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삶] 한가위 ‘슈퍼 문’ 단상(斷想)
[생명과 삶] 한가위 ‘슈퍼 문’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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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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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秋夕),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다. 몇 년 전 추석날 저녁 손녀들 손을 잡고 산책로를 걸으면서 ‘슈퍼 문(Super moon)’으로 불리는 보름달을 쳐다보며, 문득 소리 없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세월에 대한 상념으로 가슴이 뭉클해진 적이 있다. 한가위를 앞두고 석 달 조금 더 남은 올 한해의 시간을 생각하며, 내 삶의 여정을 돌아보는 단상(斷想)에 젖어들어 본다.

음력 8월의 한 가운데에 있는 큰 날을 지칭하는 ‘한가위’는 추석(秋夕)이란 한자어의 순우리말로 ‘한’은 ‘크다’, ‘가위’는 ‘가운데’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추석 명절을 중추절(中秋節)로 지칭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추석날 밤에 뜨는 보름달을 ‘한가위의 명월’을 의미하는 ‘中秋の名月(주슈노 메이게츠)’로 부르고 있다.

동아시아 문화권의 전통 명절인 추석은 설날과 함께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로 전일과 다음 날을 포함한 3일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올해는 음력 4월이 윤달로 추석이 10월 1일(목) 국군의 날과 겹쳐 있으며, 개천절이 토요일이어서 공휴일이 닷새로 이어진다. 금년처럼 추석날이 국군의 날과 겹친 것은 4월이 윤달이던 2001년 이후 20년 만에 다시 맞이하고 있다.

추석은 1949년에 처음으로 당일(當日) 공휴일로 지정됐다. 1986년에 추석 다음 날이 추석날과 함께 공휴일로 지정됐으며, 1989년부터 추석 전날도 휴일로 지정되면서 추석 연휴가 3일이 됐다. 2013년 대체 휴일 제도가 시행되며 3일 연휴 중 하루라도 일요일이나 공휴일과 겹칠 경우 공식 연휴 다음 날이 대체 휴일로 지정됐다. 2014년 추석 전날인 9월 7일이 일요일로 겹치면서 연휴 다음 날인 9월 10일이 첫 대체 휴일로 지정된 바 있으며, 2015년에도 추석 당일이 일요일이라 음력 8월 17일이 대체 휴일이 됐다. 추석 연휴가 화요일~목요일 때 월요일이나 금요일을 휴가로 신청해 6일의 황금연휴로 누리는 경우도 있었다.

정년퇴임한 지 어느덧 8년째를 맞이하며, 은퇴 후 30년의 삶이 ‘제3의 인생(Third age)’이 아니라 ‘뜨거운 인생(Hot age)’이라고 제안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윌리엄 새들러 박사의 말이 떠오른다. 칠순을 지나보내고 두 번째로 맞이하는 한가위에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달려왔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인생은 끝이 보이지 않는 항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한가위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 그리고 내 삶에 남겨진 시간을 정리해 본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날을 계산해 보니 26만일이 넘고, 이를 시간으로 환산해보니 63만 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이다. 건강하게 사는 삶을 80세까지로 가정하고 새로 맞이할 날수를 계산해 보니 약 2200일 정도로 시간으로는 5만 3천 시간 정도가 된다. 이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63만 시간의 1/10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다.

앞으로 지낼 삶을 ‘뜨거운 인생’으로 지내기 위해 남은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며 살아나가야 할까. 행복은 지키고자 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몫이라는 말에서처럼 ‘뜨거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행복을 지키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몫이다.

이번 추석 한가위 날 둥글고 밝게 떠오를 ‘슈퍼 문’에 인생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2박 3일’이라는 말을 담아보고 싶다. 어제 같은 오늘은 없고, 오늘 같은 내일이 없는 삶의 여정에서 언제 다가올지 알 수 없는 외롭거나 견디기 힘든 시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남은 삶을 풍요롭게 지내기 위해 ‘오늘’이 바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살아야 하는 날이며, 시간상으로는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에 잠겨본다.

한 해가 지나 다시 한가위를 맞이할 때도 ‘슈퍼 문’은 다시 떠오를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삶의 여정에서 슈퍼 문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음 주에 떠오를 보름달에 담겨질 ‘한가위 단상(斷想)’이 가슴과 머릿속을 가득 채워온다.

한가위를 맞이하며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보다 잃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켜보고자 하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음과 함께 한가위의 꿈과 희망을 ‘슈퍼 문’에 가득 담아 보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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