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실종 뒤 22일 실종 공무원이 관측, 피격된 황해남도 옹진군 등산곶 해안 인근에 떠있는 북한 경비정의 모습(출처: 뉴시스)
21일 실종 뒤 22일 실종 공무원이 관측, 피격된 황해남도 옹진군 등산곶 해안 인근에 떠있는 북한 경비정의 모습(출처: 뉴시스)

생존 파악 후 6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 안 해

“北, 사살하고 불태울 것 전혀 상상 못해” 해명

전문가 “북측과 통신망 등 통해 송환 요구했어야”

은폐 정황엔 “아닐 듯… 사실관계 확인엔 시간 걸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우리 군이 북한이 실종자 A씨를 발견한 때부터 사살할 때까지 약 6시간 동안 거의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군이 지켜보고 있는 사이 북한이 실종자를 사살하고 불태운 셈인데, 군의 대처가 너무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다.

◆軍 “北 영해여서 즉각 대응할 수 없었다”

24일 군 당국에 따르면 A씨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측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군에게 최초 발견된 시점은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께다.

군도 그 시간 첩보를 활용해 동향을 파악했지만, 당시에는 A씨라고 특정하진 못했다. 오후 4시 40분쯤 A씨의 표류 경위와 월북 진술 동향을 포착하고 나서야 북한군이 발견한 사람이 A씨라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A씨는 오후 9시 40분께 북한군 총격으로 결국 사망했다. 발견사실을 확인하고 사살될 때까지 약 6시간 동안 우리 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첩보 분석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했지만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군 관계자는 사건 발생 해역이 북한 영해여서 우리 군이 즉각 대응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무엇보다 비무장 상태인 민간인을 북한이 바로 사살하고 불태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이 발견 즉시 구조하지 않고 바다에 그대로 두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문성묵 한국전략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군의 사명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것인데, 아쉬움이 많은 대목”이라면서 “아무리 북한 영해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라도 국제 상선 공통망 등으로 북측에 교신을 시도해 A씨에 대한 보호와 송환을 요구했어야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문 센터장은 “하다못해 NLL 인근에서 확성기라도 사용해 경고 등을 했어야 했다”며 “군이 해명을 하고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측과 연락을 시도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군은 ‘우리 첩보 자산이 북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군은 24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실종 사고와 관련, 북한의 총격에 의해 해당 공무원이 숨졌으며 시신을 일방적으로 화장하기까지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출처: 뉴시스)
군은 24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실종 사고와 관련, 북한의 총격에 의해 해당 공무원이 숨졌으며 시신을 일방적으로 화장하기까지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출처: 뉴시스)

◆‘이미 사망 인지하고도’… 사실관계 축소 목소리

군이 이미 A씨의 피격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 또는 축소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 23일 오후 문자 공지를 통해 A씨의 피살이 이뤄진 하루 뒤에야 실종 소식만 간단하게 밝혔다. 해당 공지엔 “A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돼 정밀 분석 중”이라고만 했을 뿐이다.

당시 군은 관련 질의에 “파악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A씨의 생사를 둘러싸고 각종 추측이 제기될 때도 군은 “생존 여부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만 했다.

이후 군은 전날(24일) 오전에서야 A씨의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군 관계자는 “수집된 첩보를 모두 분석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필요했다. 의도적으로 은폐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북한이 총격 이후 시신에 불을 질렀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신뢰성 검증으로 시간이 걸렸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무장하지 않은 사람에게 총격을 가하고 화장했다는 걸 첩보 상태에서 발표할 순 없다”며 “정보의 신뢰성과 사실관계 파악에 대한 검증 과정에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관련 질문에 “실제 현장에서 군이 사건을 포착해내고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중요한 건 그 이후의 처리 과정인데, 사건을 확인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센터장도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 게 아니라면 이해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제공: 국회)ⓒ천지일보 2020.9.2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제공: 국회)ⓒ천지일보 20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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