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쿠호샤가 발행한 일본 중학교 공민 교과서와 역사 교과서 (출처: 연합뉴스)
이쿠호샤가 발행한 일본 중학교 공민 교과서와 역사 교과서 (출처: 연합뉴스)

우익 사관을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은 일본 출판사 이쿠호샤(育鵬社)의 교과서가 내년에 중학교 교육 현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할 전망이다.

23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의하면 2021학년도(2021년 4월∼2022년 3월)부터 4년간 사용될 일본 공립 중학교 교과서 선정 결과 이쿠호샤 교재의 채택률이 역사 1%, 공민(일반사회) 0.4%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쿠호샤 교재의 올해 채택률이 역사 6.4%, 공민 5.8%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존재감을 상실하는 수준으로 외면당한 것이다.

우익 단체인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교과서 선정을 목표로 편집에 관여한 지유샤(自由社)의 역사, 공민 교재는 0.1% 정도의 채택률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앞서 교과서 검정에서 탈락했다.

학생 수가 많은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浜)시·후지사와(藤澤)시, 오사카부(大阪府) 오사카시 등이 현재 사용 중인 이쿠호샤 교과서를 내년부터 쓰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우익 교과서 퇴출 흐름으로 이어졌다.

현재 이쿠호샤 교과서를 사용하는 지자체 중 16개가 내년에 다른 출판사 교재를 쓰기로 결정했고 내년부터 다른 출판사 교과서에서 이쿠호샤로 갈아타기로 결정한 곳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지역구 중 하나인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關)시 1개뿐이라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이달 16일 기준 내년에 공립 중학교가 이쿠호샤 교재를 사용하기로 한 지자체는 오키나와(沖繩)현 이시가키(石垣)시, 오사카부(大阪府) 이즈미사노(泉佐野)시 등 10개뿐(현립 중고 통합학교 제외)이다.

시민사회의 끈질긴 저항이 우익 교과서 퇴출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시민단체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의 스즈키 도시오(鈴木敏夫) 사무국장은 "현장의 교사나 시민의 목소리가 보디블로(권투에서 상대의 복부를 타격하는 것)처럼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장이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이들을 교육장이나 교육위원에 임명해 교육 현장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은 교재가 교과서로 채택되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을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기 이런 방식에 저항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이쿠호샤 교과서를 확산시키려는 우익 세력의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지만 시민사회가 이에 굴하지 않고 대항한 셈이다.

앞서 일본 기업 후지주택에서 일하는 재일 한국인 3세 여성이 사용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판결문에서는 후지주택 회장이 이쿠호샤 교재 채택률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설문조사에 참여하도록 장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익 사관을 옹호해 온 산케이(産經)신문은 이쿠호샤 교재가 "일본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애정을 기르는 것을 편집 목표로 걸고 있다"며 "걱정되는 것은 자학적인 내용의 교과서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이쿠호샤 교재 채택률 저하에 관한 논설을 23일 지면에 실었다.

이 신문은 새역모가 주도한 지유샤 교재가 검정에 탈락한 것과 관련해 "부적절한 '종군위안부'라는 호칭을 비롯해 일부러 자국을 깎아내리는 것 같은 기술이 검정을 통과했다. 자학 사관으로부터의 탈각을 꾀하는 교과서 개선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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