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보성=전대웅 기자] 보성군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백금림씨가 셋째 딸 김주오씨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2
[천지일보 보성=전대웅 기자] 보성군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백금림씨가 셋째 딸 김주오씨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2

지자체 고향 방문 자제 당부
벌초 대행 작년보다 이용 수↑
보고 싶은 가족 ‘영상통화로’
성묘도 온라인으로 대신해

[천지일보=이미애·김미정·전대웅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가 늘어나자 예년과 다른 명절 분위기가 예상된다. 전국 지자체에서는 고향 방문을 되도록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으며 차례나 벌초도 온라인이나 대행을 이용할 것을 권하고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함께 보내는 올해 추석은 ‘미풍양속’의 뿌리 깊은 정서마저 한순간 뒤집어 놓았다. 고유의 명절인 만큼 조상을 직접 찾아 벌초해야했던 ‘가족모임 벌초문화’ ‘제사 문화’ ‘성묘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명절만 되면 겪어야 했던 ‘명절 증후군’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결 자유로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전남 장흥군 농민회가 벌초 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정종순 장흥군수가 벌초 작업을 거들고 있다. (제공: 장흥군) ⓒ천지일보 2020.9.22
전남 장흥군 농민회가 벌초 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정종순 장흥군수가 벌초 작업을 거들고 있다. (제공: 장흥군) ⓒ천지일보 2020.9.22

◆벌초 전문 대행 문의 빗발쳐

예년 같았으면 주말마다 벌초하러 고향을 향한 차들로 고속도로가 붐볐을 때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벌초 대행을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권하는 분위기여서인지 올해는 고속도로도 한산한 편이다.

벌초 대행은 봉분의 벌초를 직접 하지 않고 대리인을 구하듯 업체를 선정해 벌초를 해주는 행업을 말한다. 

벌초 대행 일을 하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농협 고영춘 지도상무는 “작년에는 하루 한 건, 일주일에 1~2건 정도였는데 올해는 하루에 3~5건 정도 문의가 온다”고 말해 벌초 대행을 찾는 이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 상무는 “농협에서 벌초를 전문으로 하는 분들과 연결을 해주는데 도로에서 인접한 곳은 괜찮지만, 1㎞ 이상 들어가는 곳은 찾기 힘든 데다 위험한 곳도 있어 사전 답사를 한 후 위치를 확인해 대행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성묘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여수시는 영락공원 성묘객을 사전예약제로 운영해 밀집을 최대한 분산하고 있다. 

전남 장흥군도 지난 15일 장흥공설공원묘지에서 ‘추석맞이 장흥군 합동 성묘’를 시행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 연휴 동안 이동 자제를 권고한 정부 방침을 따라 성묘에 나서지 못한 향우들의 마음의 짐을 덜고 추석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천지일보 보성=전대웅 기자] 보성 축협 직원이 선물용으로 보내질 택배를 포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2
[천지일보 보성=전대웅 기자] 보성 축협 직원이 선물용으로 보내질 택배를 포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2

◆영상통화와 택배 선물도 증가

지자체에서는 자녀들의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전남 보성군청 앞에는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에 가족들이 고향을 찾지 않도록 자녀와 미리 모바일로 안부를 전하는 풍경도 볼 수 있었다.

군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백금림(64, 여, 전남 보성군)씨는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라 애들한테 오지 말라고 돼지고기, 소고기, 반찬 등 몇 박스씩 싸서 택배를 보냈다”며 “코로나19 깜깜이 환자도 많아서 식당도 평일만 주5일제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백씨와 영상통화로 안부를 묻던 그의 셋째 딸 김주오(40, 여, 전주시)씨는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며 “서운해도 코로나19 때문에 그런 거니 영상통화로나마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랜다”고 말했다.

명절이 다가오자 선물 마련을 위한 상가 방문 고객은 줄었지만, 택배로 선물을 보내는 사람은 오히려 늘었다.

보성축산농협 최영봉 상임이사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택배 물량이 지난해보다 10% 정도 늘었지만 아무래도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우를 구입하는 사람은 줄었지만, 서울과 부산 등에서 택배로 주문이 늘어 작년과 비슷한 판매량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목포에 자녀가 있다는 최 상임이사도 1시간가량이면 자녀를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상통화로 아쉬움을 달랬다. 그는 “반찬을 해서 자녀에게 갖다 줘도 얼굴은 못 보고 아파트 1층에서 건네주고 바로 돌아온다”며 “이번 추석 명절에도 조심스러워 찾아오지 말라고 영상통화로 손자 얼굴을 보고 서운함을 달래자고 당부했다”고 말하며 휴대폰 넘어 손자의 얼굴을 보여줬다.

[천지일보 보성=전대웅 기자] 코로나19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보성군 주민들이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라는 현수막을 군청 앞에 걸어뒀다. ⓒ천지일보 2020.9.22
[천지일보 보성=전대웅 기자] 코로나19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보성군 주민들이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라는 현수막을 군청 앞에 걸어뒀다. ⓒ천지일보 2020.9.22

◆ 안전·비용 이유로 언택트 문화 ‘환영’

비대면 추석 명절을 반기는 사람도 있었다.

전남 목포시에 사는 전영훈씨는 “명절 때마다 식구들이 모이면 음식 준비도 많이 해야 하고 차례상도 차리고 세 끼 식사하고 나면 산더미 같은 설거지가 너무 힘들었다”며 “식재료 값도 많이 올라 부담됐는데 식구들이 모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씨는 또 “깜깜이 환자가 25%라는데 혹시라도 식구들이 이동 중에 걸리지 않을까 무섭다”며 “서로의 안전을 위해 이번 명절은 영상통화로 정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지만,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수현(50, 여, 광주 북구)씨는 “코로나19로 시댁 친정을 가지 않기로 했다”며 “자녀들과 함께 호텔에서 지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미영(49, 여, 전남 담양)씨도 “이번 추석에 초등학생 아들과 남편 3가족이 함께 ‘차박’을 계획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청정 지역을 찾아 명절 동안 보낼 휴가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라남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 이용하기 ▲명절 전 사전성묘 1일 추모객 총량 예약제 ▲봉안시설 방역수칙 준수 등 추석 명절 대비 장사시설 방역 대책을 마련했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SNS로 공유하는 기능도 있어 가족과 친지, 고인을 그리워하는 이웃들에게 뜻 깊은 추모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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