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피츠버그 국제공항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피츠버그 국제공항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했다. (출처: 뉴시스)

‘평화적 정권 이양’ 약속 거부

우편투표 조작 의혹 지속 제기

패배 시 불복 염두에 둔 포석

“대선 결과 결국 대법원 갈 것”

“트럼프 캠프, 불복 전략 수립 중”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평화적 정권 교체 약속을 거부하면서 미국 정치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23일(현지시간) CNN방송,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화적인 정권 전환을 약속하겠냐는 질문에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내가 투표용지에 대해 아주 강하게 불평해온 것을 알고 있지 않나. 투표용지는 재앙이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입장은 우편투표가 조작될 수 있다는 그의 의혹에서부터 시작됐다. 보편적 우편투표가 대규모 사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보편적 우편투표는 유권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모든 유권자들에게 투표용지가 배달되면서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부재자 투표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 경우 유권자의 요청에 의해 투표가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편투표와 부재자투표의 방식은 동일하다.

AP통신은 “현직 대통령이 미국의 민주주의 선거 과정에 대한 완전한 신뢰를 하지 못하는 표현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힐러리 클린턴과의 대결에서도 평화적 정권 교체 약속하는 것을 거절한 바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상 제한된 두 번의 임기를 훨씬 넘기고 재임하는 데 대해서도 농담을 해왔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밤 델라웨어주 월밍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무슨 나라에 있는가”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많은 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우편투표를 독려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 반대 입장을 수개월 동안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 우편투표가 있는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혹처럼 선거 결과를 부정확하게 조작할 가능성은 낮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하게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을 거부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지켜봐야 한다.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에 대해) ‘그렇다’라고만 하진 않을 것이다. 싫다고도 안 한다. 지난번에도 그랬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지난달엔 재선거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도 했다.

미국자유인권협회는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 민주주의의 기능을 발휘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미국 대통령의 이 발언은 모든 미국인에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시사 발언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공화당의 밋 롬니 상원의원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민주주의의 근본은 권력의 평화적 전환이며 그것이 없으면 벨라루스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공석을 채울 후임 연방대법관의 신속한 지명이 필요한 이유로 11월 대선이 결국 대법원에 갈 것이라는 전망을 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기든, 바이든 후보가 이기던 간에 서로 승리를 인정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투표를 둘러싼 소송의 가능성 때문에 대선 전에 연방대법관을 임명하는 게 시급하다고 보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이건 결국 연방대법원에 갈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나는 연방대법관이 9명인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별세로 생긴 공석이 채워지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 후임을 지명, 대선 전 인준에 밀어 붙이기 위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그렇게 되면 보수 대 진보 성향 연방대법관 지형이 5대 4에서 6대 3으로 바뀌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와 관련해 소송을 건다고 해도 한층 유리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시사주간지 애틀랜틱도 트럼프 대통령 캠프가 이미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보도했다.

애틀랙틱은 트럼프 캠프의 전국 및 주별 법률팀은 격전지 주에서 개표 결과를 회피하는 방법의 선거 후 전략 토대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헌법의 모호성과 선거법의 논리적 쟁점을 잡아 차기 대통령 취임식까지 분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새 대통령의 취임 선서 때는 트럼프와 바이든 둘 다 나타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애틀랜틱은 “최악의 경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거부하는 게 아니다”라며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적인 결과를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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