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민생·코로나 방역에 총력…남쪽과는 '거리두기' (CG)[연합뉴스TV 제공] (출처: 연합뉴스)
북한, 민생·코로나 방역에 총력…남쪽과는 '거리두기' (출처: 연합뉴스)

北선전매체 통해 연일 비난… 공식 논평은 아직

6월 ‘대적 사업’ 후 뜸했던 대남 비난 재개 관측도

전문가, 의견 분분… “도발 가능성도 배제는 못해”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최근 한미 간 외교·국방 분야의 한미공조와 관련해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동안 뜸했던 대남 비난이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인데 아직은 공식 매체가 아닌 대외 선전매체만 동원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이전처럼 일회성 비난으로 그칠지, 아니면 본격적인 대남 비난을 재개하려는 것인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으로는 지난 19일 평양 공동선언 2주년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북한이 다음날부터 사흘 연속 대남 비난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데, 그 속내가 뭔지도 짚어봤다.

◆북한, 南 다국적 해상훈련 참가 비난… “위험천만한 도발”

북한이 22일 선전매체를 동원해 우리 해군이 일본, 호주 등과 함께 태평양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해상연합훈련에 참가한 것을 두고 원색적으로 맹비난했는데, 요지는 남측의 행태가 첨예한 한반도와 지역의 긴장을 격화시키고 전쟁 위험을 몰아오는 위험천만한 도발이라는 것이다.

‘조선의 오늘’은 이날 ‘자멸을 불러오는 무모한 불장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 해군이 미국주도의 환태평양합동군사연습인 ‘림팩’에 참가하고 돌아오던 중 괌도주변해상에서 ‘퍼시픽 뱅가드’를 비롯한 연합해상훈련에 광분했다”고 보도했다.

‘림팩’은 미국 해군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다국적 해상합동훈련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태평양 국가들의 연합작전능력 배양을 위해 2년마다 열린다.

우리 해군은 지난달 17일부터 31일까지 하와이에서 다국적 해상합동훈련 ‘2020 림팩’에, 지난 11일부터 사흘 동안은 괌 인근 해상에서 미국과 일본, 호주 등이 함께한 ‘퍼시픽 뱅가드’ 연합훈련에 참여했다.

이번 훈련에 대해 매체는 “우리 공화국과 주변 나라들을 군사적으로 견제, 봉쇄, 압살하고 조선반도와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려는 미국의 침략적인 패권 전략(의 일환)”이라고 규정하고, 남측의 훈련 참여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실현의 공범자, 돌격대로 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실증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태평양 한가운데 나가서까지 미국의 전쟁 소동에 편승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부의 대결 광기가 위험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상전의 비위를 맞추는 추악한 몰골”이라고 비아냥댔다.

특히 우리 정부를 겨냥해선 자신들의 ‘전쟁 책동’에 대해서는 시치미 떼고 이 시각에도 ‘평화’에 대해 떠들고 있다며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짓거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무모한 군사적 광란이 가져올 파국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앞서 북한 매체는 지난 20일 한미 외교당국이 신설을 검토 중인 ‘동맹대화’에 대해 “예속과 굴종의 올가미”라고 꼬집었고, 21일에는 최근 한미 군 당국이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열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력 방안을 논의한 데 대해 “남측의 평화 타령은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한미일·호주 해군, 태평양서 연합훈련. 한미일 및 호주 등 4개국이 11일 괌 인근 해상에서 미국 주관 해군연합훈련을 실시했다.사진은 미 7함대사령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훈련 모습. 2020.9.12 (출처: 연합뉴스)
한미일·호주 해군, 태평양서 연합훈련. 한미일 및 호주 등 4개국이 11일 괌 인근 해상에서 미국 주관 해군연합훈련을 실시했다.사진은 미 7함대사령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훈련 모습. (출처: 연합뉴스)

◆北매체 비난 의도?… “경고 메시지” vs “과거 수준”

북한의 비난 메시지를 보면 일견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남측의 기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는데, 비록 공식 논평이 아닌 선전매체를 동원한 것이지만 사흘 연속 대남 비난에 나선 것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주목된다.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적대 행위 보류를 지시한 이후부터는 정세를 관망하며 노골적인 대남 비난을 자제해왔다. 공식 매체에서는 대남 비난이 사라졌고, 간간이 선전매체를 통해 남쪽의 군사력 증강과 군사훈련에 대해서만 비판했다.

우수근 중국 산동대 교수는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경고라고 여겨진다”면서 “우리 정부가 너무 미국 쪽으로 쏠려가는 측면, 외교·안보라인을 바꿨으면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점 등 남측에 대한 불만 표출이거나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하는 압박 차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 교수는 “북한은 향후 남측과 미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더 강한 걸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내달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도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인데다 ‘북한은 도발을 해도 잃을게 없다’는 논리를 폈는데 미 대선과 맞물려 제재를 강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설사 조치를 더 취하려 해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우 교수의 설명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북한의 최근 비난 메시지를 보면 남측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보이는데 미국도 또한 동시에 겨냥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북미관계든, 남북관계든 자기들도 철저히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듯싶다”고 진단했다.

반면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 대외매체들이 늘상 해왔던 일이다. 그들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라며 “북한 당국이 수해 복구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대외매체 차원에선 그들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매체의 논평 내용도 과거 해왔던 수준의 비난이다. 새로운 뭔가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 10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하는 장면.북한이 지난 10월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천지일보 2019.12.15
북한이 지난 10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하는 장면.북한이 지난 10월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천지일보 201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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