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GTV 유명 앵커 청레이 (출처: 페이스북 갈무리, 연합뉴스)
중국 CGTV 유명 앵커 청레이 (출처: 페이스북 갈무리, 연합뉴스)

중국중앙(CC)TV 영어방송 채널 CGTN의 중국계 호주인 유명 앵커가 중국에서 구금된 지 한달이 넘으면서 중국의 '인질 외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CGTN 청레이 앵커의 구금 사태로 중국의 '인질 외교' 위험성과 이중국적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태어난 청레이는 호주에서 일을 하다 2003년부터 베이징에서 CCTV 기자로 활동해온 호주 시민권자다.

그는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 활동을 한 혐의"로 지난달 중순부터 중국에 구금돼 있다.

SCMP는 청레이가 중국 반체제 인사인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을 접촉했다고 전했다. 양헝쥔은 중국에서 1년 넘게 구금된 끝에 지난 3월 간첩혐의로 기소됐다.

호주 정부는 자국 시민권자인 양헝쥔과 청레이 사건에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이 중국 출신 호주 시민권자에 대한 호주 정부의 영사 서비스 접근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발표했다.

2016년 호주 인구조사에 따르면 호주에 거주하는 중국계 시민은 120만 명이며, 그중 41%가 중국에서 태어났다.

캐나다 싱크탱크인 맥도널드-로리에의 찰스 버튼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외국인에 대한 구금을 외교 전술로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법을 준수하는 서방 국가에서는 무고한 중국 시민을 자의적으로 구금하는 '맞대응 보복'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자의적 구금 앞에서 서방 국가들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청레이의 구금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조사 중"이라며 "청레이의 법적 권리와 이익을 전면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인질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을 일축했다.

그러나 청레이의 구금은 공교롭게도 호주와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 책임론 등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와중에 벌어졌다.

호주 라트로브대 아시아 전문가 벡 스트레이팅은 "중국 공산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자의적 구금을 포함해 강압적인 외교술을 쓰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팅은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하자 중국이 2명의 캐나다인을 간첩혐의로 기소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캐나다가 멍 부회장을 석방하면 중국도 두 캐나다인에 대해 대화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가 지난 1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부터 유럽연합(EU)과 27개국을 상대로 무역, 투자, 관광 분야에서 152건의 강압적인 외교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외교 전술이 목적을 달성하기 보다는 중국의 대외적 평판과 위상만 해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 폴 에반스 교수는 "중국에 억류된 두 캐나다인 사례만 봐도 캐나다 정부가 그것에 굴복해 멍 부회장을 석방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중국계 캐나다인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홍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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