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박근혜 정부의 뒤를 이어 ‘부정부패가 없고 공정한 사회’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는 4대 비전과 12개의 세부 계획을 통해 총 784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률은 13.9%에 그쳐 곳곳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출처: 뉴시스)
 

옥상옥 우려에 적폐청산특위 설치 철회

20대 국회 문턱 못 넘은 ‘최순실 방지법’

부정축재 재산 종합대책 마련 어려울 듯

1기 내각부터 파기된 5대 비리 고위직 배제

개헌 공약도 임기 내 마무리 안 될 전망

엄경영 “제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갔어야”

박상병 “적폐 청산, 프레임 싸움으로 변질”

“여야, 인적 쇄신, 법과 제도 마련해야”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드러난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기치를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독립적인 부패방지기구인 국가청렴위원회는 설치되지 않았고 반부패 개혁을 하겠다는 공약도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보수정권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적폐로 규정하며 이를 확실히 청산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약속조차 지켜지지 않으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약속했지만, 집권 이후 부처별 적폐청산 TF를 가동하는 상황에서 적폐청산특위 설치는 옥상옥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와 설치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공약을 변경했다.

국정농단을 야기한 각종 적폐 분석, 공작정치 등 특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와 진상규명과 보충수사의 경우에도 청와대가 적폐청산 TF 설치를 지시한 부처 19곳 중 13곳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1호인 적폐청산과 관계없는 TF를 구성했다.

정부 부처 6곳 중 3곳은 아예 적폐청산 TF를 설치하지 않았고 나머지 3곳인 교육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만이 국정농단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TF를 설치했지만, 그 이후 새로운 변화나 흐름, 기류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최순실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행위자 소유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안’도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부정축재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 추진 등 후속조치와 관련 사안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 공약도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범죄’ 양형 강화와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 추진은 2017년 12월 29일 대통령 특별사면에서 원칙이 지켜졌다. 이후 2018년 3월 22일 대통령 개헌안 일부를 발표했는데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헌안은 특별사면을 할 때 독립기구인 사면위원회 심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대통령 개헌안 통과가 불발되면서 제도적으로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지는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이광재 의원의 사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이 의원은 정치자금법으로 처벌을 받았지만, 법무부는 이 의원의 혐의에 대해 5대 중대 부패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뇌물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약 이행 여부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재적소의 인사로 신뢰받는 공직사회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여전히 지체 중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약속했던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 추진 공약은 1기 내각을 구성할 때부터 이미 파기되면서 여론의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7대 비리(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인 재산 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 행위, 음주운전, 성범죄) 의혹 연루자는 고위 공직자 임명 배제 발표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다. 이마저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 이후 파기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직윤리를 강화를 위한 ▲공직자의 이해 충돌 방지시스템 강화 ▲공직자가 퇴직 관료와 접촉 시 서면보고 의무화 ▲공직자 재산 공개 대상 확대 ▲취업제한 기간 확대, 업무 관련성 범위 확대 ▲공직 비리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 강화 등도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명한 공직 인사로 대전환도 인사 청문 대상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인사 검증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아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0.9.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0.9.15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개헌도 임기 내에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2018년 3월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됐고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국민 개헌 발안제’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했지만 개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라서 개헌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제왕적 대통령의 절대적 권한을 조정하고 삼권분립 속에 협치 도모 ▲새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 항쟁의 정신을 반영 ▲사회의 변화를 반영해 국민기본권을 강화 ▲지방 자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지방분권, 균형 발전을 정착 등의 세부사안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1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적폐라는 것은 가치 중립적인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집권세력의 역사‧사회관, 가치관, 이념에 따라 달라지는 측면이 존재한다”며 “적폐청산은 사람‧정책‧제도를 청산하는 것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등 사람과 정책 청산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각종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처음부터 제도를 청산하는 쪽으로 다가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지금까지 적폐청산은 실패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권력기구 개혁과 적폐청산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지지하는 국민이 많이 없기 때문에 동력이 소진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은 정부‧여당이 신적폐가 된 상황”이라며 “적폐청산을 부르짖던 조국과 추미애는 새로운 적폐세력이 되면서 적폐청산은 프레임 싸움과 여야의 정쟁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박 평론가는 “현 상황에서 두 가지 정도 개선 방안이 있다고 보는데 우선 여권 내에 적폐청산을 통한 인적 자원 혁신이 필요하다”며 “국회 안에서 여야가 법과 제도로 말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와대 특감관 등을 제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입시 비리 및 사모펀드,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0.5.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입시 비리 및 사모펀드,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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