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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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10월 중 공포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입법 예고를 거쳐 법제처 심사가 진행 중인 새 규칙의 주요 내용이 ‘교사를 뽑을 때 기준과 방식을 시도교육감이 정할 수 있도록 한다’라는 것이다. “교원 선발 권한을 교육감에게 달라”고 전국시도교육감 협의회가 요구해 왔는데 교육부가 이를 전격 수용해 만든 규칙이다. 대외적인 명분은 “지방자치 활성화 등을 취지로 교사 임용 기준과 방식을 시도교육감에 일임하는 규칙을 제안했다”라고 한다.

며칠 전 뜬금없이 ‘대한민국 교사의 월급이 OECD 교사 평균보다 1000만원 많다’라고 교사를 폄훼하는 기사가 나와 의아했는데 진보교육감들의 입맛에 맞는 교사를 뽑는 규칙을 정당화하려는 저의가 깔린 기사로 보인다. 전국 교육감 17명 중 14명이 진보교육감인 상태에서 2022년 시행되는 교원 임용시험부터 교육감에게 선발 권한을 주는 규칙을 제정한 의도가 뻔하다. 교총은 ‘교육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임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선출직인 시도교육감은 당적만 없지 자신들의 정치색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정치인이나 다를 바 없다. 필자는 예전부터 교육감을 선거로 뽑는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교육감 선출방식이 문제가 많은데 그런 교육감에게 국가공무원인 교사 선발권을 위임하는 걸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교육부는 여가부에 이어 폐지 청원이 등장해도 마땅하다. 공공 의대를 추진하며 시도지사와 시민단체에 추천 권한을 준다고 하더니 이젠 교사마저 시도교육감에게 선발 권한을 주겠다고 하니 민주주의 기본가치인 공정이 사라지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교원 임용시험은 전국이 동일하게 1차 필기시험에서 1.5∼2배수를 선발한 후 2차 실기·수업시연 및 심층 면접을 치른다. 1, 2차 성적을 50%씩 합산해 성적순서로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 교육부가 개정하는 새 규칙이 시행되면 1차 필기시험은 그대로 진행되지만, 2차 시험은 교육감이 과목 구성이나 1, 2차 성적의 반영 비율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공정한 필기시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논란과 시비가 벌어질 가능성이 큰 면접 점수의 비중이 높아질 게 뻔하다.

2차 시험의 비중이나 과목 구성을 교육감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된다면, MBC 기자 논술 시험에서 ‘피해호소인과 피해자의 차이’를 묻는 문제가 나온 것과 같이 교사 면접에서 사상을 검증하는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한 문제를 내고 교육감 입맛에 맞는 답변을 한 사람을 뽑을 확률이 커진다. ‘대법원이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해 전교조는 7년 만에 합법노조가 됐다. 이 판결 의의를 논하라’ 등과 비슷한 논술 문제만 내면 예비 교사에 대한 사상검증은 끝난다. 심지어 면접관마저 진보성향의 사람으로 구성하고 진행한다면 더더욱 가관일 것이고 공정성은 물 건너갈 것이다.

진보교육감 체제하에서 전교조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득세해 지금 학교는 전교조 교사 대 반전교조 교사의 갈등이 심각하다. 세력화한 전교조 교사들에게 집단 공격을 받지 않으려고 일반 교사들은 침묵하고 있다. 진보교육감이 득세한 상황에서 교육감이 선발 권한을 가지면 당연히 친전교조 사상을 가진 교사가 대거 선발될 것이다. 가뜩이나 공교육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 사상 편향적인 교사들이 교단을 점령하게 된다면 학교의 무용론이 더 확산할 것이고 교육의 붕괴로 이어져 나갈 것이다.

교사의 꿈을 키우며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좌절감 또한 클 것이라 교육계 선배로서 울화통이 치민다. 정치, 경제로 죽을 쑤더니 이젠 최후의 보루인 교육마저 망가뜨리려 한다. 가뜩이나 좁은 나라에서 교사마저 지역별, 교육감별 사상에 맞춘 인재를 선발하고 그들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성장한다면 더 큰 지역감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 교사는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며 올바른 교육을 할 책임이 있다.

교육계를 장악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교육부의 임용시험규칙 개정안은 마땅히 철회돼야 할 악법이다. 국가공무원을 선발하는 시험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이어야 한다. 특히 교사는 국가공무원 중에서 가장 공정하게 정치와 결부되지 않은 선발 과정으로 치러져야 한다. 교사 선발 권한을 교육감에게 주는 규칙을 제정하는 건 “공정은 흔들리지 않는 우리 정부의 목표”란 대통령 말과도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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