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공직자다. 아니 국민의 대표다. 그들의 공직이, 또는 국민의 대표라는 지위가 그들의 사익을 추구하는 데 조금이라도 수단이 된다면 그들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다. 공직의 탈을 쓰고 사익을 추구하는 무리라면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저급한 행태와 다를 바 없다. 굳이 공직이 아니더라도 공직 못지않게 국민의 신뢰를 담보해야 할 사람이라면 사적인 관계라도 공직 못지않은 엄중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공직에 나설 생각을 접어야 한다. 이것이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공직자에 대한 최소한의 눈높이가 아닐까 싶다.

최근 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제명됐다. 아파트 몇 채를 사들이고 논란이 일자 자녀에게 증여하는 수법으로 출구를 찾는 행태는 업자들의 수준 못지않다. 그런 사람이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총선 출마를 하고, 또 그런 사람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정한 민주당의 태도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제명이 당 차원의 최고 징계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당론으로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어야 했다. 탈당을 요구했어야 했다. 그것이 평등과 공평, 정의를 말한 문재인 정부의 민주당이 마땅히 해야 할 수순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제 손 털었다는 식이다. 참으로 무책임한 정당이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의 공사를 수주한 것과 관련해 특혜성 시비와 함께 피감기관을 압박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이긴 하지만 박 의원과 가족이 소유한 건설회사가 이런 식으로 사업을 벌였다는 것은 충격이다. 게다가 박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로 활동했다. 국회의 엄정한 잣대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국민의 상식으로도 국토교통위원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오히려 야당 간사로 임명했다. 드러내놓고 건설업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의원의 윤리 문제는 늘 논란이 되고 있다. 뚜렷한 기준도, 과정도 심지어 검증도 거의 없다. 물론 책임 문제도 미미하다. 박덕흠 의원의 경우 윤리 문제를 넘어서 ‘이해충돌방지’라는 공직자의 기본적인 자세도 결여돼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10여년 전부터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도 법적 장치가 없다. 심지어 2015년 이른바 ‘김영란법’의 핵심 내용이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빼버렸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정부안으로 제출됐지만 또 무산됐다. 그러다가 지난 6월에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가 된 상태다. 조사를 해보면 어디 박덕흠 의원뿐이겠는가. 이번 법안을 보면 이해충돌에 대한 범위와 신고, 회피 등의 구체적 지침이 적시돼 있다. 박덕흠 의원의 사례를 보면서도 또 미룰 것인지, 이번만큼은 국민적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