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HCN 사옥 전경. (제공: 현대HCN)
현대HCN 사옥 전경. (제공: 현대HCN)

방통위, 물적분할 조건부 승인

과기부, 빠르게 후속처리할 듯

공정위 결합심사, 여전히 난제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정부가 현대HCN 물적분할에 따른 변경허가 신청을 조건부 승인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현대HCN 매각을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지 두달여 만이다. 이에 따라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 현대HCN 변경허가 사전동의 건’을 조건부 의결했다. 기존 현대HCN이 보유한 사내유보금 총 3320억원 중 3120억원을 존속법인 현대퓨처넷에 남기는 것을 허용하는 동시에 미디어 콘텐츠 투자 의무를 부과했다.

앞서 현대HCN은 높은 몸값 때문에 SK텔레콤과 매각협상이 무산된 후 매각가격을 낮추기 위해 물적분할을 진행했다. 현대퓨쳐넷(존속법인)과 현대HCN(신설법인)으로 분할하고 현대퓨처넷이 신설회사인 현대HCN의 100% 주식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현대HCN이 보유 중인 현금 3600억원 중 3400억원을 현대퓨처넷에 귀속시켜 매각가를 더 낮추려는 계획이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케이블TV 사업으로 얻은 수익 대부분을 이와 무관한 존속법인에 넘기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방통위는 존속법인 현대퓨처넷이 미디어콘텐츠 투자를 이행하는 것을 물적분할 조건으로 내걸었다. 미디어콘텐츠 투자 계획에서 제시한 투자금액 중 전부 또는 일부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신설법인인 현대HCN이 금액 상당액을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추가 투자해야 한다. 단 투자금액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정부의 이번 승인 조건이 현대HCN의 매각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방통위는 매년 이에 대한 이행실적을 확인하고 사업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 중앙전파관리소장에게 현대퓨처넷으로 받은 미디어 콘텐츠 분야 투자계획 이행실적을 제출하도록 했다. 향후 KT스카이라이프와 인수합병(M&A) 절차가 완료되면 KT스카이라이프에 이행 책임이 이관된다. 또한 가입자 승계와 종사자 고용승계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현대HCN은 이르면 추석연휴 이전 정부로부터 물적분할 최종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는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사전동의 결과를 통보하고 과기정통부는 심사 후 신속하게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최종 승인이 빨라진다면 실제 물적분할 기일은 현대HCN이 당초 예상했던 11월 1일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부의 물적분할 승인이 끝나는 대로 KT스카이라이프와 인수 본계약 논의에 본격 돌입한다. 이에 따라 잠시 멈춰있던 현대HCN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 물적분할 승인을 받는 대로 현대백화점그룹 등과 본계약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인수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HCN 실사도 속도감 있게 진행할 전망이다. 이후 이르면 내달 중순 과기정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청을 할 계획이다. 

문제는 공정위 기업결합이 시장집중도를 살펴보는 심사인 만큼 공공성 이슈와 점유율 이슈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합산규제는 사라졌지만 현재 KT 계열 점유율(31.52%)에 현대HCN 점유율(3.95%)까지 더해지면 M&A 후 점유율은 35.47%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앞서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진행할 때도 이런 위성방송의 공공성 이슈와 점유율 이슈 때문에 M&A가 무산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정부가 유료방송 시장의 M&A 규제를 완화하고 승인심사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어 양사는 정부의 정책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기업결합심사가 원만하고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국내 미디어콘텐츠산업 발전과 방송의 공적책무인 지역성 강화와 위성방송에 요구되는 공적책무 확대, 이용자 후생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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