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22일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원행스님) 산하 나눔의집에 대한 추가 보도를 내보냈다. 사진은 2018년 나눔의집 이사회에서 원행스님이 호텔식 요양원을 설립하기 위해선 사업예산안을 100억원으로 잡아야하지 하겠느냐고 발언을 하는 모습. (출처: PD수첩 방송화면 캡쳐)
MBC PD수첩이 22일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원행스님) 산하 나눔의집에 대한 추가 보도를 내보냈다. 사진은 2018년 나눔의집 이사회에서 원행스님이 호텔식 요양원을 설립하기 위해선 사업예산안을 100억원으로 잡아야하지 하겠느냐고 발언을 하는 모습. (출처: PD수첩 방송화면 캡쳐)

비리 폭로한 공익제보자들, 고소·고발에 시달려
前상임이사 원행스님의 수상한 근무일지 공개돼
할머니 앞세워 편법으로 수익 창출했다는 의혹도
경찰, 대표이사와 이사진들에 대한 수사 진행 중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원행스님) 산하 나눔의집이 국고보조금과 후원금 부당사용 의혹 등으로 논란의 도마에 오른 지 넉 달이 지났다. 그동안 나눔의집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었을까. 넉 달이 지났음에도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곪아있던 또 다른 문제점들이 터지면서 종교·사회에 공분을 사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소재에 있는 나눔의집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에 의해 성적희생을 강요당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이 지내는 후원시설이다. 나눔의집은 1992년 6월 나눔의집 건립추진위원회가 할머니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불교계 및 사회 각계에 모금 운동을 벌이면서 설립됐다.

1992년 개소 후 30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는 대한불교계종 산하 나눔의집, 마음을 치유 받아야 할 할머니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18일 오전 경기도 광주나눔의집에 개관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품전시관 및 추모기록관 전경. ⓒ천지일보
18일 오전 경기도 광주나눔의집에 개관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품전시관 및 추모기록관 전경. ⓒ천지일보

◆후원금으로 땅 사고 건물짓고… 학대 정황도

나눔의집 사태는 올 초 시설 직원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후원금이 쓰이지 않는다”고 내부고발을 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공익 제보자들은 MBC PD수첩을 통해 지난 5년간 모인 후원금 88억원을 쌓아두고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나눔의집의 행태를 폭로했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7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 나눔의집 법인과 시설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국민이 후원한 돈의 대부분은 나눔의집 운영법인 계좌에 입금돼 토지매입이나 생활관 증축 등 ‘재산조성비’로 사용됐으며 나머지 후원금은 국제평화인권센터, 요양원 건립 등을 위한 자금으로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시민단체 활빈단은 8월 초 이사장 송월주스님(조계종 전 총무원장)과 시설장 등 관계자들을 기부금품법 위반과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활빈단은 “이번 조사에서 할머니에 대한 언어폭력 등 정서적 학대 정황도 발견됐다”며 “이 역시 인권 보호 차원에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고발조치에 경찰은 현재 나눔의집 대표이사와 이사진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행정 처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MBC ‘PD수첩’이 22일 보도한 ‘나눔의집, 스님께 다시 묻습니다’ 방송 화면 캡쳐. (출처: MBC ‘PD수첩’)
MBC ‘PD수첩’이 22일 보도한 ‘나눔의집, 스님께 다시 묻습니다’ 방송 화면 캡쳐. (출처: MBC ‘PD수첩’)

◆할머니들 재산 강탈? 고소·고발 시달리기도

이후 나눔의집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었을까. PD수첩은 22일 ‘나눔의집, 스님께 다시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나눔의집에 대한 추가 보도를 내보냈다. PD수첩에 따르면 나눔의집의 비리를 제보한 공익제보자들은 방송이 나간 후 총 10건의 고소·고발에 시달리는 등 운영진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 또 이날 방송에서는 원행스님의 학예업무 일지 조작과 국가지원금 부정 수금 의혹과 가족이 없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재산을 돌아가신 이후 편법으로 가져갔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나눔의집과 별도로 요양원을 짓겠다고 하다가 문제가 돼 민관합동조사까지 나온 마당에 나눔의집은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이곳에 남성을 포함한 일반인 입소자를 모집한다는 공문을 면사무소에 보내기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입소자들이 거할 곳은 나눔의집 법인 이사회 측에서 그동안 수차례 언급해왔던 호텔식 요양원이다. 그런데 요양원이 될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은 시작도 못한 채 수년째 표류 중이었다.

이에 대해 송기춘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이 곳은) 나눔의집과 성질이 맞지 않고 활동도 없다며 어쩌면 보조금을 받기 위해 만든 그런 단체가 아닐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국제평화인권센터에 대한 등록말소 절차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오전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서 거행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군자 할머니의 노제에서 이용수 할머니(왼쪽부터)와 당시 나눔의집 원장 원행스님, 박옥선 할머니가 헌화하고 있다. ⓒ천지일보DB
25일 오전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서 거행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군자 할머니의 노제에서 이용수 할머니(왼쪽부터)와 당시 나눔의집 원장 원행스님, 박옥선 할머니가 헌화하고 있다. ⓒ천지일보DB

◆매번 법적대응 경고하던 조계종, 이번엔 ‘침묵’

해당 내용이 방영되자 ‘나눔의집 운영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정상화추진위)’는 조계종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법보신문과 불교방송 BBS를 통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상화추진위는 23일 ‘나눔의집 내부 고발직원, 위법·부정행위를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나눔의집 내부 고발자라고 지칭하는 직원 7명은 2019년 7월 29일 전(前) 운영진과 현재 임원들에게 일방적으로 과다한 호봉승급과 직책을 요구했다”며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집단적으로 항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PD수첩이 조계종에 제기된 의혹들을 방영할 때마다 곧바로 법적대응을 경고하던 조계종은 이번엔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조계종은 24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입장문 발표는 얘기된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조계종 홍보팀 관계자는 “입장문 발표 얘기는 아직 안 나오고 있다”며 “논의가 돼 대응할 게 있으면 입장문이나 성명서를 발표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얘기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나눔의집 법인 측은 지난 방송 이후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제기된 의혹들로 인해 사태 해결은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분위기다.

나눔의집에 기부한 한 후원자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이사들도 할머니들을 위하는 일이라지만, 할머니들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할머니들이 당장 행복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시설에 대한 후원금 사용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천지일보 2020.5.20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시설에 대한 후원금 사용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천지일보 20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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