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박덕흠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박덕흠 의원은 건설업계 출신으로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다. 자신의 출신 직군과 이해가 충돌하는 국토교통위에 들어갔다. 지난 2015년부터다. 무려 5년 동안 국토위에 있었고 국토교통위 간사까지 역임했다. 국토위에서 활동하는 동안 그의 가족 회사가 국회 피감기관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산하 기관으로부터 1000억원에 이르는 공사수주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주액이 4000억에 이른다는 추정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한겨레신문은 국토부 자료를 근거로 박덕흠 의원이 국회 국토위 위원으로 활동하던 지난 5년 동안 박 의원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3개 건설회사가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으로부터 773억원의 공사를 수주하고 국토부와 산하기관으로부터 신기술 사용료로만 371억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서울시 산하 기관에서는 400억원에 이르는 수주를 받았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구체적 수치까지 나오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는 상황임에도 박 의원은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민주당이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의혹에 대해 정부여당의 ‘부당한 정치공세’로 치부하고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해받는 자’의 이미지를 만들어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행동이다.

자신 소유의 주식을 백지신탁했지만 안 팔렸다고 말했다. 제이티비씨 보도에 따르면 자신이 보유한 비상장 주식을 액면가보다 무려 8배나 비싸게 내놓은 경우도 있었다. 다른 주식도 비싸게 내놓았다. 팔리지 않게 하려는 꼼수다. 백지신탁 제도가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요술방망이처럼 홍보되고 있지만 국회의원이 팔 가격까지 정할 수 있는 까닭에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은 박덕흠 의원을 이해충돌 관계에 있는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에 배정하고 지난 5년 동안 국토위에서 활동하게 하고 간사까지 맡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서 사과하고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국회는 이해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입법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림으로써 국회가 부조리와 비리의 온상이 되도록 방치한 책임을 져야한다. 지난 2013년 이해충돌방지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입법되지 않았고 지난 2015년 권익위가 제출한 김영란법 원안에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들어 있었지만 국민 대다수가 피해를 입을 거라는 해괴한 논리를 동원해 무산시켰다. 올 1월 권익위가 이해충돌방지법안을 또 제출했지만 지금까지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3년이나 2015년에 법률이 만들어졌다면 박덕흠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의 죄가 크다.

지난 7년 동안 이해충돌방지법을 번번히 무산시켜온 국회다. 이번에는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지금까지 흐름으로 볼 때 법안을 만드는 체 하다가 법안 자체를 무산시키거나 법안을 종이호랑이로 만들어 통과시키려 들 것이다. 시민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지난 7년 동안 이해충돌방지법이 통과되지 않은 데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자리 잡고 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신인 정당들이 짬짜미한 결과이다. 두 거대 보수 정당이 기득권 세력과 사실상 한통속임을 생생히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다른 행보를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국민들은 지금 분노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을 즉시 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과 정부가 국민의 바람을 거부한다면 역풍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은 더 이상 현 정부와 여당에게는 개혁과제를 맡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여당은 시대적 사명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국회는 전수조사를 통해 이해충돌에 해당하는 의원의 현황을 파악해서 국민 앞에 공개하고 이해충돌에 해당되는 상임위에서 소속된 의원을 이해가 충돌하지 않는 상임위로 이동시켜야 한다. 국회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즉시 나서야 하고 이해충돌 행위를 한 의원은 의원직을 박탈하도록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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