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내부 친목모임이 수년에 걸쳐 내부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하나회 같은 친목모임으로 불리는 ‘수주회’ 회원 중 전‧현직 감사실 관계자만 무려 10명이었다. 원래는 호남지역 출신들 친목모임이 발전된 수주회 내부에 1급부터 차장까지 다양한 직급이 모였다. 이들이 ‘내편 챙기기’를 하면서 인사평가표와 승진 순위를 조작하는 사례가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을 흔히 ‘신의 직장’이라고 한다. 정년이 보장되고 월급도 세고 노동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래서 공기업 입사를 인생의 목표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가스공사의 경우 국민에게 꼭 필요한 공공재를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는 곳이다. 이런 곳에 몸담은 이들의 정신이 사리사욕으로 채워지고, 적폐로 일컬어지는 학연 지연에 묶여 있다면 공기업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그간 공기업의 해묵은 관료 행정, 낙하산 인사, 방만 경영, 채용비리, 인사비리를 비롯해 각종 도덕성 논란은 잊을만하면 터져 나왔다. 모든 것은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부패한 정신이 낳은 결과일 것이다. 국민에게 본이 되고 봉사해야 할 공기업이 부패하고 썩어 냄새나는 조직이 되어 가는 데도 고인물을 퍼내지 않는다면 궁극에는 국민의 공공재 공급에도 문제를 촉발할지 모를 일이다.

몸도 아프기 전에 수많은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이를 방치하면 극단적인 선고를 받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불공정’에 분노한 촛불민심이 세웠다. 그런데 출범 이후 두 법무장관 자녀의 불공정 문제로 조용할 날이 없다. 이런 와중에 거대 공기업 내부에서 터진 인사비리는 그냥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남의 불공정에는 분노하면서 내가 저지르는 불공정은 온갖 합리화로 변명한다면 이 또한 비판받아 마땅할 부류일 뿐이다. 무엇보다 불공정 인사는 피해를 당하는 당사자에게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 간혹 승진을 못해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나올 만큼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도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사안이 ‘불공정’의 또 다른 유형이라는 점에 주목해 철저히 진상조사를 하는 것은 물론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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